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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페어> 겉표지
<어페어>겉표지 ⓒ 오픈하우스
리 차일드의 2011년 작품 <어페어>는 작가의 '잭 리처 시리즈' 16번째 편이다. 1997년에 발표한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 <추적자>에서 주인공인 잭 리처는 퇴직한 육군 헌병 소령으로 등장한다.

<추적자>에서 잭 리처가 왜 군대에서 퇴직하게 되었는지 자세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는다. 다만 리처는 이렇게 말할 뿐이다.

소련이 무너지면서 대군을 유지할 필요가 없게 되었고, 군비도 감축되었다고. 그래서 리처는 36살짜리 전직 헌병 실업자가 된 것이다.

리처의 말을 믿더라도 궁금한 점은 남는다. 이 시리즈에서 리처는 가는 곳마다 발생하는 이상한 사건들을 특유의 육체적, 정신적 능력을 가지고 깔끔하게 해결한다.

시리즈 내에서 그의 활약을 보건대 리처는 분명 군대 내에서도 꽤나 능력을 인정받았던 헌병이자 군 수사관이었을 것이다. 리처는 헌병으로 복무하는 것을 자신의 천직으로 생각했다. 그런 리처가 왜 군대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을까. 이것은 시리즈를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돌던 의문점이었다.

기지촌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

<어페어>에서 이 의문점이 해소된다. <어페어>는 시리즈의 16번째 편이지만, 시리즈 내의 시간 흐름 속에서는 가장 과거에 해당한다. 이 작품에서 잭 리처는 36살의 현역 육군 소령이다. 그리고 작품의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의 상관으로부터 퇴직을 강요받는다. <어페어>에서 리처는 뭔가 사고를 쳤기에 어쩔 수 없이 군복을 벗게 된 것이다.

리처가 소령으로 근무하던 어느날, 그는 상관으로부터 호출을 받는다. 미시시피 북동쪽에 위치한 카터크로싱이란 곳에서 세 건의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들은 모두 젊은 여자들이었고 비슷한 또래였으며 모두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셋 다 예리한 칼로 목이 베어진 채 살해당했다. 즉 동일범에 의한 연쇄살인일 가능성이 많다.

문제는 그 지역에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터크로싱의 주민들은 그 부대의 군인을 범인으로 의심하고 있다. 군 당국에서는 리처가 아닌 다른 소령 한 명을 군부대로 보내서 사건 수사를 담당하게 했다. 리처에게는 민간인으로 위장해서 마을에 잠입, 그 지역의 상황을 보고하라는 지시가 내려진다.

이렇게해서 리처는 카터크로싱으로 떠나게 된다. 하지만 도착하자마자 문제가 발생한다. 뼛속까지 군인인 리처가 제 아무리 위장을 잘하더라도 계속 신분을 숨기는 것이 쉽지 않은데다가, 마을의 건달들과도 사소한 마찰이 발생한다. 게다가 군 당국에서는 사건과 관련한 단서들을 리처에게 숨기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리처는 자신이 맡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 사건의 수사를 시작한다.

퇴직 후에 길을 떠나는 잭 리처

시리즈 내에서 리처는 군대에서 받은 퇴직수당을 가지고 미국 전역을 떠돌아다니는 인물이다. 그가 가는 곳 마다 사건이 발생하고 리처는 그것을 해결하고 또 정처없이 떠난다. 그 과정에서 매력적인 여인들을 만나기도 한다. 리처에게는 가족도 없기 때문에 굳이 어디에 정착해서 살 필요도 없다.

어찌보면 은퇴 후에 정말 자유롭고 팔자좋은 인생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인물을 창조해낸 작가에게도 고민거리는 있었을 것이다. 리처가 왜 군대에서 쫓겨났는지, 작가 자신도 그 이유가 궁금했던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시리즈의 16번째 편에서 갑자기 시간을 먼 과거로 돌려서 리처의 마지막 군 수사사건을 다루게 된 것이다. <어페어>는 '잭 리처 비긴즈'에 해당하는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다.

오랫동안 몸 담았던 직장을 떠난다는 것은 확실히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에게 맞는 일을 하던 직장이라면 더더욱. 리처는 그래도 훌훌 털어버리고 길을 떠난다. 그에게는 가야할 도시도 있고 시골도 있다. 그곳에서 마주치게 될 사건과 사람들도 있다. 독자들도 이제 잭 리처의 과거에 대해서는 알만큼 알게 되었다. 남은 것은 잭 리처의 미래다.

덧붙이는 글 | <어페어> 리 차일드 지음 / 정경호 옮김. 오픈하우스 펴냄.



어페어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오픈하우스(2013)


#어페어#잭 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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