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과 방송인총연합회는 12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여야는 공정방송을 끝내 외면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국회 방송공정성 특위 종료 임박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해당 토론회는 여야합의로 탄생한 국회 방송공정성 특위가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것을 지적하는 한편, 언론노조가 11일 천명한 총력투쟁의 방향을 설정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이에 이경호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대한민국의 언론환경 상황이 좋지 않다"고 전제하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왜곡된 언론시장을 바로잡는 실질적인 논의의 장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홍진표 방송인총연합회 회장(PD연합회 회장)은 "특위가 공전하는 상황에서 방송현업인들은 절망적"이라며 "방송인총연합회 차원에서 해직 언론인 복귀를 위한 서명을 실시해도 이를 받아줄 곳이 없다, 이런 참담한 상황에서 무너진 언론환경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발제를 맡은 최진봉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현재 언론, 방송은 철저히 파괴되고 무너졌다"고 개탄하며 "이명박 정부에서 무너지기 시작한 방송의 공정성은 현 정부에서 더욱 광범위하고 강력하게 파괴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최 교수는 최근 있었던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와 그에 대항했던 언론노조의 투쟁을 자세하게 설명한 후 "공영방송은 정부의 나팔수가 되어버렸다"고 단언했다.
최 교수는 활동종료가 임박한 특위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비판했다. 이에 최 교수는 "성과없는 특위에 대한 책임은 여야 모두에 있지만 여당인 새누리당의 책임이 훨씬 크다"고 전제하며 "지난 10월 이상민 위원장(민주당)이 1차 활동시한 종료를 앞두고 여당추천 5명과 야당추천 5명으로 이뤄진 전문 자문단을 통해 방송법 개정안을 마련해 특위에 보고했지만 새누리당은 이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또 최 교수는 "심지어 여당은 특위 활동을 하면서 단 한명의 의원도 방송법 개정안을 제안하거나 발의하지 않았다"고 꼬집으며 "이는 여당이 특위활동에 진정성이 없었다는 반증"이라고 진단했다.
현 정부의 방송장악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최 교수는 정부 조직 개편안 중 '미래창조과학부가 방송정책 일부를 담당하게 만든 부분도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의 방편'이라고 지적하며 이는 최근 공영방송 3사 봄-가을 개편 과정에서 나오는 잡음으로 이어진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최 교수는 최근 김종국 MBC 사장이 노조에게 임금단체협약을 구성하려면 언론노조를 탈퇴하라고 종용한 부분을 지적하며 "합법적인 노조의 권리를 방해해도 무방하다는 방송사 사장의 인식은 참담 그 자체다"라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총체적 난국에 빠진 공정방송을 구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이에 최 교수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며 방송의 보도, 제작, 편성 과정이 노사합의를 통해 도출되는 모델을 제안했다. 여기에 방송법 제4조 3항에서 방송편성책임자의 과도한 권리를 제한하고 합의에 따른 방송편성규약을 제정 및 공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방송제작편성위원회를 구성해 더욱 민주적인 제작방식을 도입할 것과 공영방송 사장의 선임 구조 개선, 해직 언론인 복귀 등을 선결 과제로 꼽았다.
발제가 종료되고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더욱 도발적인 주장들이 쏟아졌다. 이에 고삼석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현재 언론, 방송환경은 비상식의 일상화가 심해지고 있으며 절차적, 제도적 차원에서 해결되기는 어려워지고 있다"고 개탄하며 "박근혜 대통령이 숭례문 단청 보수 작업에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는 만큼, 방송의 공공성에도 전향적인 문제 해결 의지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강택 전 언론노조 위원장은 "현재 공영방송은 좀비 저널리즘이다"고 단언하며 "혁명에 준하는 방송 민주주의 운동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노종면 YTN 해직기자는 이명박 정권 당시 행해졌던 방송사 낙하산 사장 문제 근절을 주장하며 "YTN을 지속적으로 압박한 신재민 전 차관의 문서와 속칭 배석규 사장의 충성문서 등 방송사 낙하산 사장에 대한 확고한 증거가 있다"며 "이러한 사실들을 지속적으로 국민에게 알려 확고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 기자는 "2012년 민주당이 방송사 총파업 당시 언론 청문회와 민간인 사찰 등에 대한 특검을 실시한다고 약속했지만 전혀 이뤄지지 않았으며, 지금까지 한 일이라곤 당 지도부가 종편에 출연해 자신들의 이야기만 한 것"이라고 언급하며 야당의 역할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YTN의 핵심 프로그램인 돌발영상이 지난주부터 결국 중지되었다"는 말로 현 상황에 대한 비판을 대신했다. 마지막으로 노 기자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현 사태 해결이 어려운 지경이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국경없는 기자회의 언론 자유도를 보면 대한민국의 순위는 계속 하락 중"이라며 "뉴스타파 등 대체언론의 외연 확대와 더불어 국민의 힘으로 언론, 방송장악을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친일 언론인 백서 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말로 현 정부에서 행해지는 방송장악의 뿌리를 오래된 역사에서 찾으려는 뉘앙스를 풍겨 눈길을 끌었다. 다만 송호창 무소속 국회의원은 "제도권 안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국회 안에서 무너진 언론, 방송의 공정성을 살리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