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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마이크 뿌리치는 국정원 직원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가 지난 1월 4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수서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마이크 뿌리치는 국정원 직원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가 지난 1월 4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수서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대선을 엿새 남겨둔 지난 2012년 12월 13일. '인터넷 댓글 공작' 의혹을 받고 있던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는 수서경찰서에 노트북 1대와  데스크탑 컴퓨터 1대를 증거로 임의제출했다. '임의제출'이란 압수수색영장에 의하지 않고 증거를 제출하는 것을 가리킨다.

앞서 김씨의 강남 오피스텔을 찾아냈던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당시 "김씨의 노트북뿐만 아니라 핸드폰까지 압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씨가 사용하던 스마트폰은 압수목록이나 임의증거제출에서 제외됐다. 이후 경찰과 검찰은 주로 김씨의 컴퓨터 분석에만 매달렸다. 이를 두고 "수사기관이 중요한 증거물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스마트폰 지급으로 보안 사각지대 생겼다"

기자는 김씨가 노트북 등을 증거로 임의제출한 지 이틀 뒤인 12월 15일 여의도 모처에서 전직 국정원 직원 A씨를 만났다. 그는 국정원의 인터넷 댓글공작 의혹을 가장 잘 알고 있던 인물이었다. 국정원 3차장 산하의 심리정보단(심리전단)이 심리정보국으로 확대개편되는 과정을 설명하던 그가 이런 얘기를 내놓았다.

"국정원 직원들은 노트북을 반입할 수 없다. 게다가 스마트폰을 휴대할 수도 없다. 그런데 심리정보국 직원 70여 명에게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다 지급했다."

A씨는 이를 두고 "국정원에 보안의 사각지대가 생겼다"고 표현하면서 "이렇게 보안의 사각지대를 감수하고 스마트폰을 지급할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에 보니까 스마트폰은 제출하지 않고 노트북만 증거로 제출했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직원들에게 스마트폰을 분명히 지급했다. 보안에 저촉됨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을 지급한 것은 그에 부합되는 용도나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증거로) 절대 안준다. (국정원에서는) 노트북만 제출하고 스마트폰은 개인 것이기 때문에 안준다고 한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노트북과 함께) 중요한 증거물 가운데 하나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국정원에서 심리정보국 직원들에게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지급한 것은 '댓글작업, 리트윗 등의 편리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직원들에게 "IP가 추적되니까 집에서는 (인터넷 댓글작업 등을) 절대 하지 말라"며 이동성 등에서 큰 장점이 있는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정원은 심리정보국 소속 직원들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국정원의 한 간부는 "심리전 업무를 하다 보면 장소를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노트북을 지급했다"며 "하지만 스마트폰은 지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김씨의 스마트폰은 우리가 지급한 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구입한 것이다"라고 말한 뒤, "스마트폰으로 그 업무(인터넷 댓글작업 등)를 했다면 검찰에서 그걸 못 찾아냈겠나?"라며 "심리전 업무는 노트북을 가지고 하면 된다"고 해명했다.

또다른 간부는 "국정원에서는 스마트폰을 절대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급할 수도 없다"라며 "카메라 기능이 없거나 그 기능을 없앤 2G 핸드폰만 원내에 반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정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지급 의혹은 가시지 않는다. A씨는 "스마트폰으로도 댓글작업을 했다"며 "스마트폰은 와이파이를 이용하면 추적이 안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진화하는 국정원 공작

 경찰서 증거품으로 놓인 스마트폰들 (자료 사진)
경찰서 증거품으로 놓인 스마트폰들 (자료 사진) ⓒ 연합뉴스

경찰과 검찰수사로 그 실체의 일부가 드러난 국정원 댓글공작 사건은 '온라인 공작'이라는 새로운 특징을 갖고 있다. 그동안 국정원의 공작은 주로 '오프라인'으로 이루어졌다. '북풍', '총풍' 등으로 이름붙여진 공작들이 그랬다. 반면 국정원 댓글공작은 '전통적인 공작'과는 달랐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포털사이트 등 '인터넷'이 공작의 주요무대였다. 인터넷 여론조작을 통해 선거 등 국내정치에 개입하는 '온라인 공작'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온라인 공작은 특히 여론영향력이 부쩍 커진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도 이루어졌다. 검찰이 찾아낸 트위터글만 해도 320여 건이고, YTN과 <뉴스타파>에서는 각각 2만여 건과 23만여 건을 복원했을 정도다. 이는 그만큼 SNS에서 국정원의 댓글공작 활동이 활발했음을 보여준다. 정보통신기술(IT)의 발전이 정보기관의 공작을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는 최근 국정원 직원들의 스마트폰 사용이 크게 늘어났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국정원의 대변인도 "스마트폰을 쓰는 직원이 상당수 있다"며 직원들의 스마트폰 사용이 증가한 것만은 사실로 인정했다.

- 정보수집요원(IO)들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하나?
"안한다. 다만 원내로 가지고 들어오지는 못하지만 스마트폰을 쓰는 직원은 상당수 있다. 밖에서 쓰는 건 자유다."

- 스마트폰 구입비, 요금 등을 지원하지는 않나?
"안한다."

- 스마트폰으로 댓글작업 등을 했다는 주장이 있다.
"노트북 가지고 하면 된다. 스마트폰으로 그 업무를 했다면 검찰이 못찾아내겠나? 노트북은 타이핑이 쉬운데 핸드폰은 타이핑이 얼마나 어려운가."

- 스마트폰으로는 트위터에서 리트윗(RT)을 쉽게 할 수 있지 않나?
"그런 거 하는지 안하는지 모르겠다. 했다면 검찰이 다 찾아내겠지."

검찰은 지난 6월 14일 수사결과 발표에서 "국정원 직원이 사용하는 트위터 계정에 정치 관련 글 320여 개가 발견돼 최종확인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확인결과를 공소장에 추가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스마트폰, 정보기관의 일상적 공작을 가능케 하는 도구?

흥미로운 사실은 기자가 알고 있는 국정원 직원들이 대부분 지난 2011년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B씨는 "2011년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데 나보다 일찍 사용한 직원들도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직원인 C씨는 지난 2011년 말 이후 스마트폰을 개통한 데 이어 자신이 맡고 있는 언론사 기자들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잉(following, 친구맺기)했다.

국정원 직원들의 스마트폰 사용이 늘어난 시기는 아이폰 판매 이후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되고, 이를 통해 트위터 등 SNS 영향력이 커져가는 때와 대체로 일치한다. 특히 지난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가 당선된 직후 그 선거결과에 SNS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언급한 국정원 직원 C씨가 스마트폰을 개통해 트위터 계정을 만든 것도 그 즈음이었다. 이를 통해 담당 언론사 기자 등의 트위터 동향을 파악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C씨는 기자에게 특정 기자의 트위터글을 자주 거론하며 논평했다.

게다가 스마트폰은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트위터에서 리트윗(RT, 남의 글을 재전송하는 행위)하거나, '오늘의 유머'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찬성-반대'를 클릭하는 데 아주 편리하다. 검찰수사와 언론의 추적 결과, 국정원은 "이슈와 논지"를 생산하는 핵심계정과 여론확산을 위해 리트위하는 계정 등으로 나뉘어 '온라인 공작'을 벌여온 것으로 추정된다.

B씨는 "심심하기도 하고, 주위에서 카톡 안한다고 타박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됐다"라며 업무용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트위터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흔적이 대거 발견된 점을 헤아릴 때 스마트폰이 온라인 공작의 도구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있다. 더 나아가 심리정보국 소속뿐만 아니라 국내정보를 다루는 직원들까지 '온라인 공작'에 동원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스마트폰이 '일상적 공작'을 가능케 한 도구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직 국정원 직원 D씨는 "스마트폰은 시도 때도 없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유포속도를 높일 수 있다"며 "개인별로 스마트폰을 구매하고 구입비, 요금 등을 우회적으로 지원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어찌 보면 스마트폰을 지급하고 안하고는 문제가 아닐 수 있다"라며 "밖에서 그 스마트폰으로 댓글을 달거나 트위터글을 리트윗하는 것을 정보기관의 고유업무로 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스마트폰#트위터#심리정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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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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