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아래 방통심의위)가 19일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9>에 대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었다"며 중징계를 의결했다. 그러나 역풍이 거세게 불자, 방통심의위가 멋쩍은 형국이다.
당장 법조계와 정치권 인사들이 "징계는 공정방송의 훈장", "얼마나 공정방송했기에 이런 보복을 당하나" 등 방통심의위를 강하게 질타하고 나섰고, "<JTBC 뉴스9>를 시청자들이 지켜낼 것", "시민들이 손석희 앵커를 지키자"라는 등 응원과 격려의 목소리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방통심의위원회 "JTBC 뉴스9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었다" 중징계먼저 이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는 전체회의를 열고, 종편 보도프로그램 <JTBC 뉴스9>에 대해 중징계를 의결했다. 징계내용은 "해당 방송프로그램 관계자 징계 및 경고" 조치다. 이를 중징계라고 하는 이유는 3년마다 실시하는 방송사 재허가 심사 때 감점 요인이 되는 법정 제재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날 방통심의위가 중징계 의결의 근거로 삼은 것은 2가지 이유다.
먼저 "<JTBC 뉴스9>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부의 정당해산 심판 청구와 관련한 내용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민감한 쟁점사안을 다루면서 당사자인 통합진보당 대변인과 일방의 입장을 가진 전문가만을 출연시켜 장시간 의견을 들었다"는 것이다.
당시 이 뉴스는 법무부가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을 청구한 내용을 다루면서 진보당 대변인 김재연 의원과 인터뷰하고, 헌법학자인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대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뉴스진행자인 손석희 앵커의 발언도 문제 삼았다. 방통심의위는 "이 사안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진행자가 '정당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침해한다는 의견은 22.0%,… 재판결과가 나온 뒤에 판단해야 된다는 의견은 19.3%,… 의견을 합치면 41.3% 인데요, 이것은 이번 조치가 적절하다는 의견 47.5%와는 오차범위 내이긴 하나, 전체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이번 정부 조치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라고 말하는 내용 등을 방송했다"고 징계 이유를 설명했다.
방통심의위는 그러면서 "공정성과 객관성이 엄격하게 적용돼야 하는 보도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사안을 다루면서 이를 균형 있게 반영하지 않고, 여론조사 결과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전달하지 않아 시청자를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어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관계자에 대한 징계 및 경고'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징계 여부를 놓고 의견 대립을 보였다. 그러나 표결을 진행한 결과 여당 추천 위원 6명은 찬성표를, 야당 추천 위원 2명은 반대표를 던졌다. 야당 추천 위원인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강한 항의 차원에서 아예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법조계 "방통심위 판정기준으로 다른 방송 제소... 진실보도가 그렇게 두렵나"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9>에 대한 징계 소식이 전해지자 SNS(트위터, 페이스북)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며 국민들과 소통하는 법조계와 정치권 인사들은 방통심의위를 질타하는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그들이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담았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20일 트위터에 "방통위가 <JTBC 뉴스9>에 대해 '경고 및 관계자 징계' 처분 내렸다고.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징계소식을 이은 징계소식이다. 과연 적반하장의 시대임을 실증하는 또 하나의 예"라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또 "JTBC 뉴스 징계. 차라리 잘된 게 아닌지"라고 말했다. 그 이유가 눈길을 끌었다. 그는 "방통위의 판정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불공정이 체질화 된 뉴스, 시사토론을 이제부턴 확실히 제소할 수 있겠군요. 언론감시단체의 분발 기대합니다"라고 반전시켰다. 방통심의위가 자충수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위원회 부위원장인 이재화 변호사는 트위터에 "방통심위가 <JTBC 뉴스9>에 대해 '경고 및 관계자 징계' 처분 내렸다"면서 "방통위의 징계처분은 공정방송의 훈장이다. 공중파와 종편을 합해 유일하게 공정 방송했다는 징표다"라고 오히려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이제 국민들은 시청률로 JTBC를 응원하자. 10%대 시청률 향해 파이팅!"이라고 응원했다.
김용민 변호사는 20일 기자와의 연락에서 "기사보고 참 한심했다"며 "방통심의위에서 말하는 공정성과 객관성은 국민의 눈높이와 한참 거리감이 있는 것 같다. 오로지 청와대와 정권 관계자의 시각에서만 공정해야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고만 들리는 건, 저만의 착각이 아닐 듯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언론은 객관적인 사실보도가 생명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객관적 사실을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해 줘야 한다"며 "JTBC의 뉴스가 시청자를 공격하고 불편하게 한 것이 아니라, 정부를 공격하고 불편하게 한 것이라면 당연한 언론의 역할을 한 것"이라고 'JTBC 뉴스'의 손을 들어줬다.
김 변호사는 "만약 보도에 대한 관점이 불공정하고 부적절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언론의 자유 영역에 속하는 것이지, 징계의 대상으로 가져갈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며 "결론적으로 또 하나의 불쾌한 소식이 들려와 안녕하지 못하다"고 질타했다.
검사 출신 백혜련 변호사는 20일 기자와의 연락에서 "요즘은 너무 분노할 일이 많다. 방통심의위가 징계기준으로 삼은 공정성과 객관성은 도대체 어느 나라에서 온 공정성이고 객관성인가?"라고 따져 물으며 "이제 손석희 뉴스의 시청률로, 방송위의 자의적이고 불공정한 징계에 대답할 것이다"라고 방통심의위를 비판했다.
부장 검사 출신으로 국회의원 3선을 역임한 송훈석 변호사는 트위터에 "진실보도가 그렇게도 두려운가?"라고 질타하며 "진실보도에 대한 정치적 징계로 철회돼야!"라고 촉구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페이스북에 "두 개의 징계 소식. 방통심의위, '손석희의 9시 뉴스'에 중징계 강행. 그리고 법무부, 윤석열 수사팀장에게 1개월 정직 처분"이라며 "막장 방송의 진수를 보여주는 다른 종편은 놔두고? 음양으로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줄을 대고서 수사의 칼날의 방향과 강도를 조절하는 정치검사들은 놔두고?"라고 비판했다.
조국 교수는 또 트위터에도 "계속 막장의 길을 가고 있는 다른 종편은 놔두고 손석희를?"라고 꼬집었다.
정치권 "시청자들이 <JTBC 뉴스9> 지키고, 국민들이 '손석희' 지켜줘야"정치권 인사들의 목소리도 컸다. 또한 한 발 더 나아가 "시청자들이 <JTBC 뉴스9>를 지키고, 국민들이 '손석희'를 지켜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트위터에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9에 방통심의위에서 여권 추천 위원들에 의해 편파 방송을 이유로 중징계 결정했단 뉴스! 대한민국 방송 전체를 편파방송이라 중징계해도, 해당 안 될 유일방송 JTBC 뉴스9가 얼마나 공정방송 했기에 이런 보복 당할까요?"라고 방통심의위를 강하게 질타했다.
박지원 의원은 특히 KBS의 수신료 인상 추진을 빗대어 "수신료 4천원 인상을 강추! 인상된 전액을 손석희에게의 조건입니다"라고 힐난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트위터에 "손석희 앵커를 지켜주셔야 할 것 같아요. 꽃은 꺾을 수 있을지 몰라도 봄이 오는 것을 막을 순 없지요. 대자보가 세상을 휘감는 것도 숨 막힌다는 국민들의 표현 아닐까요? 이제는 손석희 대자보를 지켜줘야 할듯해요"라며 손석희 앵커를 국민들이 지켜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방통심의위의 이번 "해당 방송프로그램 관계자 징계 및 경고" 결정의 화살이 결국은 손석희 앵커를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손석희 앵커는 <JTBC 뉴스9> 진행자로서 당시 대담을 진행했고, 특히 JTBC 보도부문 사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통심의위원으로서 전날 회의에서 징계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표결에 앞서 퇴장한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트위터에 남긴 말을 보면 예사롭지 않다.
박 교수는 "정말 두려운 것은 손석희가 JTBC와 입사협상을 할 때 당연히 독립성 불가침약정을 받았겠지만, 과연 방송통신심의위 중징계를 받는 상황에서의 독립성 보장까지 받았겠는가이다"라며 "'관계자 징계'의 관계자는 손석희 자신인 지금의 상황 말이다"라고 적었다.
방송위원회 부위원장과 위원장 직무대행을 역임한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트위터에 <방통심의위, '손석희의 뉴스9'에 중징계 강행> 기사를 링크하며 "좋다. 앞으로 종편·KBS·MBC 등 편파보도도 이렇게 심의해라. '김대중 대통령, 김일성 스파이라 한 종편심의' 어떤 결과 나오나 보겠다"라고 예의주시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트위터에 "방통심의위가 결국 <손석희 뉴스9>에 중징계 결정을 내렸군요. 공정성-객관성 결여라고요? 방통심의위원들은 화성에서 오셨나요? 지구인들은 반대로 생각할 겁니다"라고 힐난하며 "기득권에 눈엣가시 같은 <손석희 뉴스9>, 우리 시청자들이 지켜낼 것입니다"라고 응원했다.
언론인 출신인 노웅래 민주당 의원도 트위터에 <방통심의위, JTBC '손석희 체제' 중징계> 기사를 링크하며 "수많은 반대 속에 태어난 종편, 보도의 다양성 운운하며 그렇게 밀어부친 종편을 자기를 비판한다고 징계하는 정부, 대한민국에 언론은 없다"라고 비판했다.
은수미 민주당 의원도 트위터에 "방통위가 손석희 JTBC 뉴스9에 중징계… '자랑스런 불통' 1위인 박근혜 청와대에 이어, 사이버댓글이 우발적 실수라는 국방부, 수서발 KTX 자회사 면허 허가한다는 국토부와 함께 불통 공동2위 등극. 불통 자랑스럽다는 이정현이 상장 수여할 듯"이라고 싸잡아 질타했다.
김진애 전 민주당 의원도 트위터에 관련 기사를 링크하며 "편파 방통위 입맛대로?"라고 힐난했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트위터에 "방통심의위가 끝내 JTBC 손석희 뉴스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했습니다.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방송심의입니다"라고 쇄기를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