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위기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대화국면의 미래는 아직 밝지만 않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코리아연구원과 함께 위기극복과 대화국면 조성의 가능성을 타진해보기 위한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러시아, 중국, 북한, 미국, 일본의 대한반도정책을 전망해보고 정책결정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과 조직을 살펴볼 것입니다.
이번 기획에는 윤성학(러시아·고려대학교 러시아CIS 연구소 연구교수), 주장환 (중국·한신대교수), 김준형 (미국·한동대교수), 장용훈(북한·연합뉴스 기자), 양기호 (일본·성공회대교수) 등 국가별 전문가들이 참여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
올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현재 진행형인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북한에 이어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국가 중 하나는 중국이다. 의외로 조용하다. 중국의 속내는 무엇일까?
현재 이와 관련하여 두 가지 전제에 입각한 견해가 존재한다. 먼저 중국은 지속적인 도발을 감행하는 북한을 부담스럽게 여겨 거리두기에 나섰으며 여차하면 포기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견해가 있다. 따라서 중국과 공조하여 북한을 고립시켜 핵 포기 등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북한을 포기하기 어려운 중국중요한 것은 이 견해의 전제는 중국과 미국간의 관계가 기본적으로 협력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G2로서 이들 두 강대국은 현 국제정치경제질서에 대한 이해가 같다. 따라서 그 안정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일치된 입장을 보인다는 것이다.
더구나 북한의 돌출행동은 한반도의 현 상황을 변화시킬 수도 있는 것이기에 중국과 미국은 이 점에 대해서 공통의 태도를 가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그동안 북한이 보인, 미국과의 적극적인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 표현도 중국을 자극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이 공식적으로 G2라는 개념을 인정하지 않고,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예정되었던 서해상에서의 한미 군사 합동훈련에 대해 보인 중국의 격렬한 반응, 현 오바마 미 행정부의 아시아로의 귀환 전략 등은 미중 관계가 기본적으로 경쟁이라는 전제를 수립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이렇게 미국이 포위해 들어오는 상황에서 여전히 동북아지역에서 북한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며, 다소 돌출행동을 보일지라도 포기할 수 없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한국 내에서 보자면 전자는 중국과의 공조를 통한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을, 후자는 중국과 북한을 기본적으로 동일한 이해를 가진 행위자로 인식하고 전략을 짜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현하의 국제정치경제질서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이 주도하고 있고, 이 두 국가의 관계는 협력과 갈등의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어떤 측면에 방점을 두는 가에 따라 서로 다른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
중국에 대한 북한의 애정공세또 전면적인 협력 혹은 갈등 국면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상대적인 비중의 문제라면 몇 가지 변수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문제는 중국의 판단이다. 정부 수준이 아닌 차원에서 위의 두 가지 견해가 동시에 표출되고 있다. 이는 중국 정치의 맥락에서 살펴보자면, 여러 의견의 표명을 허용한다는 자체가 고민 중이라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한편 현하의 국면이 중국을 곤혹스럽게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북한의 자신감에 찬 대담한 애정 표현이다. 한 마디로 국면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최도 지도부의 교체가 진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다소 불쾌하고 당황스러울 수 있는 것이었다. 북한이 제3차 핵실험으로 중국에 던진 메시지는 "우리와 함께 갈래? 너의 입장은?"로 해석이 가능하다. 기존에는 안보와 경제성장을 위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주되게 추진하던 전략을 보였다. 북한은 중국이 이를 해결해주면 같이 가겠다는 의사, 즉 전략의 전환 가능성을 분명히 표현한 것이다.
물론 이는 내부 사정의 어려움에서 나온 노림수일 수도 있지만, 이미 핵 확산 단계로의 진입 가능성을 공언하고 이를 시위한 만큼 북한이 약소국이라 하더라도 그 위상이 달라졌다고 평가한다면, 북한의 이런 태도는 중국으로서는 고민이 안 될 수가 없다.
대미 외교 중시하는 중국의 외교라인
더구나 일부 언론 보도에서 확인됐듯이, 북한이 핵 실험 과정에서 이란 등 다른 국가와 연계하고 있는 것도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하나의 측면이다. 자칫하면 중국을 건너 뛸 수도 있는 상황이다. 또 한미정상회담 직후와 한중 정상회담 전 그리고 미중 정상회담 직전인 지난 5월 제3차 북한의 핵실험을 총괄 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특사로 보낸 것도 최소한 북한의 적극성을 보여준다 하겠다.
향후 북한은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게도 매우 적극적으로 현 상황을 주도하기 위해 마치 중국 전국시대 장의와 소진처럼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중국이 합종책을 택할지, 연횡책을 택할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현재 중국 외교 부문의 컨트롤타워인 외사공작영도소조는 최고 지도자인 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시진핑을 비롯해, 양제츠 국무위원, 외교부장 왕이 등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인업 자체로만 보면, 특히 각각 미국과 일본통으로 알려진 양제츠와 왕이 등은 대국관계를 중시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과의 외교에 가장 큰 방점을 두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저우언라이의 외교 담당 비서이자 중국의 대표적 외교관 중 한명인 쳰자둥의 사위인 왕이는 6자 회담 중국측 대표, 주일 대사, 국무원 타이완 판공실 주임 등을 역임하여 주변국 문제와 관련해 상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시진핑은 대외전략에 관한 정책 정향상 이전 시기보다 상대적으로 주동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듯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후진타오 집권 시기부터 형성된 정치 관례에 따르면 최고 지도자는 집권 후반기, 즉 시진핑에게는 2017년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일정한 노선이 표면화된 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당장의 급격한 노선 변화는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한 문제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와 김정은의 방중 성사 여부를, 중장기적으로는 현재 진행 중인 북중 양국의 대표적인 경협 사례인 나선과 황금평·위화도 지역 공동개발 사업의 추진 상황을 양국간 상황을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중정상회담에서 명심할 것한 마디로 중국은 현재 앞서 말한 두 가지 전제에 입각한 선택 중 어느 것이 자국에 이로울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고민의 결과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격랑이 몰아닥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가올 한중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선 중국의 판단이 어떤지를 다각도로 면밀하게 분석하는 것이다. 현재 중국은 고민 중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파악이 힘들다면 여러 가능성에 대한 각각의 시나리오를 작성해 대비해야 할 것이다.
명심해야 한다. 중국은 독자적인 국익을 추구하는 합리적인 존재이다. 또 주동적인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서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독자적 솔루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 방향은 지나치게 국제화되어있는 한반도 문제를 한반도화 시키는 것일 것이다. 모든 것이 불확실할 때 상책은 가능한 것부터 챙기는 것이 아닐까.
이런 맥락에서 6월 6일 북한의 당국자 회담 제의에 한국이 장관급 회담 제의로 호응한 것은 일단 평가될 만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주장환님은 한신대 교수이면서 코리아연구원 기획위원입니다.
이 글은 코리아연구원 홈페이지에도 함께 실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