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10만인클럽과 환경운동연합은 '흐르는 강물, 생명을 품다'라는 제목의 공동기획을 통해 자전거를 타고 낙동강 구간을 샅샅이 훑으면서 7일부터 6박7일 동안 심층 취재 보도를 내보냅니다. 전문가들이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어민-농민-골재채취업자들을 만나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대안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또 한강과 금강 구간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기획기사를 통해 선보이겠습니다. 이 기획은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와 4대강조사위원회가 후원합니다. 10만인클럽 회원, 시민기자,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
건설업자 주머니 채워주기 등 사기극으로 끝난 4대강 사업. 그나마 일부 사람들이 칭찬(?)하는 게 딱 하나 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세계 최초라고 자랑하던 1600km에 이르는 자전거도로입니다.
이 전 대통령이 벌인 4대강 사업은 홍수예방, 수질 개선, 일자리 창출 등에서 실패했습니다. 일종의 사기였습니다. 하지만 "강변을 따라 만들어진 자전거도로를 달려보니 참 좋다"며 "자전거도로 하나는 잘 만들었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런 까닭때문일까요? 지난 2일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한강 자전거 길에 나왔습니다. 탁 트인 한강을 끼고 달리니 정말 시원하고 좋습니다. 기차역 근처에서 자전거 렌트도 가능하네요. 여러분도 한 번 나와 보세요"라는 글과 함께 자전거 타는 사진 한 장을 공개했습니다.
북한강 자전거도로가 얼마나 좋았으면 이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사진까지 공개 했을까요? 마침 저도 지난 8월 19일 북한강 자전거도로를 주욱 돌아보고 왔습니다. 10월인 지금과 시간 차이가 나지만, 북한강 자전거도로의 상황은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예산 등의 문제로 최근에야 복구 공사를 시작했으니까요.
춘천시청의 한 관계자는 "수해 등의 피해가 발생하면 실사, 예산 신청과 배당, 건설사 입찰 등 약 2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며 "(자전거도로 붕괴 후) 50일 정도 지났지만 추석 즈음에 건설사가 정해져 최근 복구 공사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초대를 받았으니, 지금부터 여러분과 함께 시원하게 북한강 자전거도로를 달려보겠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초대... 함께 가보시죠아래 사진은 춘천 의암댐 근처 북한강 자전거도로입니다. '4대강 새물결 자전거도로'라는 입간판이 줄줄이 이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갑자기 자전거도로가 사라지고 사람 잡아 먹을 듯한 처참한 광경이 입을 벌리고 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의 말처럼 너무 시원하다 못해 머리카락이 쭈뼛 서고 등골이 오싹합니다. 자전거도로가 와르르 무너져 사라졌습니다. "시원하니 나와 보라"는 이 전 대통령의 말만 믿고 자전거 탔다가는 황천길로 가기 십상입니다.
4대강 자전거도로 일부가 붕괴된 게 전부가 아닙니다. 무너진 자전거도로를 자세히 살펴보면 앞으로 더 큰 붕괴가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자전거도로가 붕괴된 단면을 보십시오. 경사진 곳 일부에만 콘크리트 시공을 했습니다. 그 탓에 자전거도로는 강변을 향해 팔 벌린 듯 위태롭게 서 있습니다.
큰 비로 강물이 불어 저 콘크리트 아래 기초가 조금 더 침식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강변을 달리던 사람이 갑자기 붕괴하는 자전거도로와 함께 강물에 빠지는 사고를 겪을지 모릅니다.
붕괴 현장을 지나 조금 더 달렸습니다. 이건 또 뭔가요? 허공에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줄줄이 달려 있습니다. 강변에 신종 '콘크리트 케이블카'를 설치한 것은 아닐 텐데, 어찌된 일일까요? 'MB표 자전거도로'가 유실되고, 자전거도로 난간 기둥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허공에 대롱대롱 달려 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말한 '시원한 북한강 자전거길'이란, 자전거 타다 땀 날 때 이 처참한 구덩이 아래로 들어오면 시원하다는 의미일까요? 자전거 타는 사람들에겐 정말 등골이 오싹할 만큼 서늘한 북한강 자전거도로입니다.
오싹한 자전거도로는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조금 더 달려가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자전거도로가 하늘로 솟은 걸까요, 아니면 땅으로 꺼진 걸까요? "처참히 붕괴되었다"고 표현할 수도 없을만큼 자전거도로가 아예 사라졌습니다.
'4대강 새물결'이란 입간판 역시 무너진 자전거도로와 함께 강물에 처박혔습니다. 파란 천막으로 무너진 현장을 감췄지만, 4대강 사업이 부른 재앙을 다 감추지는 못합니다.
'MB표 자전거도로'가 초래한 재앙은 붕괴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자전거도로 유실과 함께 강변도로 붕괴도 염려해야 할 판입니다. 지반 유실이 강변 도로 밑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로를 따라 세워진 전신주 역시 위태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MB표 자전거도로의 붕괴, 당연한 일입니다4대강 자전거도로가 완성된 지 고작 1년여에 불과한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북한강 자전거도로 붕괴는 이미 예고된 인재였습니다. 저는 2012년 8월 21일에 쓴 '
MB가 추천한 휴가지, 왜 통행금지일까요?'라는 기사에서 북한강 자전거도로 함몰과 지반침하로 인한 붕괴는 시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경북 칠곡 왜관철교 붕괴와 수질악화 등 4대강 사업 탓에 발생할 거라고 경고한 내용이 모두 현실이 된 것처럼, 북한강 자전거도로 붕괴 역시 현실이 됐습니다.
등골이 오싹할 만큼 시원한 북한강 자전거도로 붕괴는 너무도 당연한 결과입니다. 자전거도로를 건설하면 안 되는 곳에 국민 눈속임용으로 자전거도로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북한강변엔 자전거도로를 건설할 만한 공간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해괴망측한 MB표 '저탄소 녹색성장' 구호 아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자전거도로를 마구 건설했습니다.
홍수로 물이 불어나 연약할 수밖에 없는 강변 지반에 보잘 것 없는 축대를 쌓고 흙을 부어 자전거도로를 급조한 것입니다. 결국 비가 내려 강물이 불어나면 무너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북한강 자전거도로 붕괴는 기사 속 사진의 몇몇 현장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강변에 만든 북한강 자전거도로 전체 구간이 붕괴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지난해 기사 '
MB가 추천한 휴가지, 왜 통행금지일까요?'에서 지적한 자전거도로의 아스팔트 함몰 부분은 시멘트로 다시 포장해 지금은 멀쩡해 보입니다. 또 자전거도로 지반침하로 인해 강변도로 사이에 벌어진 틈새도 말끔히 메워 놓았습니다.
강변도로와 자전거도로 사이에 벌어진 틈을 다 메웠으니 붕괴 위험은 이제 없을까요? 절대 아닙니다. 지반침하 탓에 자전거도로가 강 쪽으로 기울어졌는데, 틈새를 어떻게 메웠는지 그 현장을 확인해보겠습니다.
지난해 그토록 많이 보이던 틈새가 얼른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검은색 실리콘으로 틈새를 다 메웠기 때문입니다. 틈새를 얼마나 안전하게 메웠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리콘을 살짝 눌러보았습니다. 이런... 손가락이 쑥 들어갑니다.
이건 또 뭘까요? 실리콘 아래에 길고 하얀 스티로폼이 나옵니다. 지반침하로 벌어진 틈새를 안전하게 메운 게 아니라, 긴 스티로폼 호스를 넣고 그 위에 검은색 실리콘으로 살짝 때운 것입니다. 훗날 크게 붕괴되면 국민이 죽거나 다칠 수도 있는데, 당장 보이지 않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땜질공사를 한 것입니다.
붕괴되고 계속 지반이 침하하며 틈새가 벌어지는 북한강 자전거도로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너진 자전거도로를 복구해봐야 비 오면 또 붕괴됩니다. 그대로 두자니 흉물스럽고, 도로 붕괴까지 걱정되는 현실입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재앙의 현장이 이 전 대통령이 "시원하니 여러분도 한 번 나와보라"는 북한강 자전거도로입니다.
4대강 자전거도로에 숨겨진 재앙4대강 자전거도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말하듯 시원한 곳이 아닙니다. 국민 목숨을 위협하는 장소요, 엄청난 혈세를 강변에 흘려보낸 대국민 사기극의 현장입니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그저 경치가 좋다며 'MB표 자전거도로'를 칭찬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MB표 자전거도로'에 숨겨진 재앙은 또 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전거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강변 습지를 밀어버리고 돌 축대를 쌓았습니다. 강변 습지는 주변 도로에서 강물로 흘러 들어오는 오염물질을 걸러 수질을 보호합니다. 또 물고기들의 쉼터이자 산란 장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MB표 자전거도로'를 쌓기 위해 강변 습지를 밀어내고 돌 축대를 쌓아, 수도권 시민의 생명수인 한강이 오염되기 시작했습니다. 자전거 타는 국민 생명만 위협하는 게 아니라, 썩어가는 강물로 수도권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게 바로 'MB표 자전거도로'의 진실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600km 4대강 자전거도로를 만들며 세계 최초라고 자랑했습니다. 그런데 이 전 대통령이 운하를 직접 보고 배웠다는 독일, 영국, 미국에도 나라 안에 강이 흐릅니다. 그런데 외국은 왜 강변에 자전거도로를 건설하지 않고, 이 전 대통령에게 '세계 최초'라는 영광을 빼앗긴 걸까요?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강변 자전거도로는 수질을 악화 시키고 수중 생태계를 파괴하는 재앙이기 때문에 그런 광란의 삽질을 하지 않은 겁니다.
독일의 자전거도로를 직접 확인해보겠습니다. 살아있는 강을 운하로 만든 4대강 사업과는 정반대로, 100년 전 건설한 운하를 최근 자연의 강으로 되돌린 독일 뮌헨시의 이자르강입니다. MB표 4대강 자전거도로처럼 시멘트를 깔고, 강에 들어가지 못하게 철책을 두르지 않았습니다. 4대강 자전거도로처럼 무조건 달려야만 하는 고통의 길이 아닙니다. 자전거를 끌고 강으로 들어가 쉬고 흐르는 강, 철새와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입니다.
자연을 파괴하고 생명과 단절된 4대강 자전거도로와는 너무 다릅니다. 이게 바로 외국에서 4대강식 자전거도로를 건설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진짜 '종북 세력', 이들입니다 홍수 예방, 수질 개선, 일자리 창출 그리고 강변 자전거도로 등 4대강 사업의 목적은 모두 대국민 사기였습니다. 이 사기극을 위해 지금까지 4대강에 퍼부은 돈이 25조 원입니다. 문제는 25조 원이 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앞으로도 4대강 사업을 유지·관리하기 위해 엄청난 혈세를 또 퍼부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동안 새누리당 등은 4대강 사업을 반대한 사람들을 향해 종북세력 운운하며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25조 원을 강에 흘려보낸 이명박 전 대통령, 댓글로 4대강 사업 반대하는 사람들을 비난한 국정원, 4대강을 사업 예산을 날치기로 통과시킨 새누리당이야말로 국가 안보를 위협한 사람들이었습니다. 4대강에 흘려보낸 25조 원이면 국가 안보를 튼튼히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4대강 사업 추종세력에 대한 청문회는 조속히 실시돼야 합니다.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