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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숙소에 도착한 후 방 배정을 하였습니다. 일행이 모두 네 명이라 저는 포항에서 학교에 근무하시는 선배와 방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짐을 정리하고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운영하는 숙소인지라 한식과 중식 등 오랜만에 푸짐하게 식사를 하였습니다.

모기와의 전쟁

식사를 마치고 방에 들어오자 예상하지 못한 손님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손님은 다름 아닌 모기입니다. 창문에는 방충망이 설치되어 있으며 방문을 열어 놓은 적이 없는데 저보다 먼저 방을 사용하고 있었나 봅니다. 잠도 들지 않은 저에게 사정없이 공격을 감행하였습니다.

모기와의 전쟁을 치룬 한인숙소
▲ 한인숙소 모기와의 전쟁을 치룬 한인숙소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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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온도를 최대한 내리고 이불을 뒤집어써도 모기는 교묘하게 허점을 파고들었습니다. 모기 소리와 인정사정 없는 공격은 저의 인내를 시험하는 것 같았습니다. 새벽 두 시, 마침내 백기를 들고 분무식 모기약을 카운터에서 가져와 방과 욕실 등 모기가 은신할 수 있는 모든 곳에 뿌렸습니다.

모기 소리가 사라지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잠자리의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모기약을 지나치게 뿌린 결과 모기약 냄새가 군대 화생방 교육장을 연상시켰습니다. 방문과 창문 모두 열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최루가스를 방불케 하는 모기약 냄새는 참을 수 없는 기침을 반복하였으며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미얀마의 첫날은 모기와의 전쟁으로 불면의 밤이 되었습니다. 아침 로비에서 옆방에 묵은 지인에게 모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두 분은 웃기만 합니다. 우리방의 참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리고 한 말씀만 하셨습니다. "우리 방에 와서 이야기하지!" 옆방은 몸에 바르는 모기약이 있어 쾌적한 잠자리였다고 합니다.

아침 산책

오전 6시에 산책을 나갔습니다. 낯선 여행지에서의 아침 산책은 현지인의 일상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이 사는 모습은 세상 어느 곳이나 비슷한 것 같습니다. 스님들의 탁발, 학생들의 등교, 시장에서 좌판을 펼치는 모습 등 하루가 깨어나는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양곤의 아침
▲ 탁발하는 스님 양곤의 아침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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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인근에 양곤 시내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깐도지 호수와 양곤 랜드마크인 높이가 98m에 이르는 쉐더공 파고다가 있었습니다. 호수 주변에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산책과 조깅을 즐기고 있습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은 나라의 구분이 없겠지요. 쉐더공 파고다 앞에는 꽃을 파는 가게가 눈에 띕니다. 생활과 종교가 하나인 미얀마에서 부처님에게 꽃을 헌화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양곤 랜드마크 쉐더공 파고다
▲ 쉐더공 파고다 양곤 랜드마크 쉐더공 파고다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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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곤 순환 열차 타기

아침 식사 후, 양곤 순환열차를 타기로 하였습니다. 기차는 양곤 시민들의 생활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여행자에게 인기가 있는 코스입니다. 택시를 타고 '중앙역(Certral Station)'을 반복하지만 택시 기사는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제가 가진 가이드북에는 중앙역이라고만 적혀있습니다. 가이드북의 지도를 보여주고 택시 기사가 다른 사람들을 데려와도 말이 통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순환 열차를 타기 위해 간 '양곤 중앙역' 모습
▲ 양곤 중앙역 순환 열차를 타기 위해 간 '양곤 중앙역' 모습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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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북 지도에 중앙역 근처에 '아웅산 스타디움'이 있습니다. 택시기사에게 '아웅산 스타디움'을 이야기하니 이해한 듯 출발하였지만 전혀 엉뚱한 곳에 도착하였습니다. 미얀마 독립 영웅 '아웅산' 이름은 공원, 운동장, 국립묘지 등 다양하게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마침내 영어가 가능한 행인을 만나 양곤 중앙역에 도착하였습니다. 도착을 하고 나서 보니 숙소와 먼 거리가 아니었으며 반대 방향을 헤매고 다닌 것 같습니다. 영국 식민지의 흔적이 남아 있는 역사는 고풍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순환열차를 타기 위해서는 7번 플랫폼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외국인이 순환열차를 타기 위해서는 7번 플랫폼에 있는 사무실에서 여권을 제시하고 차비 1$을 지불해야 합니다. 사무원은 여권을 장부에 기록하고 지폐의 위폐 여부를 몇 사람이 돌아가며 햇빛에 비추며 검사를 하였습니다.

세상을 효율과 비효율로 구분할 수 없지만 하루 몇 명 되지 않는 외국인 승객을 위해 별도의 사무실을 개설하고 몇 명의 사무원이 종사하는 모습은 제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차비도 겨우 1$인데 말입니다. 더구나 1$ 지폐를 서로 돌려가며 위폐 여부를 판단하는 모습은 생각할수록 웃음이 나왔습니다.

순환열차가 도착하자 친절한 승무원은 외국인 전용 칸으로 우리를 안내하였습니다. 철도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기차는 움직이는 것 자체가 경이롭습니다. 객실 유리창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나무로 된 의자는 앉기가 미안할 정도였습니다. 제가 탑승한 외국인 전용객실은 현지인은 탑승할 수 없으며 철도 경찰이 동승하여 여행객을 배려하는 것 같았습니다.

줄로 경찰관석과 구분되어 있음
▲ 외국인 전용 칸 줄로 경찰관석과 구분되어 있음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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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열차는 시속 20~30km의 속도로 양곤 외곽의 38개 역을 돌아 중앙역으로 돌아옵니다. 시간은 대략 3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제가 탑승한 객실 가운데에는 줄을 쳐서 공간을 구분하였습니다. 안쪽은 승객은 들어갈 수 없으며 경찰만이 앉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사진 한 장의 힘

제가 경찰관에게 사진을 찍어 즉석 인화기로 출력하여 선물하였습니다. 사진 한 장의 선물에 경찰관의 입이 귀밑까지 찢어집니다. 동료에게 자랑하고 몇 번 씩 꺼내 보며 지갑에 넣어 보관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저를 줄 안쪽으로 들어오게 하였습니다. 다른 일행들은 비좁은 자리에 힘들에 앉아 가는데 저 혼자 권력의 시혜를 받아 다리를 뻗고 편안한 여행을 하였습니다.

양곤 순환 열차에서
▲ 경찰관 양곤 순환 열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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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열차를 통해 양곤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었습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그들의 고단한 삶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철길 주위에는 온갖 쓰레기가 널려있고, 하천에서는 시궁창 냄새가 코를 자극하였습니다. 작은 역은 시장이 되었으며 사람들은 철길에 빨래를 널고 낮잠을 즐기고 있습니다.

기차역 구내에 펼쳐진 시장 모습
▲ 시장 모습 기차역 구내에 펼쳐진 시장 모습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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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곤 순환 열차 모습
▲ 순환 열차 양곤 순환 열차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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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탄 객실에도 현지인들이 들어오기 시작하였습니다. 맑고 밝은 표정으로 하교하는 아이들, 다정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모녀, 진한 화장과 청바지로 멋을 낸 아가씨들까지 다양한 모습을 한 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양곤 순환 열차에서
▲ 하교하는 아이들 양곤 순환 열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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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 열차를 한 번 탄 것으로 미얀마의 속살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최근 변화에 민감하면서도 여전히 팍팍한 서민들의 삶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여행이었습니다.


태그:#미얀마, #양곤, #양곤 순환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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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자발적 백수가 됨. 남은 인생은 길 위에서 살기로 결심하였지만 실행 여부는 지켜 보아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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