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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견서 수술이 필요할 수 있고,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다.
의사소견서수술이 필요할 수 있고,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다. ⓒ 고기복

"사장님 병원에서 치료받게 해 주세요."

"야, 그렇게 일할 거면 그만 둬. 내일부터 나오지 마!"

두 달 넘게 병원을 오가며 찔끔찔끔 치료를 받았지만, 호전될 기미가 안 보이자, 지난 주 바트는 의사진단서를 떼어 사장에게 보여주었다. 진단서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으며,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었다.

매일 오후 3시부터 자정까지 떡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을 하는 바트가 처음 치료를 받으러 갔을 때 의사가 내린 진단명은 습진 증상의 '접촉성 피부염'이었다. 쌀가루 등을 반죽하느라 손에 물을 묻히고, 반죽된 쌀가루를 시루에 넣고, 시루에서 나오는 뜨거운 떡을 자를 때마다 손에 다시 물을 묻혀야 하는 작업을 반복하다 보니 생긴 병이었다.

바트의 손바닥은 물집이 잡히면서 갈라지고, 껍질이 일어났고, 손가락을 굽히고 물을 묻힐 때마다 통증을 느낄 정도로 증상은 점차 악화되기 시작했다. 손바닥 증상이 눈에 띄게 악화될 때마다 사장의 허락을 얻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효과는 잠시 뿐이었고, 완치되지 않았다.

손바닥에 물이 마를 날이 없어서 작업 특성상 물을 적실 수밖에 없어서 생긴 증상
손바닥에 물이 마를 날이 없어서작업 특성상 물을 적실 수밖에 없어서 생긴 증상 ⓒ 고기복

그런 바트는 두 달 전 병원에서 수술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지속적으로 느껴졌던 팔뚝과 손목 통증이 그저 손목을 삐었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여겼던 바트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이었다. 사실 일이 없는 오전에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병원에 갔다가 오는 것도 눈치가 보였던 터라, 2주간 입원치료를 해야 한다는 말을 사장에게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렇게 아픈 상태로 두 달을 버티는 동안 통증의 강도는 견딜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바트는 용기를 내어 수술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각오를 사장에게 전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는 해고통보였다.

해고통보를 받은 바트는 어찌할 줄 몰랐다. 바트는 이번 해고통보로 자신이 불법체류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들어온 후 사업장을 바꾼 게 3번이라, 앞으로 더 이상 바트에겐 사업장 변경이 허락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인 바트는 떡집 사장에게 해고를 철회해 줄 것을 호소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했지만, 너무 억울했다.

결국 산재신청을 받아들인 사장

회복중인 손바닥 상태가 혼전되긴 했어도 여전히 손바닥이 갈라지고 있다.
회복중인 손바닥상태가 혼전되긴 했어도 여전히 손바닥이 갈라지고 있다. ⓒ 고기복

그 일로 바트는 이주인권단체에 상담을 의뢰했다. 상담 과정에서 바트는 자신이 부당 해고됐고, 산재 신청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원 단체에서는 사장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사장의 대꾸에 어이없어 했다.

"병원에서 치료받으라고 한 지가 두 달이 더 지났는데,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니까, 낫지 않는 거잖아요? 그런 사람에게 그만두라고 하면 부당해고예요. 2주 정도는 손에 물 안 묻히고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산재신청해 주세요. 4일 이상 가료가 필요할 때는 산재 신청을 할 수 있거든요."

"제조업이라는 데가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것저것 다 봐 주면서 어떻게 사람 써요. 얘들이 그런 걸 알고 자꾸 아프다고 병원 간다고 하니까, 그만두라고 한 거지. 그냥 그만두라고 한 게 아니라고. 그렇게 아픈 사람을 계속 쓰라고 하면 나 같은 사람만 억울하지..."

"바트씨가 아픈 게 일을 하다 아픈 거잖아요. 처음에 생긴 접촉성 피부염은 물을 매일 묻히기 때문에 생긴 거고, 손목 염좌나 근육 이상은 그곳에서 일을 하면서 악화된 거잖아요. 제 때 치료를 받게 해 주셔야 사람들이 오래 일하지, 아프다는데 그만두라고 하면서, 인력난 이야기하시면 안 되죠."

"아~XX, 그런 걸 인정해 주면 다들 아프다고 하고, 일 안 하겠다고 한다고. 우리 같은 데는 한국 사람들이 안 와. 애들이 그걸 알고 이것저것 해달라는 건데, 자꾸 옆에서 거들면 안 되지."

수십 분간의 통화 끝에 상담단체에서는 사측에서 산재신청을 기피하면, 고용주 서명 날인없이 사유서를 써서 재해 당사자인 바트씨가 직접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하게 하겠다고 전달했다. 그럴 경우 사업주는 과태료 1000만 원 이하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과, 외국인력 고용 제한까지 걸릴 수 있다는 설명도 했다.

결국 사장은 산재신청을 해 주겠다고 물러섰다. 부당해고 건도 철회하고, 치료가 끝나면 본인 의사에 따라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장의 약속에 따라 하루 빨리 치료를 시작하라는 권유에도 바트는 산재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치료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만일 치료가 시작된다면 의사진단서가 나온 지 석 달 가까이 지나서야 바트는 치료를 받게 되는 셈이다. 바트는 치료를 제대로 받고 다시 일을 할 수 있을까? 아직도 긴가민가한 것은 그동안 당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습진#이주노동자#산재#부당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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