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9시뉴스 편집 대단하다. 톱이 막바지 추석준비, 두번째가 추석해외여행, 세번째가 가을 폭우다."(@kbsmu*******) "내일 헤드라인은 추석연휴 볼만한 TV영화. 주요 뉴스는 고속도로 우회로, 추석 보름달이 될 거라고 조심스레 예언." (@yu*****)14일 SNS에서는 KBS<뉴스9>을 본 시청자들의 비판이 거셌다. 이날 KBS<뉴스9>가 채동욱 검찰 총장 사퇴 후 검찰 안팎으로 후폭풍이 일고 있는 정국보다 추석과 날씨 관련 뉴스를 먼저 주요하게 다뤘다. 반면, SBS<8시뉴스>와 MBC<뉴스데스크>는 채 총장 사퇴 후폭풍을 제일 처음 보도했다.
채 총장이 사퇴 후 검찰 내부 반발 기류가 심각해지고 있다. 13일 저녁 평검사들이 집단적으로 채 총장의 사퇴 재고를 요청했고, 14일 오전 검찰간부가 사의를 표명했다. 이어 오후에는 검찰 간부가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서 공개편지를 보내 감찰 계획 공개를 요구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 "검찰 존립의 위기... 장관님 왜 그러셨어요?") 파문이 확산되자 민주당도 16일에 열릴 3자 회담 참석을 재검토하는 모양새다. 채 총장의 사퇴에 앞서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법무부 장·차관을 통한 사실상 사퇴 압박이 있었다고 알려졌고, 이 때문에 검찰의 반발이 더 확산될 조짐이기 때문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보다 중요한 추석연휴14일 첫 뉴스로 보도된 KBS<뉴스9>의 추석관련 뉴스는 예년과 비교해 큰 특이점도 없었다. "막바지 명절 준비…재래시장·백화점 북적", "최장 9일 황금 연휴…50만 명 출국 러시"로 이어진 기사는 추석을 앞둔 풍경을 담았다. 명절준비로 재래시장이 북적이고, 연휴가 길어 해외여행객이 중가했다는 내용이었다. 매년 2번씩 추석과 설 때마다 반복되는 뉴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내용이다. 이후 KBS<뉴스9>은 날씨뉴스인 "전국 가을 폭우…충남 보령 250mm 쏟아져"를 배치했다.
결국 시청자들은 뉴스시작 6분이 지나서야 채 총장 사퇴 이후 후폭풍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방송뉴스 한 꼭지당 보도시간은 1분 30초가량으로 6분은 꽤 긴 시간이다.
더욱이 KBS<뉴스9>은 채 총장의 사퇴 후폭풍을 다루는 기사에서 사실을 나열하는데 그쳤다. "검찰총장 사퇴 후폭풍…일부 간부·평검사 반발"라는 제목의 기사는 ▲김윤상(44·사법연수원 24기) 대검찰청 감찰1과장이 사의 표명 ▲박은재(46·사법연수원 24기) 대검찰청 미래기획단장의 법무부 감찰 계획 공개 요구 ▲서울서부지검 평검사의 총장 사퇴 재고 요청을 순서대로 언급한 후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우려를 덧붙였다.
1시간 전 SBS가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법무부 장·차관이 채 총장에 사퇴를 압박한 정황을 함께 보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갑작스런 검찰 수장 공백으로 국정원 댓글 사건 등의 수사에 정치적 독립성이 보장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조차 없었다.
13일 밤 11시, 박대기 KBS의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Waitingpark)에 이런 글을 남겼다.
"제가 초등학생이던 5공시절 어머니는 알파벳을 가르쳐 주면서 국내 언론은 다 거짓말이니까 진실을 알려면 영어를 배워야 한다고 하셨죠."<조선일보>의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식 논란 보도 이후, 법무부의 초유의 감찰 지시, 이후 채 총장의 사퇴 뒤에 나온 말이라 더 의미심장하다. 해당 트윗은 SNS상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지만,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국민의 소중한 수신료로 제작되는 KBS<뉴스9>가 국정원 대선개입으로 촉발된 최근의 정국을 충실하게 보도하고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