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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전탑 공사 때문에 음독자결한 고 유한숙 주민의 서울분향소의 모습
송전탑 공사 때문에 음독자결한 고 유한숙 주민의 서울분향소의 모습 ⓒ 염형철

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음독자결한 유한숙(72) 주민의 죽음 후에도 한전은 송전탑 공사를 계속해서 밀어붙이고 있다. 이로 인해 밀양주민들은 극심한 심리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제2, 제3의 이치우, 유한숙의 비극이 나오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한숙 주민의 죽음이 송전탑 공사 때문이란 것은 상식을 가진 이라면 누구나 판단이 가능하다. 고인은 이미 송전탑 반대 운동에 함께해오고 있었고, 음독 후 이미 긴급 후송된 병원에서 경찰관이 보는 앞에서 송전탑 때문에 농약을 마셨다는 진술도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경찰은 집안 문제로 자살한 것일 뿐 송전탑 공사와는 무관하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고인을 추모할 분향소조차 허용치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 나라 경찰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경찰이냐"는 유족의 비판은 정당하다. 

 저 멀리 보이는 산능선에 108번, 109번 송전탑 공사 현장이 자라잡고 있다
저 멀리 보이는 산능선에 108번, 109번 송전탑 공사 현장이 자라잡고 있다 ⓒ 정수근

 지난 11일 아침 경찰병력의 진입을 막고 있는 골안마을 주민들. 주민들은 말한다. "경찰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공권력이냐"고 말이다. "민중의 지팡이이 아니라 한전의 몽둥이"라고 경찰을 비판한다.
지난 11일 아침 경찰병력의 진입을 막고 있는 골안마을 주민들. 주민들은 말한다. "경찰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공권력이냐"고 말이다. "민중의 지팡이이 아니라 한전의 몽둥이"라고 경찰을 비판한다. ⓒ 정수근

설상가상 이런 상황에서 한전은 계속해서 공사를 밀어붙이고 있다. 경찰 병력이 공사 현장을 막아 선 채, 한전 인부들이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지난 9일과 10일 밀양시 산외면 희곡리 골안마을에서 필자가 본 상황이 바로 그러했다. 경찰병력의 비호 아래 공사가 진행됐고, 주민들은 공권력에 막혀 먼 발치에서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헬기가 뜨자 인동댁 장외순(80세) 할머니가 "저놈의 헬기소리만 들으면 심장이 벌럭벌럭한다"며 나무막대를 들고 외치고 있다.
헬기가 뜨자 인동댁 장외순(80세) 할머니가 "저놈의 헬기소리만 들으면 심장이 벌럭벌럭한다"며 나무막대를 들고 외치고 있다. ⓒ 정수근

 공사자재를 싣고 5분 간격으로 떠오르는 헬기소리에 주민들의 스트레스와 분노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공사자재를 싣고 5분 간격으로 떠오르는 헬기소리에 주민들의 스트레스와 분노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 정수근

더 심각한 스트레스는 헬기 소음이다. 농성 현장에 나온 장외순(80세) 할머니는 "저놈의 헬기 소리를 들으면 심장이 벌렁벌렁하며 터질 것 같다. 분노로 몸서리가 치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된다"고 토로했다. 다른 주민들도 이구동성 "저놈의 헬기소리 때문에 못 산다 못 살아" 외친다.

5분 간격으로 공사 자재를 나르기 위해 떠오르는 헬기 소리는 골안마을을 쩌렁쩌렁 울렸다. 일상 생활조차 힘겨운 상황이었다. 주민들은 성토했다.

"도대체 얼마나 죽어야 하노? 얼마나 더 죽어야 저 놈의 공사를 멈추려는가 말이다. 사람이 죽어나도 공사를 강행하는 이런 나라가 어딨노?"

 밀양 골안마을에서 아침마다 이런 장면이 재현된다. 공권력의 비호아래 한전은 여전히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밀양 골안마을에서 아침마다 이런 장면이 재현된다. 공권력의 비호아래 한전은 여전히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 정수근

이런 식으로 공사가 계속해서 강행된다면 밀양 주민들은 더욱 심리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밀양 주민들 10명 중 7명은 극심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을 겪고 있다는 지난 6월 '밀양 송전탑 인권침해단'의 연구조사결과도 있었다.

 밀양 주민 10명 중 7명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또 어떤 비극을 초래할지 모른다.
밀양 주민 10명 중 7명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또 어떤 비극을 초래할지 모른다. ⓒ 함께사는길

밀양 주민들을 더 이상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지 않기 위해서라도 주민들의 주장처럼 당장 공사를 멈추는 것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그런 후 밀양대책위의 주장처럼 사회공론화기구를 꾸려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한 수순일 것 같다.

골안마을과 결연을 맺은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총장은 말한다.

"이미 시험성적서 조작 파문으로 신고리원전의 내년 여름 준공은 물건너갔다는 것이 다 밝혀졌다. 그러니 이렇게 사람을 죽여가며 공사를 서두를 아무 이유가 없다. 만약 공사를 중단하지 않으면 또다른 비극을 초래할 수밖에 없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한전과 정부가 져야할 것이다. 한전과 정부는 즉시 송전탑 공사를 멈춰야 한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밀양 송전탑#유한숙 #골안마을#환경운동연합#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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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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