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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013학년도 1·2학년부터 학교에 2009 개정 교과교육과정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가 새롭게 바뀌었다는 얘기입니다. 내년에는 3·4학년 교과서가 바뀌고, 2015년에는 5·6학년 교과서가 차례로 바뀝니다.

올해 1·2학년 학부모들은 이미 경험하셨겠지만, 1·2학년에서 특히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1·2학년에만 있는 세 개의 통합교과인 바른 생활·슬기로운 생활·즐거운 생활 교과서를 지금까지처럼 따로 만들지 않고 세 개의 통합교과를 8가지 주제로 통합해 만든 통합교과서가 발행됐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1년동안 다달이 주제별로 한 권씩 8권의 통합된 교과서로 공부하게 돼 있습니다.

세 교과를 통합해서 하나로 만든 통합교과서는 지난 2007 개정 교육과정 당시 몇 개의 단원에서 시도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세 교과 내용을 통째로 통합해서 한 개의 주제별 교과서를 만든 것은 우리나라 국가수준교육과정 역사상 최초입니다.

교육내용을 통합해서 재구성해야 하는 이론적 배경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1·2학년 통합교과 교과서를 8가지 주제로 분류해서 획일적으로 통합해서 제시한 것에 오히려 통합의 근본 의미를 상실했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교육과정 통합재구성은 교사가 그 지역과 학교 실정에 알맞게 해야지 전국적으로 똑같은 주제를 획일적으로 제시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한 입으로 두 말하는 교과부

이보다 더 큰 논란은 다른 데 있습니다. 바로 평가영역에 관한 것입니다.  2009 개정 통합교과교육과정이 다른 교과교육과정에 비해 내용 체계에서의 '영역'을 확실하게 표현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교과교육과정에서 내용체계의 영역 제시는 평가영역으로 연결이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통합교과교육과정을 보면 '영역'이라는 말 대신에 '주제의 영역'이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학교현장에서는 통합교과교육과정이 그동안의 모든 교과교육과정에서 제시한 것과 다르게 내용 체계 영역을 설정해 놓고 있어서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그 결과 통합교과에 대한 평가영역에 대한 질의가 교육청과 교육부에도 끊이질 않았던 모양입니다. 교과부(예전 교육부)는 2012년 9월 3일 치로 각 시도교육청으로 보낸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관한 안내' 공문 붙임문서로 '20120903-전국 권역별 교육과정 핵심 요원 워크숍 질의응답' 자료 2번에 다음과 같이 통합교과 평가영역을 해석하고 있습니다.

'단위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교과부 공문 교과부(예전 교육부)는 2012년 9월 3일자로 각시도교육청으로 보낸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관한 안내’라는 공문 붙임문서인 ‘20120903-전국 권역별 교육과정 핵심 요원 워크숍 질의응답’ 자료
'단위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교과부 공문교과부(예전 교육부)는 2012년 9월 3일자로 각시도교육청으로 보낸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관한 안내’라는 공문 붙임문서인 ‘20120903-전국 권역별 교육과정 핵심 요원 워크숍 질의응답’ 자료 ⓒ 이부영

각 시도교육청은 지난해에 이 교과부 공문을 근거로 해서 각 학교에 이 내용을 그대로 공문으로 전달했습니다.

위 '질의응답' 자료에는 통합교과 평가영역에 대해서 두 가지 사항이 나와 있습니다. 첫째는 통합교과는 '평가영역이나 방법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다', 둘째는 그렇기 때문에 평가 영역은 '단위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그러나 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른 통합교과교육과정(교육과학기술부 고시 제 2011-361호 [별책15])의 내용체계를 보면, 8개의 대주제를 '주제의 영역'으로 보고 있으며, 역시 교과부에서 발간한 통합교과 교육과정의 성취기준과 성취수준 자료를 봐도 대주제별 영역으로 성취기준이 제시돼 있습니다.

2012년 9월 3일 치 답변에는 '평가영역이 설정돼 있지 않으니 자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했으면서, 2012년 12월에 교과부가 발간한 '2012 초등 1~2학년군 교과용도서 연수교재' 136~139쪽에는 평가영역이 8개의 대주제로 제시돼 있고, 이 교재 136쪽에는 네이스에도 세 교과마다 8개 주제를 입력하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질의응답에도 8개의 영역으로 하라고 돼 있습니다.

'평가영역은 8개의 주제 영역이다'라고 제시한 교과부 자료  2012년 12월에 교과부가 발간한 ‘2012_초등_1~2학년군_교과용도서_연수교재’ 136~139쪽에는 평가영역이 8개의 대주제로 제시 되어있고, 이 교재 136쪽에는 네이스에도 세 교과마다 8개 주제를 입력하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질의응답에도 8개의 영역으로 하라고 되어있습니다.
'평가영역은 8개의 주제 영역이다'라고 제시한 교과부 자료 2012년 12월에 교과부가 발간한 ‘2012_초등_1~2학년군_교과용도서_연수교재’ 136~139쪽에는 평가영역이 8개의 대주제로 제시 되어있고, 이 교재 136쪽에는 네이스에도 세 교과마다 8개 주제를 입력하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질의응답에도 8개의 영역으로 하라고 되어있습니다. ⓒ 이부영

이유불문, 교육부 공문에 따른다는 서울시교육청

1학기 평가가 마무리될 즈음인 지난 6월 말 학교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통합교과의 평가영역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에 문의한 결과, 서울시교육청은 교과부가 보낸 2012년 9월 3일 치 공문을 근거로 '학교단위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이어 2013년 7월 4일, 교육부 교육정책과 교육과정담당 ㅅ교육연구사와 전화통화로 문의했을 때도 평가영역을 학교자율로 결정할 수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지금까지 보면 교과부는 한 입으로 두 말을 하고 있습니다. 문서에는 통합교과 평가영역이 8개의 주제 영역으로 제시돼 있으면서 해석은 '학교단위로 자율적으로 할 수 있다'로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근거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평가영역은 당연히 '8개 주제영역'이라는 학회

그래서 이번에는 통합교과교육과정과 통합교과서를 연구하고 개발한 한국통합교육과정학회에 문의했습니다. 그랬더니 학회에서는 보내온 답은 당연하다는 듯이 통합교과의 평가영역은 8개 주제가 맞다면서, 교과부가 제작 배포한  '2012 초등 1~2학년군 교과용도서 연수교재'까지 보여주며 교과부에서도 이렇게 8개의 영역으로 해야한다고 제시하고 있다는 답을 보내왔습니다.

결국 현재, 1·2학년 통합교과교육과정을 연구개발하고, 교과서 집필 책임을 맡고 있는 한국통합교육과정학회와 교과부가 평가영역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왜 교육과정을 연구 개발책임을 맡은 한국통합교육과정학회와 교육부의 말이 다른 것일까요? '학교단위로 자율적으로 정해서 할 수 있다'는 교과부 답변의 근거는 무엇일까요? 현재 학교는 학회와 교육부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는 통에 혼란스럽습니다. 교육부 말대로라면 전국의 통합교과의 평가영역은 모두 다 다를 수 있게돼 있는데, 과연 내용까지 치밀하게 제시한 대한민국의 국가수준교육과정에서 평가 영역을 '학교단위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했을까요?

이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듣고 싶어서 현재 교육부 교육과정 담당자한테 다음과 같은 민원을 제기해놓은 상태입니다.

첫째, 위 2012년 9월 3일 치 공문 질의응답 내용에서 '초등학교 즐거운 생활의 경우 평가 영역이나 방법이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지 않는데?'라고 돼 있는데, 실제로 통합교과교육과정을 보면 이미 8개의 대주제를 평가영역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통합교과교육과정, 통합교육과정학회 답변, 1~2학년 연수교재). 그런데 이 질문은 '평가영역이 설정돼 있지 않은 것'으로 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질문은 어떤 과정으로 작성이 된 것인가요?

둘째, 위 2012년 9월 3일 치 공문 질의응답 답변에서 '다만 단위학교에서 교과협의회 또는 학년협의회를 통해 자율적으로 평가 영역을 정할 수 있음'이라고 돼 있고, 2013년 7월 4일자 교육부 교육정책과 교육과정담당 ㅅ교육연구사 답변도 '평가영역을 학교 자율로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습니다. 과거 교과부와 교육부가 평가 영역을 '단위학교에서 자율로 정할 수 있다'는 답변의 근거는 무엇인가요?

덧붙이는 글 | 1·2학년 통합교과교육과정에서의 평가영역 설정에 나타난 논란과 혼란은, 결국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 없이 졸속으로 만든 2009 개정 교육과정의 근본적인 문제 때문입니다.



#2009개정통합교과교육과정#교육부#통합교과#통합교과평가영역#한국통합교육과정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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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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