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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로 받은 신안군, 고흥군, 구례군, 보성군 등 전남의 네 지역 18대 대선 개표상황표에서 수개표 누락, 분류기 시간 오류, 개표시간 오기, 유령표와 실종표 발생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

신안 압해읍 4투 위원장 공표시각이 분류기 종료보다 1분 앞선다.
▲ 신안 압해읍 4투 위원장 공표시각이 분류기 종료보다 1분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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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군 압해읍 4투는 투표수 1055매에 투표지분류기 종료시각이 20시 20분이고 위원장 공표시각이 20시 19분이다. 투표지분류기가 종료되기 1분 전에 이미 위원장이 개표 결과를 공표한 것이다. 개표 순서는 대략 다음과 같다. 개함 → 투표지분류기 → 심사집계부 확인 심사 → 검열위원들의 검열 → 위원장 공표 → 중앙서버에 보고. 그런데 압해읍 4투는 투표지분류기 단계에서 두 단계나 건너 뛰어 위원장이 개표 결과를 공표했으므로 절차 위반이다.

흑산면 7투는 투표수 229매에 분류기 종료시각과 위원장 공표시각이 23시 43분으로 동일하다. 229매 가운데는 수작업으로 확인, 심사해야하는 미분류표 19매가 들어 있다. 나머지 210매의 유효투표수도 규정상 전량 육안으로 2~3회씩 검열해야 한다. 그럼에도 분류기 종료시각과 위원장 공표시각이 단 몇 분 차이도 나지 않은 흑산면 7투의 개표상황표는 이해하기 힘들다.

신안군 암태면 1투와 3투는 위원장 공표시각이 10시 11분으로 적혀 있다. 분류기는 21시 40분과 44분에 각각 종료가 되었는데 공표는 그보다 훨씬 앞선 오전 10시 11분에 했다는 얘기가 된다. 위원장 공표시각을 적는 직원이 10시 앞에 '오후'라는 말을 빠뜨림으로써 이같은 오해의 소지를 낳았다.

신안군선거관리위원회(신안선관위)가 사용한 투표지분류기의 미분류표 발생율도 전반적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목회자모임(18대 대선부정선거규명목회자모임) 소속 김후용 목사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52개 투표구 가운데 분류기의 오차율이 5% 이상인 투표구가 무려 45개에 달한다. 이 밖에도 흑산 3투와 안좌면 1투에서는 교부수보다 개표할 때 4표가 덜나왔고 부재자투에서는 1표가 더나왔다.

고흥군 개표상황표에서는 수개표 누락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분류기가 종료된 다음부터 위원장 공표까지는 수작업 개표를 하므로 이때 걸린 시간을 '수개표 시간'이라 한다. 그런데 도양읍 3투는 투표수 2215매에 분류기 종료시각이 21시 08분, 위원장 공표시각이 21시 17분이다. 2215표 개표를 불과 9분 만에 개표완료했다는 건데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분류기 종료 후에 도양읍 3투에서 나온 미분류표 150매만 대충 검표만 하고 위원장석으로 서둘러 넘긴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관위의 개표시연회 때 6천 표 개표에 걸린 시간은 2시간 15분이었다. 이를 기준으로 볼 때 2천여 표를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개표한다면 적어도 30분 이상은 걸려야 한다.

고흥 도양읍 3투 분류기 종료시각부터 위원장 공표까지 9분 걸렸다.
▲ 고흥 도양읍 3투 분류기 종료시각부터 위원장 공표까지 9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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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군선관위가 수개표를 빠뜨린 증거는 대부분의 개표상황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흥읍 5투는 1837표 개표에 12분, 도양읍 2투는 1800표 개표에 11분, 금산면 1투는 1853표 개표에 10분, 동일면투는 1055표 개표에 9분…. 하지만 고흥군선관위의 류문영 관리계장은 '정상적 개표 결과'라며 '별문제 없다'는 반응이다.

대선 개표매뉴얼에 심사집계부 단계에서 어떻게 개표하도록 돼 있는지 물어봤다. 그는 심사집계부의 확인 심사는 "'혼표'를 가려내기 위한 것"이라 겨우 답했을 뿐, "투표지를 전량 육안으로 2~3번씩 정확히 확인 심사해야 한다"는 사실은 끝내 대답지 못했다. 관리계장조차 숙지 못한 개표매뉴얼이 개표 현장에서 지켜졌을 리 만무한 일이다.

구례읍 1투 분류기 개시와 종료시각이 투표가 한창 진행 중인 오전 7시 57분, 8시로 각각 돼 있다.
▲ 구례읍 1투 분류기 개시와 종료시각이 투표가 한창 진행 중인 오전 7시 57분, 8시로 각각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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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군선관위에서는 전체 19개 투표구 가운데 무려 8개의 개표상황표가 분류기 개시와 종료시각의 오류를 보였다. 가령 구례읍 1투는 분류기 종료시각이 08시이고 위원장 공표시각이 20시 26분이다. 구례읍 3투는 분류기 종료시각이 07시 10분이고 위원장 공표시각은 19시 55분으로 되어 있다. 여덟 장 모두 분류기 2번 기기에서 나온 개표상황표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애초 분류기의 시각설정이 잘못되어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구례군선관위에서는 이 같은 사실조차 파악을 못하고 있었다.

보성 벌교읍 9투 투표수 610매에 미분류표가 155표 나와 분류기 오차율이 25.4%나 된다.
▲ 보성 벌교읍 9투 투표수 610매에 미분류표가 155표 나와 분류기 오차율이 25.4%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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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군선관위 개표상황표는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미분류 오차율이 두드러졌다. 벌교읍 9투는 투표수 610매에 미분류표가 155매가 나와 오차율 25.4%, 벌교읍 4투는 투표수 954매에 미분류표가 169표로 오차율 17.7%, 벌교읍 7투는 투표수 388매에 미분류가 69표로 오차율 17.7%로 나타났다. 이처럼 보성군선관위 개표상황표에는 중앙선관위가 말하는 분류기의 평균 오차율 3.37%를 훨씬 상회하는 상황표가 대부분이다.

또한 조성면 1투, 회천면 2투, 보성읍 6투 등의 상황표는 분류기 개시와 종료시각이 1시간 빠르게 되어 있음을 발견해 그것을 임의로 수정해 놓았다. 개표할 때 개표상황표에 오류가 있음을 발견했다면 절차를 거쳐 수정해야함에도 그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보성 조성면 1투 분류기 개시와 종료시각을 임의 수정해놨다.
▲ 보성 조성면 1투 분류기 개시와 종료시각을 임의 수정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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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의 여러 선관위가 대선 개표관리를 이처럼 부실하게 했음이 드러났지만 이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다.

서관수 전남선관위 주임은 "저희가 개표 당일 정확한 개표수에 집중하다보니 분료기 종료나 위원장 공표시각 등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못했다. 앞으로 개표시간 오기 같은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우배 관리계장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들을 빠뜨렸다는 건데 다음에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 저희에게 개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믿어달다"고 하였다. 하지만 "부실한 개표관리를 한 공무원들에 대해 최소한 징계 조치는 해야 하지 않느냐?"는 데 대해서는 "아직 말씀드리지 못하겠다. 책임자도 아니고 그러니까. 앞으로 그런 부분에 대해 문제가 많이 됐다면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건 같다"고 하였다.

선관위의 대선 개표관리의 부실이 전국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으나 선관위는 '앞으로는 잘 하겠다는' 공허한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어떤 선관위도 책임을 통감하고 관련자를 일벌백계로 다스려 재발방지를 하겠다는 곳은 없다. 선관위의 부실한 개표관리가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남선관위#부실개표#투표지분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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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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