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올해부터 '찜e시민기자'로 선정된 시민기자에게는 오마이북에서 나온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편집자말] |
예비군 훈련만 다녀오면 경험담을 쓰는 장교 출신 시민기자, 지금껏 그가 보여준 기사는 '빙산의 일부'인 듯했다. 11월 둘째 주 '찜e시민기자'로 선정한 김종훈 시민기자의 이메일 인터뷰 답변을 받아들고서 문득 든 생각이다.
단순히 내가 사는 안양에 산다는 이유로 호기심을 갖게 된 그였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지역을 약 2년 반 정도 두루 다닌 풍부한 여행경험 소유자이며 문화, 예술 분야에도 관심이 많은 청년노동자이다. 그의 이력과 이메일 인터뷰를 보니 적어도 5년 이상은 시민기자로 왕성한 활동을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왜 그를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는지, 대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 김종훈 시민기자가 쓴 기사 보러가기'사람' 이야기, 제대로 한 번 풀어보겠다는 포부
- 자기소개부터 간단히 부탁합니다."경기 안양에 사는 청년 노동자입니다. 현재 영어를 가르치며 밥벌이하고 있습니다. 남들과 약간 다른 이력 하나 꼽으라면 2009년 10월 31일 전역 후, 아시아와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지역을 약 2년 반 정도 두루 다녔습니다. 작년 어버이날에 맞춰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 김 기자님께서는 장교 출신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재 다른 일을 하고 있네요."작년 가을, <오마이뉴스> 이준호 편집기자님께 기사 쓰기를 배웠습니다. 저는 주로 외국에 나가려는 친구들(워킹홀리데이+유학)에게 영어 회화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2년 6개월 동안 여행하고 때론 정착하며 영어 때문에 고생이 컸습니다. 하지만 가장 아쉬웠던 건 공부한 노력에 비해 말 한 마디 제대로 못 하는 우리나라 친구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 원인이 토익 때문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언어를 소리 내어 익히지 않은 결과입니다. 그 후로 한국에 돌아와 (안산) 영어마을 강사를 거쳐 지금은 작은 규모로 영어회화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 어떤 계기로 시민기자 활동을 시작하게 됐나요?"<오마이뉴스>는 대학 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관심을 두게 된 건, 작년부터 김종배 선생님 <이털남>과 <오마이뉴스> 이준호 편집기자님의 수업 듣고 나서입니다. 글쓰기에 대한 욕심은 항상 있었는데, 마음만 컸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써야 하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러다 <오마이뉴스>가 기회를 줬습니다. 2012년 9월 말에 첫 기사를 썼습니다."
-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기사 쓸 때 힘든 부분은 어느 것인지요? "인터뷰 마치고 글을 쓸 때가 가장 힘듭니다. 서로에게 갖는 기대 때문인데. 글쓴이는 기사를 최대한 잘 나오게 만들려는 욕심이고, 인터뷰이는 자신을 어떻게 그려낼지 하는 기대입니다. 서로의 기대를 충족하면 좋은데, 항상 마음 같지 않아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그 점이 항상 인터뷰해 주신 분들께 죄송하고 미안한 부분입니다."
- 특별한 분들을 찾아내 인터뷰한 기사도 인상적입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처음 시민기자 등록했을 때, 소개 문구에 '사람 이야기, 제대로 한 번 풀어보겠습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사람이 중심이 되면 좀 더 살 만한 세상 되지 않을까 하는 촌스런 로망이 있습니다. 뱉은 말을 실천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주로 경기도 안양에서 활동하시는 듯합니다. "서울 영등포 출신입니다. 대학 초년시절 집안 사정으로 안양까지 오게 됐습니다. 벌써 10년이 됐습니다. 이제는 진짜 고향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듭니다. 가장 큰 이유가 1인당 활동 면적이 다릅니다. 영등포는 크기에 비해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어딜 가나 사람에 치입니다. 안양은 조금만 걸어나가면 안양천도 있고, 공원도 적지 않습니다. 마음이 좀 더 푸근해진 기분입니다. 물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면 불편함이 큽니다. 서울에 기반을 둔 경기·인천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 김 기자님께서 지금껏 쓰신 기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가 있다면."잉걸기사든 오름기사든 다 기억에 남습니다. 부끄럽지만 매 순간 글 쓸 때 최선 다해 썼습니다. 물론 결과에서 심한 차이를 보였지만. 그래도 그중에서 하나만 꼽으라면 유방씨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국민의 젖줄' 유방씨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나이가 많지 않은 친구였는데 한 마디로 멋있었습니다. 꿈을 위해 고향 서천에 내려가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모습. 이런 청년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우리나라가 좀 더 살만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인터뷰해주신 모든 분들 다 감사합니다."
"나름 열심히 군 생활 40개월 하며 착하게 살았는데..."
- 김 기자님께서 쓰신 기사들을 살펴보면 사는이야기가 묻어나는 글이 많습니다. 여행이나 책동네, 영화 분야에서도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듯합니다. 앞으로 다른 분야에도 도전할 생각이 있으신지요? 있다면 어느 분야로? "예. 그 정도 역량이 된다면 계속 써보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지구 반 바퀴 돌았던 기억이 생생한데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오마이뉴스>의 장단이기도 한데, 절대 글을 막 쓰게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좀 더 영글어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시 배낭 매고 돌아다닐 기회가 있으면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주위 분들은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하시나요?"제가 먼저 '세상 바꿔가는 일'이라고 말하고 다닙니다. 일단 글쓰기가 저를 바꿨고, 인터뷰한 개개인의 삶도 바꿨습니다. 그분들 각자가 해주신 말씀대로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미 최소 두 명은 바뀐 겁니다. 글 쓸 때마다 이렇게 세상을 바꾸고 있구나, 자족하고 있습니다. 그저 항상 응원해주시는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 혹시 댓글이나 쪽지로 기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으신지요? 그중 기억에 남는 글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군대 관련 기사를 두 편 썼습니다. 특히 '
총소리가 나도 꾸벅... 죄다 잠만 자더라' 이 기사가 포털 다음에 연동됐습니다. 진짜 욕 많이 먹었습니다. "왜 죄없는 예비군 까냐?", "기자새끼 군대는 갔다왔냐?", "너 사진 왜 훈련 중에 찍냐?" 나름 열심히 군 생활 40개월하며 착하게 살았는데, 평생 먹을 욕 다 먹었습니다.
참고로 이 기사는 예비군 디스하는 내용 아닙니다. 예비군을 무성의하게 방치한 국방부 훈련 시스템을 고발하는 글이었습니다. 앞으로 훈련 때마다 계속 매의 눈으로 지켜보겠습니다. 아 이 기사 관련해서 재밌는 일화가 있습니다. 2박 3일 훈련 내내 '기사 써야지' 하는 생각으로 돌아다녔습니다. 훈련도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이 점이 교관들의 눈에 띄었나 봅니다. 현역 장교 시절에도 받지 못한 '훈련 우수 표창'을 받았습니다. 단상에 서서 대령님한테 받는데 뭔가 아이러니했습니다."
- <오마이뉴스>에 기사 중 누구의 글을 즐겨 보시나요?"시민기자 중에는 강인규 교수님 글을 제일 좋아합니다. 기사 읽고 나면 마음이 정화되면서 뭔가 길이 보이는 그런 기분이 듭니다. 특히 초창기 강 교수님 칼럼에서 '스타벅스는 무관심을 파는 곳'이라 정의 내렸을 때, 더 이상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제 바람은 교수님 한국에 돌아오시면 꼭 한 번 찾아뵙고 이야기 듣고 싶습니다. 그 외에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님 글과 장윤선 기자님, 유성애, 소중한 그리고 강민수 기자님 글도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마을의 귀환도 너무, 너무, 너무 X 100 훌륭했습니다."
- <오마이뉴스> 지면에서 개선할 점이 있다면요. "주로 이동하면서 휴대폰으로 기사를 봅니다. 자연스레 모바일 버전으로 바뀌는데. 주요 기사에 대한 집중도는 높지만, 누가 썼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다른 소소한 기사를 볼 기회가 적어 아쉽습니다. 물론 PC 버전으로 돌려보면 되지만. 번거로운 건 사실입니다."
- 앞으로 쓰고 싶은 기사가 있다면요."'즐거운 공부'란 타이틀로 5편의 기사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현재 1편 <안양시민대학>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두 번째 기사 '전주 우리 동네 오케스트라'를 위해 11월 5일에 내려갑니다. 11월에만 인천, 대구, 서울까지 두루 다녀볼 생각입니다. 막연하지만 계속 사람 만나 이야기 듣고 나누다보면 '세상 좋게 만들' 기사 하나쯤 나오지 않을까 믿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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