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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위기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대화국면의 미래는 아직 밝지만 않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코리아연구원과 함께 위기극복과 대화국면 조성의 가능성을 타진해보기 위한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러시아, 중국, 북한, 미국, 일본의 대한반도정책을 전망해보고 정책결정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과 조직을 살펴볼 것입니다.

이번 기획에는 윤성학(러시아·고려대학교 러시아CIS 연구소 연구교수), 주장환 (중국·한신대교수), 장용훈(북한·연합뉴스 기자), 양기호 (일본·성공회대교수), 김준형 (미국·한동대교수) 등 국가별 전문가들이 참여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고립되는 일본외교

한·중·일 신정권이 출범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아직 본격적인 대화국면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한·미(5월 7일), 미·중(6월 7일), 한·중(6월 27일 예정) 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리고 있지만, 일본과 북한이 배제되면서 절름발이식 양자 간 대화만 두드러지고 있다. 일본과 북한 간에도 상호대화가 엇박자내기는 마찬가지다. 5월 15일, 일본은 북한에 이지마 이사오(飯島勳) 특사를 보내서 대화를 시도했지만, 6월 16일 북한은 일본을 제쳐놓고 되레 미국에 북미 간 고위급회담을 제안하였다.

북한에도 밀려난 일본외교의 고립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미국의회 보고서나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등의 언론은 일본의 지나친 우경화로 한·중간 갈등을 빚고 있으며 미국의 국익을 손상시킬 우려가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전시 여성인권 침해로 보는 미국은 하시모토(橋下徹) 오사카 시장의 발언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세계각국의 비판을 의식한 듯, 6월 초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국방장관 회의에서 오노데라(小野寺五典) 일본방위상은 아시아각국의 전쟁피해에 통절한 반성을 강조하면서, 일본유신회와 일선을 긋는 등 유화적인 외교제스처를 보였다.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5월 16일 이지마 이사오(飯島勳) 일본 특명 담당 내각관방 참여(參與·자문역)를 면담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5월 16일 이지마 이사오(飯島勳) 일본 특명 담당 내각관방 참여(參與·자문역)를 면담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연합뉴스

지나친 중국 견제와 북한 때리기

첫발을 잘못 디딘 아베외교의 근본을 들여다보면 지나친 중국 견제나 북한 때리기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아베 수상의 '전략외교'는 외교의 목적을 안전보장의 확보에 두고 있다. 더구나 아베는 중국을 포위하고자 유럽 NATO의 아시아판 만들기에 관심이 높다. 중국을 견제하고자 취임 후 5개월간 해외 10개국을 방문했고, 12개 국가수뇌와 정상회담을 했을 정도다.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제5회 아프리카개발회의에 모인 각국 수뇌들에게 1.4조엔에 이르는 정부개발원조(ODA)를 약속하였다. 러시아, 호주, 인도를 방문하면서 정상회담을 거듭하고 있으며, 엔차관과 ODA를 무기로 베트남과 미얀마에까지 경제협력을 제안하고 있다. 중국도 이에 대항하고자 시진핑 주석이 러시아를 방문한 데 이어 왕이(王毅) 외상은 타이와 인도네시아를 공식방문하였다.

아베외교의 문제점은 국가 간 갈등을 물리력으로 해결하려는 심리가 짙게 깔린 데서 나오고 있다. '전략외교'는 자국의 군사적인 안전보장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대중국 강경 대응과 북한핵기지 선제공격, 집단적 자위권과 헌법개정은 신뢰구축보다도 국방능력을 선호하는 심리구조를 말해준다.

6월 7일, 일본정부는 미국을 모방한 국가안보회의(NSC) 설치 법안을 통과시켰다. 외교안보 관련 정보수집과 분석을 강화하고, 위기관리를 위한 사령탑을 설치하여, 수상이 직접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사무국 100명 규모의 NSC는 수상, 관방장관, 외상, 방위상 4명이 참석하는 회의에서 주요 정책이 결정된다. 고이즈미 전수상이 추진해 온 관저주도 외교정책이 부활한 것이다.

외상을 제치고 수상이 주도하는 일본외교

일본국 헌법 제73조에 따르면 일본 수상은 수시로 외교정책에 개입할 수 있다. 국가를 대표하여 각국 수뇌와 회담하고, 매년 정상 서미트에 참가한다. 중요한 외교정책은 반드시 수상의 판단이 우선시된다. 수상이 외교 문제에 직접 개입하는 경우가 많아서, 일본외무성에는 2명의 외상이 있다고 말한다. 제1외상은 수상이며, 제2외상은 외무대신을 가리킨다.

그러나 외교정책 결정에는 수상관저와 외무성 간 적절한 권력균형이 필요하다. 수상관저가 잘못된 대외인식에 기초하여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비밀외교는 적지 않은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 동북아시아 주요국과 외교갈등이 장기화될 전망이며, 일본외무성은 이지마 특사의 방북 과정에서 거의 배제되었다.

수상관저내 외교정책 결정과정은 아베 수상 본인과, 오른팔격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외정담당 관방부장관, 내각관방 참여(参与)로 아베 신임이 두터운 야치 쇼타로(谷内正太郎) 전 외무차관과 이지마 이사오 전비서관, 가네하라 노부가쓰(兼原信克) 외교안보담당 관방부장관보 등이 핵심라인을 구성한다.

세코 히로시게 관방부장관은 3선의 참의원이다. 2006년 제1차 아베내각에서 수상보좌관으로 해외 정상회담을 수행하면서 외교 문제를 보좌한 적이 있다. 오사카출신으로 아베수상에 대한 충성심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아베외교를 주도하는 핵심인물은?

 지난해 11월 29일 일본 정당 지도자 토론회에 참석한 자민당 총재 아베 신조.
지난해 11월 29일 일본 정당 지도자 토론회에 참석한 자민당 총재 아베 신조. ⓒ 연합뉴스/EPA

실제로 아베외교를 주도하는 핵심은 야치 쇼타로 내각관방 참여다. 그는 외무성 사무차관출신으로 그림자 외상이라고 불릴 정도다. 아베 1차 내각과 아소 내각기 3년 동안이나 사무차관을 지내면서 가치관외교, 자유와 번영의 호 등, 이론과 현실면에서 미일동맹을 기반으로 중국포위망을 구축하는데 핵심역할을 맡았다.

이지마 이사오 방북특사는 고이즈미 전수상의 오랜 비서출신으로 북한문제를 다루어 온 경험이 풍부하다. 관방부장관보에는 아베와 같은 야마구치현 출신이자 전 외무성 국제법국장인 가네하라 노부가쓰가 움직이고 있다. 가네하라는 전략외교를 강조하는 야치 외교팀의 핵심인물로, 주한 정무공사 시절에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를 추진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다.

일본외무성은 역시 한·일관계를 다루는 가장 중요한 부서다. 기시다 외상, 아시아대양주국, 그리고 북동아시아 과로 정책 라인이 이어진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은 1957년생으로 와세다 법학부를 졸업한 히로시마의 정치명문가 출신으로 3세의원이다. 당선6회로 정치경험이 풍부하며, 아베 수상과는 중의원 당선 동기다.

헌법개정이나 집단적 자위권을 주장하지만, 극우파 정치인들과 거리를 두면서 당내 온건파로서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아시아 대양주국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국장은 오랫동안 한일관계와, 북한문제를 다루어 온 최고의 전문가다.

일본외교의 분기점이 될 7월 참의원선거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나 대일외교 3원칙은 일본국내에서는 '일본배제론'으로 비치고 있다. 일본은 한국정부가 처음부터 중국을 중시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일본보다 중국을 먼저 방문하는 것은 박근혜정부가 처음이다. 한중관계보다 우선순위가 낮아진 빛바랜 한일관계의 위상을 상징하고 있다.

더구나 한·중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6월 5일 양국 군 수뇌부가 전략적인 군사협력에 합의한 것이 일본에서 크게 보도되었다. 일본정부는 오바마 2기 집권기에 친중파인 케리 국무장관, 헤겔 국방장관이 입각하면서 미·중간 협력체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미·중, 한·중 관계의 귀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일 관계가 회복될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외교당국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한·일 양국에서 관저주도 정책결정이 늘어나면서 한·일의원연맹이나 일·한의원연맹의 역할도 눈에 띠게 줄어들었다. 황우여 회장이 가끔 일본을 방문하지만 양국관계 회복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일·한의원연맹도 당선10회의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郎) 회장과 고무라 마사히코 전외상, 가와무라 다케오 자민당 간사장 등 쟁쟁한 거물급이 포진하고 있으나 아베수상의 빗나간 외교관을 바로잡기에는 역부족인 현실이다.

7월 21일 치러질 일본 참의원 선거는 한·일 관계의 분기점이 될 것이다. 아베수상에 대한 지지도는 아직 높은 편이지만, 아베노믹스의 패색이 짙어지면서 참의원선거 결과, 자민당과 공명당을 합친 연립여당 의석수가 기껏해야 과반수정도 확보할 전망이다.

개헌주장은 자민당 내에서 확산하지 않고 있으며, 공명당의 반대가 완강하여 중도 포기로 끝날 수 있다. 궁지에 몰린 아베외교의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 일본 정계와 매스컴에서 아시아 각국과 외교갈등을 일으킨 데 대한 정권책임론이 점차 부상하고 있다. 금년도 하반기 이후, 아베외교가 한국, 중국과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양기호님은 성공회대학교 교수입니다. 이 글은 코리아연구원 홈페이지(knsi.org)에도 함께 게재됩니다.



#일본 외교#아베 외교#이지마#일본 국가안전보장회의#참의원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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