벌써 5월이다. 고등학생이 된 지 몇 주 지난 거 같지도 않은데, 사실 고등학생이 되었다는게 아직 믿기지도 않는데, 벌써 5월이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 건 아마도 중학생때랑 다를게 없어서이겠지?
고등학교와 중학교는 별 다를게 없었다. 오히려 더 자유로워진 느낌이었다. 내가 다녔던 중학교는 규정이 쎄서 치마라던가 머리를 자유롭게 내가 원하는 걸 하질 못했었다. 귀걸이같은 것도 하기만해도 뺏기고 심지어 가방이라던가 신발도 빨간색같은 튀는 색깔은 하질 못했다. 이렇게 꽉막힌 중학교를 다니며 나는 물론 고등학생때는 여러 규정이 더 강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고등학교는 아니었다. 머리, 치마, 귀걸이 따위 신경쓰지 않았다. 물론 규정이야 있었지만 대체로 자유로웠다.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좋았다. 그리고 왠지 중학생때보다 더 어려진 느낌이었다. 자유로워진 느낌은 좋았지만 어려진 느낌은 나한테 위험했다. 그리고 난 위험한 걸 알고 있었다. 예상대로 중학생 때보다 공부를 더 안했다.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중간고사'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시험은 내가 '즐겼기' 때문이다.
시험기간 때 생각해보았다. 왠지 이번엔 확실히 달랐다. 공부 방법이 중학교때와는 정말 달랐다. 중학교때는 수업듣지 않고 나중에 시험기간에 벼락치기로 공부하고 그 점수에 대충 만족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들어와서 수업들을 땐 듣고 놀 때 놀았다. 그리고 시험기간 때 공부 안하고 놀았다. 그걸 즐겼다. 시험기간 때 이렇게 행복했던 적은 처음이었다. 당연히 이러면 안된다. 엄마한테 혼도 났다. 그렇게 시험을 봤고, 못 보지도 잘 보지도 않았다. 어중간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왜그런지 생각해보니까 채점을 아직 안했다. 이 기분을 더 느끼고 싶다. 더 친구들과 놀 것이고 충분히 즐기고 채점을 해보아야겠다. 난 이번 시험을 충분히 즐겼다.
고딩도 인생이니 충분히 즐기는 게 중요하다. "미래의 인생을 위해 지금 열심히 공부해라"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부모님한테 억압을 받는 친구나, 성적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다들 미래를 위해 공부를 하라는데, 그 미래를 위해서 지금을 버려야할까? 공부도 필요하다. 공부를 해야하지만 지금 이 행복한 고등학생 생활을 온통 공부로 보내기는 싫다!
지금 순간도 인생인데 왜 꼭 미래를 인생이라 하는 걸까. 지금을 즐기면서 할 일 하면 되는 것이다. 나랑 생각이 다른 사람은 많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 사람들과 나의 공통점은, 아니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공통점은 다들 인생을 즐기고 행복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것만은 확실하다. '고딩도 놀아야한다'라는 건 내 생각이고 이것이 난 즐겁고 행복하다. 미래에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지금 행복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고딩을 충분히 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