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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프트키를 채용한 LG G2 앞 모습(왼쪽)과 후면 버튼
소프트키를 채용한 LG G2 앞 모습(왼쪽)과 후면 버튼 ⓒ 김시연

"스마트폰이 더 달라질 게 있겠어요?"

1년 전 한 알뜰폰 사업자의 바람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당시 애플 아이폰4S와 삼성 갤럭시S3 이후 혁신적인 변화는 없었지만 제조사들은 어떻게든 제품을 차별화하려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젠 LG까지 뛰어들었다. 지난 8일 미국 뉴욕에서 처음 선보인 LG G2는 '옵티머스'란 이름까지 버리고 버튼 위치까지 모두 바꿔 버렸다. 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인 G2가 함께 한 지난 일 주일을 날짜별로 정리했다.

[첫째날] 어색한 첫 만남... 한국은 역시 안드로이드-착탈식?

첫 만남은 어색했다. 지난 23일 LG전자에서 받은 G2 리뷰용 제품은 달랑 단말기와 플립 커버뿐이었다. 제대로 된 케이스에 번들 이어폰 '쿼트비트2'까지 바란 건 아니지만 어댑터까지 빠졌을 줄이야. 담당자 왈 "아이폰 쓰세요? 안드로이드 폰끼리는 어댑터가 호환돼서..." 역시 우리나라는 '안드로이드 천국'이었다.

다음엔 플립 커버와 씨름했다. 커버 뒷면을 본체에 덮어씌웠는데 잘 들어맞지 않는 거다. 알고 보니 뒷면 커버를 아예 떼어내고 교체하는 방식이었다. 여기서 드는 한 가지 의문. 그럼 외국에서 판매하는 G2는 이 플립 커버를 사용할 수 없는 건가?

LG는 전작인 옵티머스G를 아이폰처럼 배터리 일체형으로 만들었다 낭패를 봤다. 일체형 케이스가 더 견고한 건 사실이지만 배터리 교체형(착탈식)에 길든 한국 사용자들을 감안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G2는 국내엔 배터리 분리형으로, 외국엔 일체형으로 내놓는 맞춤형 전략을 택했다. 실수에서 배우는 LG의 학습 능력만큼은 인정.  

[둘째날] 후면키 적응하기... G3까지 버틸까

G2에서 가장 큰 외형적 변화는 후면 버튼이었다. 한편으로 가장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했다. G2는 테두리에 있던 전원 버튼과 볼륨 버튼을 모두 본체 뒷면 중앙 카메라 렌즈 미트로 옮겼다. 바닥에 놓았을 때 오작동도 염려됐지만 전원 버튼을 감싼 부분을 살짝 돌출시키는 방법을 동원했다.

문제는 20년 가까이 된 오랜 습관이었다. 한동안 손가락은 선뜻 후면 버튼을 찾지 않고 습관적으로 단말기 테두리만 더듬거렸다. 스마트폰 4년, 아니 20년 가까이 휴대폰을 쓰면서 익은 습관을 하루 아침에 바꾸긴 어려웠다. 단말기를 받치고 있던 손가락으로 전원 버튼을 잘못 눌러 화면을 꺼버리거나 볼륨 버튼 위치를 헷갈리는 실수도 계속 이어졌다.

그렇다고 후면키가 특별한 이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셀프 카메라를 찍을 때 팔을 끝까지 뻗을 수 있는 것 외에 별다른 장점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차라리 팬택처럼 후면 터치스크린 기능이나 지문 인식 기능을 넣었으면 어땠을까?

오히려 테두리를 움켜쥔 손가락을 사용할 때보다 검지로 뒷면을 받친 상태에서 버튼을 누를 때 손가락 관절에 더 무리가 따랐다. 디자인 면에서 색다른 시도로 볼 수 있지만 인체공학적 특성을 제대로 고려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과연 앞으로 G3 등 후속 제품에도 후면 버튼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셋째날] 손떨림 방지 기능까지... DSLR 뺨치네

 LG G2로 근접 촬영한 나뭇잎 사진을 원본 크기로 확대한 모습. 4160X2340픽셀에 파일크기는 3MB다.
LG G2로 근접 촬영한 나뭇잎 사진을 원본 크기로 확대한 모습. 4160X2340픽셀에 파일크기는 3MB다. ⓒ 김시연

후배 결혼식에 카메라 대신 G2를 대동했다. 조명 없는 야외 결혼식이어서 사진이 잘 나올까 싶었지만 의외로 선명하고 사람들 표정들도 하나하나 살아 있었다.

G2 카메라는 전작과 같은 1300만 화소지만 광학식 손떨림 방지(OIS) 기능을 넣었다. DSLR에서도 고급 기능에 속하고 노키아 루미아, HTC One 외에 국내 스마트폰 가운데는 처음이다.

삼각대 없이 팔을 뻗어 찍는 '폰카' 특성상 손떨림은 피할 수 없다. 폰 화면으로 볼 때는 선명해도 막상 크게 확대하거나 인화지로 뽑으면 화면이 뭉개진 경우가 흔하다. 그나마 밝은 곳에서 찍은 사진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손떨림 방지 기능은 어두운 곳에서나 근접 촬영(접사)시, 흔들림이 심한 차량 안에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을 때 좀 더 선명한 화질을 보여줬다. 특히 움직이는 취재원을 따라다니며 촬영해야 하는 취재 현장에서 요긴했다. 다만 어두운 곳에서 초점 맞추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려 답답할 때도 있었다.

[넷째날] 취재 현장 사용기... 아이폰5보다 한수위?

 LG G2와 아이폰5로 찍은 한 집회 현장 사진. 위쪽 G2 사진은 4160X2340픽셀 4.21MB F/2.4, 1/334초. 아래쪽 아이폰5 사진은 3264X2448픽셀 3.04MB F/2.4, 1/565초
LG G2와 아이폰5로 찍은 한 집회 현장 사진. 위쪽 G2 사진은 4160X2340픽셀 4.21MB F/2.4, 1/334초. 아래쪽 아이폰5 사진은 3264X2448픽셀 3.04MB F/2.4, 1/565초 ⓒ 김시연

이번엔 서울 도심에서 열린 집회 현장에 G2를 투입했다. 평소 취재용으로 써온 800만 화소짜리 아이폰5와 번갈아 가며 집회 현장을 촬영했다. 카메라 화소와 해상도 차이를 무시할 순 없지만 G2쪽 사진 쪽이 상대적으로 우세했다.

DSLR 뺨치는 다양한 촬영 모드도 돋보였다. 아이폰5에서 '파노라마' 촬영 정도가 고작이었는데 G2는 여기에 더해 상하좌우 360도 촬영까지 가능한 'VR 파노라마', 연속촬영 기능인 '버스트샷', 촬영자 모습까지 한 화면에 담는 '듀얼 카메라', 움직이는 모습 촬영에 활용할 수 있는 '타임머신 카메라' 등 다양한 연출을 할 수 있었다. 

특히 동영상 촬영 때 특정 위치에서 나오는 소리에 초점을 맞춰 녹음할 수 있는 '오디오 줌' 기능도 잡음이 심한 취재 현장에서 활용도가 높았다. 이 정도면 적어도 기능면에선 스마트폰 카메라가 DSLR을 뛰어 넘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다섯째날] 갤럭시S4 비교... 닮았지만 다르다

현 시점에서 G2의 가장 큰 경쟁자는 삼성전자 갤럭시S4다. 이미 3~4개월이 지난 모델이지만 G2 출시 시점에 맞춰 갤럭시S4 LTE-A 버전도 등장했다. 두 제품은 언뜻 봐서는 구분이 안 된다. G2가 기존 각진 테두리를 버리고 둥그스름한 테두리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다만 화면 크기는 G2가 5.2인치로 5인치인 S4보다 조금 넓은 데다 베젤 면적도 줄어 더 꽉 찬 느낌이다. 화면 바깥에 있던 홈 버튼을 화면 속 소프트키로 끌어들인 것도 눈에 띈다.

소프트키는 나름 장점이 있지만 인터넷을 이용할 때나 카메라 촬영할 때도 붙박이처럼 있다 보니 웹브라우저 홈 버튼이나 카메라 셔터 버튼과 헷갈려 오작동이 잦았다. 동영상 감상 때처럼 적절한 시점에 사라져주는 '매너'가 아쉽다.     

플립 커버를 닫아도 시계, 날씨, 음악 듣기 등 일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G2 퀵 윈도우 기능도 S4 S뷰 커버를 빼닮았다. 다만 커버를 뒤로 접었을 때 후면 버튼 활용 등을 감안해 가로가 아닌 세로로 길쭉한 직사각형 형태다. 

 LG G2(왼쪽)과 삼성 갤럭시S4
LG G2(왼쪽)과 삼성 갤럭시S4 ⓒ 김시연

[여섯째날] 아이들과 스마트폰 공유하는 법

G2에 재미난 기능 가운데 하나가 '게스트 모드'다. 패턴 잠금 방식을 달리해 본인이 접속하면 모든 기능을 쓸 수 있는 반면 손님으로 접속하면 카메라, 전화, 인터넷 등 일부 기능만 쓸 수 있게 제한한 것이다. 잘만 활용하면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맡기더라도 중요한 자료가 삭제되거나 유료 서비스 요금이 청구될까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지난 26일 국내 선보인 넥서스7 2013년 버전에도 비슷한 기능이 있다. 손님용, 업무용 등 접속 계정을 여러 개 만들어 외부인에 노출되더라도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다. 안드로이드 최신 운영체제인 젤리빈 4.3 이후 버전에서 모두 적용될 기능이지만 G2에서 한 발 앞서 만나게 된 셈이다.

[일곱째날] 사용자를 위한 배려... LG가 달라졌어요
      
 LG G2로 사진 찰영시 소프트 키 홈 버튼과 촬영 버튼이 나란히 위치한다.
LG G2로 사진 찰영시 소프트 키 홈 버튼과 촬영 버튼이 나란히 위치한다. ⓒ 김시연

요즘 LG가 달라졌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국내외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 애플에 이은 '넘버3'를 굳히며 나름 생존 방정식을 터득한 듯하다. 이런 분위기는 G2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예전에는 우리가 잘 만들었으니까 한 번 써봐, 하는 식으로 툭 던져놓고 말았다면 이번엔 사용자들을 배려한 장치를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우선 초기 사용자 계정 설정 단계부터 G2의 주요한 기능들을 동영상으로 하나하나 소개하고 설정을 마친 뒤에도 메인 화면 일부를 아예 새로운 기능 소개에 할애하고 있다. 해당 기능을 실행할 때도 사용 방법을 소개하는 팝업 창이 떠 귀찮을 정도다. 그것도 모자라 다른 스마트폰 사용자들까지 겨냥해 'G2 체험' 애플리케이션을 배포했다.

기능 소개 영상 가운데는 손떨림 방지 카메라처럼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부분도 있지만 '어라, 이런 것도 되네' 할 정도로 숨은 기능도 적지 않다. 아이폰5 파노라마 촬영 같은 기능 소개에 모든 시간을 할애한 애플 광고를 보는 느낌이다. 새롭고 좋은 기능이 아무리 많아도 그 기능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쓰는지 모르면 있으나 마나다. 쓸 만한 기능이 많다고 느낄수록 제품이 많이 팔리는 건 당연하다. G2가 뜬다면 더 크고 선명한 화면, 더 빠른 프로세서, 더 얇고 가벼운 외형과 같은 '스펙'을 넘어 사용자 마음을 얻으려는 노력 때문일 것이다. 


#LG G2#스마트폰#아이폰5#갤럭시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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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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