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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자영업자 한 달 월세 평균 111만 원. 요즘처럼 불경기에는 부담스러운 세다. 그런데 36개 상가가 밀집 된 우리 상가 쪽은 보증금 1억 원에 월세가 300만 원 넘는 가게가 대부분이다.

겨울 경기가 꽁꽁 얼어붙어 있는 올 겨울은 하루하루 불어오는 바람이 칼바람이다. 며칠 전만 해도 크리스마스트리 하나 제대로 설치한 곳이 없었다. 저녁엔 더 휑한 바람이 상가를 돌아나간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올해도 우리 매장 앞만 트리가 있다.

 환하게 밝힌 크리스마스트리가 따뜻한 거리를 만들었다.
환하게 밝힌 크리스마스트리가 따뜻한 거리를 만들었다. ⓒ 이경모

"회장(상가 모임 회장)님. 우리가게 앞에도 크리스마스트리 좀 설치해주세요."

옆 가게 사장님이 어렵게 나에게 한 말이다.

"회장님 가게보다 우리가게 앞 트리가 더 예뻐요. 오늘 저녁 우리 사장님 하고 점등 기념으로 소주 한 잔 하기로 했어요. 회장님도 오세요."

내가 만든 트리 아래서 사장님하고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는 직원들의 모습에 덩달아 나도 즐거웠다.

 트리 아래서 사장님하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예쁘다.
트리 아래서 사장님하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예쁘다. ⓒ 이경모

그렇게 시작된 트리는 지난주 토요일 36개 상가 앞에 다 설치되었다. 내가 재능(전기 설치)기부(?)를 하고 전구를 원가로 구입해 150만 원의 비용이 들었다. 가게 앞 화단과 나뭇가지에 불이 켜지면서 상가거리는 단번에 따뜻하고 포근한 거리로 변했다. 차를 세워두고 트리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다. 상가를 찾는 고객뿐만 아니라 근무하는 직원들도 좋아한다. 마지막 가게 앞에 트리 설치를 끝내고 불 켜진 거리를 뿌듯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휴대 전화 밸이 울린다.

"선배님 아직 출발 안하셨어요? 퇴근 시간이어서 조금 빨리 가시게요."

광주 시민단체에서 주최한 송년콘서트(오예당신-오지다 예쁘다 당신)에 함께 가기로 한 후배 전화다.

 송년콘서트 제목
송년콘서트 제목 ⓒ 노사모카페

 가수 박강수 공연 모습
가수 박강수 공연 모습 ⓒ 노사모카페

표 두 장을 받고 며칠간 설레며 기다렸던 콘서트를 트리 설치하느라 잠시 잊고 있었다.
서둘러 간 콘서트 장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입장하고 있다. 건조하고 밋밋한 일상을 사는 우리에게 촉촉한 감성으로 노래하는 박강수씨의 첫 무대를 시작으로 '바위섬, 직녀에게'의 김원중, '갯바위, 가슴앓이'의 양하영, 소프라노 유형미씨의 무대가 이어졌다. 마지막 무대는 안치환. '내가 만일, 광야에서, 늑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 다양한 곡으로 관객을 노래 속으로 끌어 당겼다.

공연을 보고 나오는 사람들 얼굴은 하얀 눈꽃처럼 아름답다. 사람이 가장 마음이 편할 때는 흥얼거리거나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관객들 모두는 공연동안 내내 그랬을 게다. 공연을 기다리며 설레던 마음, 공연 중에 느꼈던 감동, 벅찬 순간까지를 다 가진 행복한 콘서트였다. 아직 남아있는 흥에 콧노래를 하며 집으로 향하는 길에 가게 앞을 지나는데, 그냥 갈 수가 없었다.

상가가 철시한 거리 트리에 밝혀진 불빛은 하늘에서 은하수가 내려앉아있다. 트리를 설치하면서 기원했던 것들이 다 이루질 것 같다. 우리 가족의 건강, 아들 녀석의 시험합격, 12월에 우리 상가 모두가 대박나기를 바랬다. 매월 말일이면 월세 내느라 허리 휘어지는 자영업자들이 언제쯤이면 허리가 펴질까.

오늘 내가 느꼈던 뿌듯함 설렘 감동 가슴 벅찬 행복한 순간을 많은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날, '오지다 예쁘다 당신'이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덧붙이는 글 | 월간잡지 첨단정보라인 1월호에 싣습니다.



#이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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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광주 첨단지구에서 첨단정보라인을 발행하는 발행인입니다. 첨단정보라인은 월간지(광주 라88)로 정보화 시대에 신속하고 알찬 보도논평, 여론 및 정보 등 주민생활의 편익을 제공하며 첨단지역 상가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만큼 생생한 소식을 전할 수는 없지만 이 지역의 관심 현안을 취재하고 대안을 제시해 주민들과 늘 함께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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