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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박종철 인권상'을 받는다. 4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 주민들이 '제9회 박종철 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통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정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신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경남 창녕 북경남변전소까지 가져가기 위한 송전선로 공사를 벌이고 있다. 송전선로는 울산 울주, 부산 기장, 경남 양산․밀양을 거쳐 창녕까지 이른다.

송전선로 공사는 9년째 진행되고 있는데, 밀양 4개면(산외·부북·단장·상동) 주민들은 반대 투쟁해 오고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 9월부터 주민과 대화를 위해 공사 중단했다가 지난 5월 20일부터 공사를 재개했다. 그 뒤 한국전력과 주민들이 '지중화' '우회 노선' 등에 대한 검토를 위해 '전문가 협의체' 구성에 합의하면서 현재 공사가 중단됐다.

 한국전력공사가 20일부터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에 들어간 가운데, 이날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평밭마을 화악산 127철탑 공사장 입구에서 송전탑 반대 주민인 할머니 2명이 옷을 벗고 저지하는 경찰에 맞서 실랑이를 벌였다. 이 가운데 할머니 1명이 쓰러져 병원에 후송되었다.
 한국전력공사가 20일부터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에 들어간 가운데, 이날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평밭마을 화악산 127철탑 공사장 입구에서 송전탑 반대 주민인 할머니 2명이 옷을 벗고 저지하는 경찰에 맞서 실랑이를 벌였다. 이 가운데 할머니 1명이 쓰러져 병원에 후송되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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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이 갖가지 보상책을 내놓았지만 밀양 주민들은 보상을 거부하며 "이대로 살게만 해달라"고 주장했다. 한국전력이 공사 재개를 하자 밀양 주민들은 몸으로 막으면서 20여 명이 쓰러지거나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다.

박종철인권상 수상자 선정에 대해, 밀양 주민들은 소감을 통해 "이 뜻깊은 상을 받게 되어 무어라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생각해보면 1987년 박종철이라는 청년이 경찰의 고문을 받아서 죽음에 이르게 되었을 때, 그리고 수많은 시민들이 나서서 거리에서 최루탄 가스를 마시며 투쟁할 때 저희들은 그저 시골에서 묵묵히 논밭을 가는 농민들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주민들은 "그때는 저희들이 전두환 독재가 나쁘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렇다고 저렇게 매일처럼 거리에 몰려나와서 경찰과 싸움을 하고, 화염병을 던지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군청에서 면에서 하는 일방적인 선전을 믿으며 불순 세력이 개입되어 있지는 않은가, 이런 생각도 하는 평범한 농민들이었다"며 "그리고 박종철 군의 고귀한 죽음이 있고 20년이 지나고 노년에 이른 저희들은 무참한 폭력에 고통을 당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밀양 주민들은 "한국전력의 수많은 거짓말과 이간질, 공사 현장에서 어르신들에게 욕을 하고, 모욕을 주고, 심지어 성폭력까지 당하고, 어르신 한 분이 분신자결하는 일을 겪으며 우리는 왜 박종철 같은 청년이 죽어가야 했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며 "다만 우리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저희들에게 이렇게 고귀한 상을 주시니 차마 부끄러워 받기가 꺼려진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들도 이 싸움을 통해 깨달은 바를 따라, 힘없고 약한 사람들이 투쟁하는 곳에 마음을 쓰게 되었고, 몇 군데 지지 방문도 다녀오기도 했다"며 "주민들은 한결같이 이야기한다. 이 싸움 끝나면 우리끼리 차 빌려서 힘없고 약한 사람들 투쟁하는 곳에 지지하러 가서 밥해 주고, 술 받아 주고, 격려해 주러 다니자고, 계 하나 붓자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우리의 바람이 실현되는 날이 곧 왔으면 좋겠다. 아니, 곧 그날이 오리라 믿는다. 박종철 군의 이름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박종철인권상은 (사)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가 2003년에 제정했다. 국가권력의 부당한 폭압에 맞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해 온 사람이나 단체, 소수자·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지키고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해 온 사람이나 단체를 선정하여 시상해 오고 있다.

그동안 이 상은 이인영 전대협 초대의장, 윤기진·황선 부부(범청학련 남측본부 의장과 대변인), 이동진 한총련 조국통일위원장(경상대 총학생 회장), 최승환 한총련 의장(부산대 총학생 회장), KTX여승무원 노조, 이시우 사진작가, 도한영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부산본부 사무처장,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등이 받았다.

시상식은 오는 7일 오전 10시 옛남영동대공분실(현 경찰청인권보호센터) 6층 강당에서 치러진다.


#박종철인권상#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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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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