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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봄 한철/격정을 인내한/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분분한 낙화(落花)/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지금은 가야 할 때//무성한 녹음과 그리고/머지않아 열매맺는/가을을 향하여/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헤어지자/섬세한 손길을 흔들며/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나의 사랑, 나의 결별/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내 영혼의 슬픈 눈."

'낙화'의 이형기(1933~2005) 시인이 경남 진주에서 그 문학정신이 되살아난다. 31일부터 6월 2일까지 진주 남강 일원에서는 '제6회 이형기 문학제'가 열린다. 진주시, 이형기시인기념사업회, 시를사랑하는사람들, 진주문인협회 등이 마련한 행사다.

 진주시 신안동 녹지공원에 있는 이형기 시비.
 진주시 신안동 녹지공원에 있는 이형기 시비.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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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기 시인은 진주에서 태어나, 진주농림학교를 다녔다. 고등학교 때 제1회 개천예술제 백일장에 나가 장원했고, 나이 17살 때 <문예>지에 '비오는 날' 등을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올해 '이형기 문학상'(상금 2000만 원) 수상자로 함기석 시인이 뽑혔다. 함 시인이 낸 <오렌지 기하학>이 수상시집으로 선정된 것이다. 이형기문학상은 지난 1년간 출간된 시집 중에서 우수 시집 1권을 선정해 시상하는 것이다.

심사는 원구식, 박주택, 김언희, 조강석 시인 등이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오렌지 기하학>에 대해 "그가 추구해오던 시적 세계를 한껏 집중시킨 것으로 시와 기하학을 접목시킨 시집"이라며 "이번 시집은 일종의 '시각시'를 선보이고 강화시키고 있다는 측면에서 우리 시단에서 눈여겨 보아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상식은 6월 1일 저녁 진주 갑을가든 웨딩홀에서 열린다. 앞서 이날 오후 3시 같은 장소에서는 '이형기 문학 세미나'가 열린다. 김이듬 시인이 "아포리즘으로 읽은 이형기"를 발제하고 유홍준 시인이 토론하며, 장철환 문학평론가가 '함기석의 시세계'를 발제하고 주영중 시인이 토론한다.

31일 저녁 진주시 신안동 녹지공원에 있는 이형기시비 앞에서는 '이형기 시인 추모제'가 열린다. '전국 학생 백일장'이 1일 오전 10시 진주 상평동 송림공원에서 전국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열리는데, 장원 등을 뽑아 경남도교육감상 등을 시상한다.

특별한 형식의 '이형기 문학 체험시 백일장'이 31일부터 6월 1일 사이 1박2일 일정으로 열린다. 대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접수를 받아 진주성과 진양호 일대를 둘러본 뒤 함께 숙박하면서 체험시를 쓰는 것이다.

이형기시인기념사업회는 "기존의 백일장이 갖는 '즉흥시 쓰기'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소정의 사색의 시간을 갖고 이어 '체험시 쓰기'로 들어가는, 개혁 백일장으로의 일대 전환을 기한다"며 "개최 당일 한 두 시간 안에 써내는 것이 아니라 1박2일간 함께 하면서 정서와 상상, 사상으로 이루어지는 문학의 기본 바탕을 자리잡아 한 편의 시를 창작하게 하는 체험기 백일장"이라고 밝혔다.

백일장은 1일 오전 9시30분 진주성 안에 있는 진주박물관 촉석루에서 열린다. 심사를 거쳐 장원한테는 상금 300만 원을 수여한다.

'전국 시낭송 겨루기'가 1일 오전 10시 경남과학기술대학교 100주년 기념관에서, '이형기 문학의 밤'이 같은 날 오후 7시30분 진주 남강야외무대에서 열린다.

이형기시인기념사업회 박노정 회장(진주)은 "이형기문학제는 절망과 허무를 통해 새로운 삶을 추구했던, 한국 현대시에서 정신의 영구 혁명을 꿈꾸었던, 이형기 시인의 삶을 기리고 당신의 문학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고자 진주시가 마련한 문학에 의한, 문학인들을 위한 우리들의 축제"라고 밝혔다.


#이형기 시인#낙화#함기석 시인#진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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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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