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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부터 남원의료원 정상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남원 공설운동장 조명탑에 오른 이용길 남원의료원 부지부장
2일부터 남원의료원 정상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남원 공설운동장 조명탑에 오른 이용길 남원의료원 부지부장 ⓒ 문주현

"결국 올라갔구나. 이 땅에서 방법이 없으니 노동자들이 계속 철탑에 오르는 것 아니냐. 남원의료원 노동자를 고공에 오르게 한 것은 김완주 도지사와 남원의료원 사측이다."

남원의료원 사태, 쟁점은?
남원의료원도 진주의료원처럼 '적자 문제'로 갈등에 휩싸였다. 경영진은 적자를 이유로 의료원 내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노조는 의료원장 연임을 노리는 정석구 원장을 반대하고 나섰다. 정석구 원장은 지난해 노조와의 단체협약 체결을 거부하고 최근 단체협약 자체를 해지한 바 있다.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남원의료원지부 이용길 부지부장이 남원 공설운동장 조명탑에 오른 지 나흘째인 지난 4일 밤(관련기사 : 남원의료원 노조, 40m 고공농성 들어가). 전북도청 로비에서 연좌농성에 들어간 오은미(통합진보당) 도의원이 착잡한 심정을 전했다.

"남원의료원 노사 갈등이 불거지고 사무감사에서 지적을 해도 개선이 없고, 남원의료원 사측은 노조를 대화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도의원이 이렇게 무력감을 느끼는데 직원들이 느끼는 무력감은 어떻겠느냐. 도민을 대표하는 의원들한테 이렇게 하는데 힘 없는 도민들을 대하는 태도는 안 봐도 뻔하다."

함께 연좌농성에 들어간 이현주(통합진보당) 도의원도 남원의료원이 파행을 거듭하는 것에 대해 느낀 점을 말했다. 두 의원이 연좌농성에 들어간 7월 4일은 남원의료원 새 원장 후보를 추천하는 임원추천위원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이날 추천위는 1순위와 2순위 후보자를 추천하고 도지사는 이들 중 한 명을 새 원장으로 임명한다.

 4일 오전부터 농성에 들어간 오은미, 이현주 도의원
4일 오전부터 농성에 들어간 오은미, 이현주 도의원 ⓒ 문주현

두 의원과 노조는 단체협약을 해지하고 창조컨설팅 등 노조 파괴 이력이 있는 노무법인과 계약해 노사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정석구 원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있다. 정 원장은 5명의 후보군 중 한 명이다.

당초 두 의원은 추천위가 끝나는 오후 5시께 추이를 봐서 농성을 끝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기자가 늦은 밤 두 의원을 찾았을 때 도청 로비에서 밤샐 준비를 마쳤다. 전북도 행정부지사로부터 정석구 원장을 새 병원장으로 임명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이현주 의원은 "원장에게 중요한 덕목은 리더십"이라며 "진정한 리더십은 직원과의 소통이다, 그런데 정 원장은 신뢰와 소통에 실패했다"고 재임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남원의료원, 의료서비스보다 돈벌이 생각해"

 4일부터 밤샘농성에 들어간 오은미, 이현주 도의원
4일부터 밤샘농성에 들어간 오은미, 이현주 도의원 ⓒ 문주현

"정 원장은 스스로 전북도가 구조조정에 대한 숙제를 내줬다는 말을 해왔다. 도민들을 위한 의료서비스와 복지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돈벌이로 보고 있는 것이다. 사실 도민들도 지방의료원과 민간병원과의 차이를 못 느낀다. 공공의료의 표준을 만들고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공공의료 서비스를 고민해서 공공병원을 정상화시켜야 하는 시점인데…."

이현주 의원은 남원의료원 사태를 공공의료의 위기로 진단했다. 남원의료원은 2012년 24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응급실·분만실·소아과 등 도외지에서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필수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남원의료원으로서는 불가피한 적자였다. 이 의원은 이 적자를 '건강한 적자'라고 표현했다. 도민들을 위한 의료서비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결국 답은 구조조정이다.

"건강한 적자를 만성적자로 본다면 인건비를 줄이고 구조조정을 벌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노사분쟁은 피할 수 없다. 직원들도 보다 나은 진료 서비스를 주고 싶어 한다. 그런데 퇴직에 따른 인력 충원, 간호사 숫자의 부족 등은 이런 서비스의 걸림돌이다. 결국 구조조정은 환자들에게 피해로 돌아간다."

남원의료원 노동자들도 적자에 따른 희생을 그동안 충분히 감내했다. 5년 동안 임금동결·연차반납·시간외 수당 반납·토요일 무급근무 등 노력을 벌인 것. 이 노력은 남원의료원의 적자 폭을 줄이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2008년 48억 원이던 적자는 2009년 33억 원으로 줄었고, 2011년 11억 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다만, 2012년 적자가 다시 26억으로 늘었는데, 이는 파업과 공익적 성격과 퇴직급여를 충당하기 위한 부채였다.

기간 적자 폭 감소를 두고 전북도는 정석구 원장의 경영 성과라고 표현했지만, 그 이면에는 직원들의 희생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노조도 지난해 12월 단체교섭 결렬로 인해 벌인 파업 당시 "한 달에 10일을 야간근무하고 간호사 2~3명이 80~90명의 환자를 돌볼 정도로 인력부족이 심각하다"며 "어떤 환자는 되레 간호사들에게 '밥은 먹고 일하냐'며 걱정을 해줄 정도"라고 희생에 따른 어려움을 밝힌 바 있다.

오은미 의원은 "최근 진주의료원 국정조사가 이뤄지면서 지방의료원 발전 방향을 고민하는 정치적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노사분쟁의 형태로 남원의료원 문제가 벌어진다면 제2의 진주의료원 사태도 시간문제"라며 "그렇게 된다면 김완주 도지사는 제2의 홍준표로 낙인이 찍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통분담·희생으로 적자 탈피? 악순환의 반복"

이현주 의원은 "전북도가 남원의료원 사태를 노사분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노사 갈등은 전북도와 정석구 원장이 적자 해소 방법을 잘못 선택한 것에서부터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통분담과 직원 희생으로 적자를 탈피하려고 하면 악순환만 반복된다"며 "필수 공공 의료영역은 전북도가 책임을 지고 지원해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 고통분담은 직원이 아닌 행정당국이 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전북도의 인식 전환이 필요함을 꼬집는 대목이다.

전북도는 최근 연 24억 원가량을 남원의료원에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지방세 감면 2억 원과 공중보건의 임금
5억 원도 포함됐다. 이런 상황에서 공익적 사업으로 인해 적자가 발생한다는 말은 맞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남원의료원 노조 관계자는 "병역 의무자인 공중보건의는 보건복지부에서 교부세로 나오는 것인데 전북도에서 지원항목이라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지방세 등 각종 부채도 남원의료원 의료설비 확충을 위해 생긴 것이다, 이자 2억 원을 감면한 것으로 남원의료원 의료서비스 향상에 책임을 다했다고 보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북도청 원천봉쇄, 모기향도 겨우 들여와

 두 의원을 만나려는 사람들이 전라북도에 의해 제지당해 만날 수 없었다.
두 의원을 만나려는 사람들이 전라북도에 의해 제지당해 만날 수 없었다. ⓒ 문주현

 CCTV를 통해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을 찍기 위해 조명을 손보고 있다.
CCTV를 통해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을 찍기 위해 조명을 손보고 있다. ⓒ 문주현

두 의원이 농성에 들어간 4일 오전, 남원의료원 노조를 비롯한 보건의료노조도 전북도청 정문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전북도청은 이들이 청사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정문을 봉쇄하고 후문 등에 인력을 배치해 노동자들의 출입을 원천봉쇄했다.

두 의원을 만나기 위해 찾은 남원대책위 일부 인사는 현장에서 출입을 제지당했다. 모기향 등을 전달하기 위해 찾은 통합진보당 관계자도 마찬가지였다. 이 과정에서 2시간가량 승강이가 벌어졌지만, 이들은 두 의원을 만날 수 없었다. 그리고 승강이가 끝난 오후 11시께 한 공무원이 의원들에게 모기향을 전달했다.

오은미 의원은 지인과의 통화에서 "지금 로비에 앉아서 모기 뜯기고 있다, 누군들 이렇게 하고 싶겠냐"며 "고상하고 우아하게 하고 싶은데, 결국 임원추천위원회는 하나의 수순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북도는 후보자는 추천위에서 결정한다고 하면서 책임이 없다고 하는데 답답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현주 의원도 "철탑에서 사고라도 날까봐 지금도 걱정"이라며 "어느 누구도 다치면 안 되는데…"라고 말했다.

오은미·이현주 전북도 의원은 5일 오후 3시 10분께 농성을 풀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남원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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