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여름을 오가는 봄날(9일), 안성종합운동장 건너편에 위치한 인조잔디구장(안성시설관리공단)이 시끌벅적하다. 아이들과 교사들이 모여 뭔가를 한다. 마치 학교 운동회라도 하듯.
"아이들의 발전이 기대가 되요"안성의 특수교사들이 뭉쳐 일을 냈다. 그들은 작년부터 이러한 만남을 모의했다. 교실수업의 한계를 잘 아는 그들에게 이러한 만남은 필연이었으리라.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다. 이 수업은 안성의 12개 초등학교(병설유치원 포함) 특수학급 아이들의 통합수업이라 할 수 있다.
"지난 번에 첫 만남을 끝냈는데요.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졌어요. 아이들이 간혹 돌발행동을 하기에 꾸중 들어왔던 것과는 달리 여기 와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칭찬받으니까요. 한 아이는 이 만남 후 저에게 먼저 인사하고 알은 체를 하더라고요. 어찌나 기뻤던지."
안성초등학교 이승아 특수교사의 말이다. 앞으로 아이들이 어떻게 발전해갈지 기대가 된다고 했다. 이 만남을 통해 그 가능성을 엿보았다면서. 아직 초창기라 많은 성과는 기대하지 못하지만, 이 만남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했다.
특수교사들만의 탁상모임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하는 모임이라 더욱 좋다고 했다. 이 만남은 학생들끼리도 서로를 통해 배우고, 교사들끼리도 서로를 통해 배운다고 했다. 아이들은 자신과 좀 다른 유형의 아이를 보며 배우고, 교사들은 자신과 좀 다른 유형의 교육스타일을 보며 배운다는 것.
한번 움직이려면 준비가 만만찮고, 버스를 대절해야 하고, 학교 측의 허락도 받아야 하고, 수업도 조정해야 하는 번거로움 등은 이미 아무 문제도 아니었다. 그동안 특수교사들의 염원에 비하면 말이다.
사진 찍으며 축구하며... 정과 웃음 한마당휴식 시간을 이용한 단체사진 찍기 시간이다.
"여기 봐야지. OO아 여기 봐. 까꿍. 어딜 봐. 여기 보라고. 스마일~~. "단체사진 찍는 아이들보다 교사들의 입과 손이 더 바쁘다. 아이들 한 무리, 그 맞은편에 교사들 한 무리가 된다. 흡사 갓난아이 돌 사진 찍는 장면이다. "이렇게 찍으면 100번을 찍어도 제대로 안 나온다. 전엔 제대로 된 사진을 건지지 못해 결국 사진을 합성했다"며 우스갯소리를 하는 한 교사. 어떡하든 자기 반 아이가 잘 나오기를 바라는 교사의 심정이 엿보인다. 참 예쁜 마음이다.
드디어 풋살 게임 시작. 규칙은 필요 없다. 같은 편도 무시한다. 자신의 골대에도 넣어버린다. 포지션은 애당초 없다. 오로지 공이 가는 곳에 몸도 간다. 이 순간 월드컵 축구는 잊어라. 그들만의 신명나는 축구가 시작된다. 아이들보다 교사가 더 신난다. '우루루' 몰려다니는 '우루루 축구'라고 들어는 봤는가.
교사들의 마음 속엔 이미 '우리 반 남의 반'을 넘어섰다. 하지만, 그 많은 아이들 중 내 반 아이에게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내 반 아이'가 가는 곳에 해당 교사의 눈이 먼저 가 있다.
동네축구 수준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아이가 서넛 보인다. 축구 실력이 다른 아이들보다 출중하다. 김수진 교사(안성교육지원청 특수교사연구회 회장)는 그런 아이들은 장차 경기에도 나갈 수 있도록 조치해볼 거라 했다.
"단지 발달 단계에 있는 아이들이에요"당초 이 모임은 안성의 특수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모임이다. 평소 이러한 만남을 갈급한 결과라고나 할까. 안성교육지원청의 지원을 받아 이제 한 걸음을 뗀 게다. 더 많은 예산, 즉 버스사용료와 운동장사용료가 확보되면 더 자주 야외 통합수업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올해는 연 7회의 만남을 계획하고 있다. 오늘이 그 두 번째 만남이다. 첫 시간엔 아이들의 기본 체력 테스트를 했다. 이번엔 볼을 가지고 수업을 한다. 교사와 아이가 눈을 마주쳐가며 신나게 하는 수업이다.
학교 교실에서의 수업은 아무래도 손동작을 통한 수동적 수업이다. 여기선 온 몸으로 임하는 적극적 수업이 된다. 몸으로 부딪치니 아이들도 집중력이 배가 된다. 몸으로 익힌 집중력은 일상생활의 집중력으로 이어진다. 이런 작은 변화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교사들은 이러한 만남을 포기할 수 없다.
"아이들이 볼을 다루다 실수하면 스스로 무안해해요. 다른 아이들과 몸끼리 부딪치며 피해를 당해보기도 해요. 우리 아이들은 평소 보호만 받다보니 이런 경험이 적어요. 다행히 여기와선 그러한 상황에 처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는 훈련을 하게 돼요. 보호의 장막을 스스로 깨치고, 자율적인 아이가 되는 첫걸음이 될 거라고 봅니다."
김수진 교사의 교육철학이 엿보인다. 그런데, 여러분도 눈치 챘는가. 안성 특수교사, 그들은 '장애'라는 단어를 말하지 않는다는 걸. 김 교사는 말했다. "우리 아이들은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아니라 단지 '발달 단계에 있는 아이들'"이라고. 그들은 발달 단계에 있는 아이들을 더 발달시키려고 뜻을 모았던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