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100MB로 어떻게 1주일을 버티지?" 지난달 23일 비상이 걸렸다. 1.5GB(기가바이트)에 이르는 데이터 기본 제공량을 거의 소진해 고작 97MB만 남긴 것이다. 이제껏 데이터 양을 초과해본 적이 없던 나로선 큰 충격이었다. 지난 3주 동안 1.4GB를 썼으니 단순 계산해도 400MB 정도는 더 필요한 데 추가 요금만 8000원(1M당 20원)이다.
일단 극약 처방을 썼다. 스마트폰에서 LTE를 포함한 셀룰러 데이터 접속을 완전차단한 것이다. 일단 음성 통화에는 문제없고 인터넷은 와이파이(무선랜)로 접속하면 된다는 계산이 깔렸다.
3주 동안 1.4GB 쓰고 1주 동안 30MB... 결국 마음먹기 나름?처음 하루 이틀은 잘 버텼다. 주로 와이파이가 통하는 지하철로 이동하거나 주로 실내에 있었기 때문에 무선인터넷 접속이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데도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그런데 셋째 날 잠시 LTE에 접속한 순간 큰 실수를 깨달았다. 요 며칠 놓친 '문자메시지'들이 한꺼번에 쏟아진 것이다. 그 가운데는 중요한 브리핑 계획도 있었다. 단문메시지(SMS)와 달리 셀룰러 데이터망을 이용하는 멀티메시지(MMS)는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작전 변경. 좀 불안하긴 했지만, LTE 접속을 허용한 상태에서 최대한 사용을 자제하기로 했다. 다행히 새는 데이터는 많지 않았다. 접속 허용 후 지난 28일까지 3일동안 취재현장을 돌아다니며 쓴 LTE 데이터 양은 10MB를 넘기지 않았다. 야외 활동이 많았던 주말 사이 20MB를 더 쓰긴 했지만, 30일 오후 7시까지 66.6MB를 남겨 한도를 지킬 수 있었다.
지난 1년 데이터 사용량을 점검해보니 LTE 스마트폰으로 갈아탄 시점에서 급증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지난해까지 3G(3세대) 스마트폰을 쓸 때는 기본 500MB도 충분했다. 데이터 이월로 최대 1GB까지 쓸 수 있었지만 한 달 400MB를 넘겨본 일이 거의 없었다.
기본 제공량이 1.5GB로 3배 늘어난 탓일까? 지난해 12월 LTE로 넘어오면서 데이터 사용량이 월평균 1GB로 2배 이상 늘더니 지난 4월부터는 1.3GB를 넘어 한도에 육박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달엔 1주일이나 남겨두고 사용량이 위험 수위에 도달한 것이다.
LTE 시대 데이터 사용량 급증... 문제는 와이파이야!주변 사람들 사정도 비슷했다. LTE를 쓰는 회사 후배도 기본량이 6.5GB지만, 지난 5월 겨우 100MB 정도만 남았다고 했다. 여전히 3G 스마트폰을 쓰는 아내 역시 몇 달 전 500MB 데이터 한도를 초과해 매달 1~2만 원씩 추가 요금을 내기도 했다.
실제 지난 2011년 7월 3G보다 최대 5배 빠른 LTE 도입 이후 1인당 데이터 평균 사용량은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LTE보다 속도가 2배 빠른 'LTE-A(LTE 어드밴스드)' 시대에 열리면 데이터 사용량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데이터 사용량을 갑자기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데이터 용량이 큰 HD급 동영상이나 음악파일 실시간 감상, 고용량 사진 주고받기가 주범으로 꼽힌다. 3G 때는 답답한 속도 탓에 엄두도 내지 못하던 일들이 LTE 시대엔 자연스럽게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예전에 3G로 사진이나 음악 파일을 주고받으려고 하면 시간이 너무 걸려 중도 포기하기 일쑤였지만 LTE는 도중에 멈출 틈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동영상 재생 속도도 빨라 굳이 와이파이를 찾아다닐 필요도 없다.
상대적으로 느려진 와이파이도 한몫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지하철역이나 전동차처럼 사람이 많이 몰린 곳에선 이통3사가 제각각 제공하는 무료 와이파이 속도가 급격히 느려져 아예 꺼두는 이들도 많다. 결국, 와이파이 연결 상태가 좋은 곳에서조차 LTE 데이터에 접속하게 한다.
이통3사는 저마다 와이파이를 증설하고 속도를 개선하고 있다지만 LTE-A 조기 서비스나 광대역 주파수 확보 같은 돈 되는 일에 쏟는 열정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 개인적인 이유도 있다. 요즘 들어 'USB 쉐어링'이나 '핫스폰' 사용도 늘었다. 취재 현장에서 노트북PC를 쓰다 보면 와이브로나 와이파이 접속이 안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스마트폰을 '핫스팟'으로 활용하는데, 이때 소모되는 데이터 사용량도 적지 않다. 아무래도 PC에선 달리 고용량 데이터를 주고받는 데 별다른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또 최근 들어 아이폰 아이메시지나 페이스북, 카카오톡, 라인, 마이피플 같은 소셜 메신저 사용이 늘면서 고용량 사진이나 동영상을 주고받는 일이 부쩍 늘었다. 요즘 스마트폰 카메라도 보통 500만~800만 화소에 이르다 보니 사진 1장 용량도 1~2MB가 보통이다.
데이터 2배? 뜻밖의 선물이 달갑지 않은 까닭때마침 KT는 7월부터 일부 요금제에 한해 한시적으로 데이터 제공량을 2배 늘려준다고 한다. SK텔레콤도 가입자끼리 데이터 선물하기 기능을 도입했고 이통3사 모두 기본 데이터 양을 초과하면 속도를 제한하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도 선보였다.
문제는 습관이다. 이처럼 한시적인 이벤트나 비싼 요금제에 기대 데이터 사용량을 무작정 늘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평소 쓸데없는 데이터 사용을 줄이고 적게 쓰는 습관도 필요하다.
일단 답답하더라도 와이파이는 항상 켜두자. 특히 HD급 동영상이나 사진 전송은 가급적 와이파이를 이용하는 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LTE 데이터 접속 자체를 아예 차단하기보다는 모바일 앱 자체에서 셀룰러 데이터를 통한 접속을 차단해두면 도움이 된다. '아이튠스'나 'N드라이브' 같은 프로그램들의 자동 동기화 기능도 와이파이에서만 허락하는 게 좋다.
아울러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빠져나가는 '데이터 도둑'도 잡을 필요가 있다. 애플이 이달 초 발표한 차세대 운영체제인 iOS7에는 앱 별로 셀룰러 데이터 사용량을 보여주고 셀룰러 데이터 접속을 차단하는 기능도 도입했다. 지금도 'Onavo' 같은 앱 데이터 관리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에서 앱별로 새는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다.
요즘 '데이터 선물'을 누가 마다할까. 더구나 갑자기 데이터 한도가 2배 늘어난다는데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늘어난 데이터만 믿고 흥청망청 쓰다 4개월 뒤 다시 예전처럼 한도가 줄어도 뒷감당을 할 수 있을까? '음성 무제한' 시대, 데이터는 곧 돈이고 한번 빠진 습관을 바꾸긴 쉽지 않다. 뜻밖의 데이터 선물이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