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다 득표로 최고위원에 선출된 신경민 최고위원은 지난 21일 단행됐던 김종국 MBC 신임 사장의 첫인사를 두고 "권재홍 앵커의 보도본부장 유임 그리고 김장겸 정치부장의 보도국장 보직 결정은 김종국 사장 체재가 '김재철 사장 2기'라는 것을 보여줬다"며 "본인은 취임사를 통해 김재철의 아바타가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인사를 통해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지난 27일 서면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신 최고위원은 MBC 신임 사장에 소위 '김재철 라인'으로 분류되는 김종국씨가 임명된 것에 대해 "나쁜 여론으로 인해 김재철 사장을 유임시킬 수 없었지만 김재철 체재가 유지되기 바랐던 윗선이 김종국 사장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최일구 기자와 오상진·문지애 아나운서가 MBC를 떠난 것에 대해서는 "후배들이 파업을 통해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은 공영방송 MBC를 살리기 위한 것이었는데, 그들이 결국 떠날 수밖에 없는 MBC의 상황이 안타깝다"며 "비록 MBC는 아니지만 다른 자리에서 저널리스트로서의 정신을 잃지 않고 충분히 그 역할을 해낼 것이라 믿고 지지한다"고 후배들에 대한 신뢰를 보냈다.
정계에 갓 입문한 정치인이 최고위원에... 왜?한편, 지난 5월 초 있었던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다 득표로 최고위원에 선출된 것에 대해서 신 최고위원은 "정계에 들어온 지 1년이 넘은 제가 최고위원에 당선된 것은 그만큼 민주당이 위기라는 상황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최선을 다해 당을 개혁해 국민들이 돌아봐 줄 수 있는, 희망을 줄 수 있는 민주당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전당대회 결과, 친노와 호남이 빠졌다는 평가에 대해서 신 최고위원은 "연속된 선거 패배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해 친노가 약세를 보인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은 결과만 보고 핵심을 놓쳤다, 이번 전당대회는 호남의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평했다.
신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로 계파 갈등을 꼽은 뒤 "근본적으로는 계파 공천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계파가 없는 얘기는 주요 인사가 취임 선언을 할 때마다 나왔다"면서도 "그러나 선언한다고 없어질 문제가 아니다, 이번 지도부는 100%는 아니더라도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 최고위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안철수 의원과 연대 마감 시한을 10월로 내다봤다. 하지만, 안 의원 측은 연대에 난색을 표했다. 이에 대해 신 최고위원은 "연대가 있고 없음은 정치 주체들의 의지와 의사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국민과 야권 지지층의 의사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안 의원과 민주당은 경쟁적 협력 관계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신 최고위원과의 일문일답이다.
"민주당의 근본적 문제는 계파 공천"- 먼저 민주당 최고위원 당선을 축하한다. 어깨가 무거울 것 같은데, 소감 한 마디 부탁한다."우선 저를 선택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정계에 들어온 지 1년이 넘은 제가 최고위원에 당선된 것은 그만큼 우리 민주당이 위기라는 상황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큰 책임이 필요한 자리라 어깨가 무겁다. 그런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은 것 같지 않아 걱정이다. 최선을 다해 민주당을 개혁해 국민들이 돌아봐줄 수 있는, 희망을 줄 수 있는 민주당을 만들도록 노력해 나가겠다."
- 이번 전당대회에서 친노와 호남이 빠졌다는 평가가 많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친노 후보들이 약세를 보인 것은 맞다. 이번 전당대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연속된 선거 패배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친노와 호남이 빠졌다는 평가는 언론에서 결과만 보고 평가하다 보니 핵심을 놓친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호남의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무관심 속에서도 대의원 1만3000여 명 중 9000여 명이 참석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 전당대회 직전 문성근 상임고문의 탈당으로 민주당의 분당 가능성이 제기됐다. 민주당 내부에서 계파 갈등이 심한 것으로 보이는데 계파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계파 문제는 만악의 근원이라고 볼 수 있다. 민주당에 입당해서 '계파는 이 시간부터 없어졌다'는 얘기를 예닐곱 번 들었다. 주요 인사들이 취임 선언을 할 때마다 그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사실 계파 문제는 말로만 선언한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다.
계파 문제의 근본적 이유는 '계파 공천'이다. 계파를 없앤다는 말을 한다고 해서 계파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사나 공천을 통해 눈으로 보여주는 방법밖에 없다. 이번 지도부는 이런 점을 개혁해 국민들에게 100%는 아니더라도 '이 정도면 되겠다' 하는 평가를 받는 게 중요하다."
-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민주당에 대해 '내과 수술로 처리 못하고 외과 수술로 해야 한다'고 평했다. 현재 민주당은 독립 변수가 아닌 종속 변수로 보는 견해가 많다. 제1야당으로 이렇게 심각한 위기에 빠진 원인이 무엇이라 진단하는가."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린 게 가장 크다. 그 근본적 이유는 계파 공천이다. 정책적 일관성과 현실성에도 문제가 있다. 인사와 정책에 시스템이 부재하다. 선거 전략도 '바람'과 '단일화'뿐이다. 선거에 지고도 이 점을 고치지 않았기 때문에 민주당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검찰, 상부 눈치나 살피면 설 곳 없어진다"
- 현재 가장 큰 문제가 대선 기간에 국정원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의혹 사건이 아닌가 싶다. 물론 여론 조작이 대선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영향의 여부와 상관없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부정 선거가 치러진 게 된다. 하지만, 자칫 이대로 끝난다면 '어떤 부정을 저지르더라도 대통에 당선만 되면 된다'는 생각이 정치권에 퍼지지 않을까 우려되는데…."국정원 여론조작 의혹을 여야 간의 정치공방 수준으로 끌어내려서 보려고 하는 인식을 경계한다. 이번 의혹은 국정원이라는 국가 주요 조직이 관련법을 어기고 정치에 개입한, 아주 중차대한 국기 문란에 대한 것이다. 관련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는 물론이고, 명령과 보고의 계통에 대해서도 철저히 추궁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그래야 '당선되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애초에 자라지 못하게 할 수 있다."
- 국정원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의혹 사건,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나."국정원이 검찰 수사에 전혀 협조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검찰 수사의 방향이 왜곡된 방향 혹은 특정 분야에만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의 수사가 미리 선을 그어놓고 이뤄지거나, 특정 부분에만 편중돼 이뤄져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들과 함께 철저하고 엄정중립의 수사를 하도록 촉구하고 감시할 것이다.
검찰이 이번사건을 어떻게 처리 하느냐에 따라 채동욱 검찰총장 체제가 국민의 인정을 받고 검찰의 위상을 정립할 수 있을지 결정날 것이다. 지난 정부 때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 검찰, 소신도 의지도 없이 상부 눈치나 살피는 검찰 소리를 다시 듣게 된다면 검찰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 한 인터뷰에서 신 최고위원은 안철수 의원과의 연대 마감 시한을 10월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안 의원 측에서는 민주당과의 연대는 없다고 했다는 보도가 있는데…. 안 의원과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나."연대 마감 시한을 10월이라고 한 것은 일차적인 마감 시한을 말한 것이었다. 그 뒤로 연대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대가 있고 없음은 정치 주체들의 의지와 의사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국민과 야권지지층의 의사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연대 여부에 관한 분위기는 국민과 야권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과의 관계는 지금으로서는 '경쟁적 협력관계'가 가장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경쟁하지만 장기적·근본적으로는 한국 정치 발전에 기여하는 관계 설정이 타당하다.
"권재홍 유임, MBC는 불행한 길 택했다"
- 5월 초 MBC 신임 사장에 소위 '김재철 라인'으로 분류되는 김종국 대전 MBC 사장이 선임됐다. 최명길 유럽지사가 박근혜 정부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는데도 김재철 라인을 선임한 원인이 무엇이라 보나."김종국 신임 사장은 김재철 사장 밑에서 중요한 보직을 많이 한 인물이다. 김재철 사장의 정책을 충실하게 수행했고 그런 점에서 나쁜 여론으로 인해 김재철 사장을 유임시킬 수 없었지만, 김재철 체재가 유지되기 바랐던 윗선이 김종국 사장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
- 지난 파업의 여파로 최일구 기자, 오상진·문지애 아나운서가 사표를 제출하고 떠났다. MBC 출신 후배들이 사표를 내는 것에 씁쓸했을 듯하다."유능하고 사람결 좋은 후배들이 MBC를 떠나고 있는 것에 대해, 그들이 결국 떠날 수밖에 없는 MBC의 상황이 안타깝다. 후배들이 파업을 통해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은 '공영방송 MBC'를 살리기 위한 것이었다. 자리를 위해 싸운 게 아니라 국민들께 방송을 되돌려주기 위해 싸웠다.
하지만 파업이 끝난 이후에 그들을 기다린 것은 '신천교육대' '보복성 인사'였다. 국민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참된 언론인이 되겠다는 작은 소망이 권력에 의해 무참히 무너질 때 후배들이 느낀 것은 분노·안타까움·무력함·국민에게 갖는 죄송스러움이었을 게다. 그들의 선택을 충분히 이해한다. 우리가 맞서 싸우고 있는 것은 권력이다. 그러기에 안타깝지만 개인에게 홀로 버티라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비록 MBC는 아니지만 다른 자리에서 저널리스트로서의 정신을 잃지 않고 충분히 그 역할을 해낼 것이라 믿고 지지한다."
- 이와는 별개로 MBC 출신인 성신여대 손석희 교수가 종편행을 선택했다. 많은 사람이 의아해했는데 손 교수의 종편행을 어떻게 보나."MBC에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동안 마음고생도 많았을 것이고, 고민도 많았을 것이다. 손석희를 믿고 사랑했던 시청자들의 우려와 비판을 알면서도 선택한 길, 본인 스스로 말했듯이 종편을 바꿔보겠다는 도전 의식과 각오를 갖고 옮긴 만큼 진심으로 잘 되기를 바란다."
- 권재홍 앵커 보도본부장 유임은 어떻게 보나."권재홍 앵커의 보도본부장 유임 그리고 김장겸 정치부장의 보도국장 보직 결정은 김종국 사장 체재가 '김재철 사장 2기'라는 걸 입증한 셈이다. 변화·개혁 의지는 결국 사람을 통해서 입증된다. 김종국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본인은 김재철의 아바타가 아니고 김재철 시즌2도 아니라고 말했지만, 인사를 통해 그의 말이 거짓이었다는 게 드러났다. MBC뿐만 아니라 김종국 사장 본인도 굉장히 불행해지는 선택을 한 것이다. 안타깝다."
- 박근혜 정부의 언론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정부 조직 개편 당시 독임제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에서 통신뿐 아니라 방송 영역까지 담당하도록 개편안이 발표됐었다. 방송 정책을 합의제 위원회가 담당하는 것은 지난 기간 역사적 학습을 통해 도달한 결과물이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가 역사적 경험을 무시하고 방송 정책을 독임제 부처에서 관할하겠다고 나섰다. 박근혜 정부가 언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방송에 대해 얼마만큼 무지한지 단편적으로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인사는 만사다. 인수위 때부터 문제를 일으켰던 윤창중씨를 정부의 대언론 최일선에 서는 대변인으로 임명한 것, 인사청문회 때 박근혜 대통령과 텔레파시가 통하는 사이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이경재 전 의원을 방통위원장에 임명한 것, 김재철 체재에서 주요 요직을 맡아 성실히 수행했던 김종국씨를 MBC 사장으로 임명한 것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공정방송을 실현하겠다는 공약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