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에너지 정책 활성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지역에 맞는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판매도 할 수 있는 '친환경에너지 타운'을 만들겠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여러 에너지 관련 시민 단체들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2차 에너지기본계획 정부안'은 박 대통령의 발언과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비정상적인 과다 수요 전망으로 원전은 최대로 늘어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여전히 미약한 수준이라는 게 시민단체의 입장이다.
이상훈 소장은 누구? |
- 서울대 조경학과 학사,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관리 석사, 세종대 기후변화정책 박사 - 경력 : 전 환경연합 에너지대안센터 사무국장, 환경연합 정책실장/처장, 세종대 기후변화센터 연구실장. 현 신·재생에너지학회 이사, 신·재생에너지정책심의회 위원,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전력분과위원, 환경연합 에너지기후위원,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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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되풀이 되는 전력난 극복은 물론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필요성은 강조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이 장기적으로 효과를 내려면 원자력이나 화석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는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이상훈(45)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을 지난 9일 만나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현황과 향후 발전방안 등에 대해 물어봤다.
"어려움 겪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사업... 상황은 나아질 것"
- 현재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현황은?"신재생에너지산업은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1년부터 어렵단 얘기가 나왔지만 2012년과 지난해에는 특히 더 어려웠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산업이 어렵단 얘기가 나왔어도 성장세는 유지됐다. 신재생에너지산업이 어려운 데에는 국내·외 요인들이 있다.
일단 국내 신재생에너지 비중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은 태양광이다. 태양광 분야는 2011년부터 중국 업체들이 몰리면서 공급이 과잉됐다. 또한 태양광시장 중 가장 큰 곳이 유럽이었는데 경기가 침체되면서 시장이 축소됐다. 공급과잉과 유럽시장 위축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세계시장이 어려워졌고 국제경쟁도 치열해졌다.
국내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속도 자체가 선진국에 비해 빠르지 않다. 국내 시장이 산업에 비해 빠르게 크지 못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산업은 2007년에 비해 2012년까지 5년동안 매출 10배, 수출 8배, 고용이 4배나 성장했다. 현재는 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오는 조정기로 보인다. 충분히 상황은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 국내 신재생에너지 사용량은 어느 정도인가."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우리나라는 1차 에너지 대비 신재생에너지 공급 비중은 1.4%에 불과하다. 반면 독일은 20.4%, 덴마크는 40.3% 등으로 지난 20여 년 간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가 크게 늘었다.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원전과 화력발전 설비가 크게 증가하면서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졌다.
우리나라는 '2003년 제2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 수립' 이후 정부에서 보급과 산업육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재생에너지 산업이 어려움을 겪으며 선진국에 비해 보급 속도가 느렸다. 보급여건이나 조건이 불리한 것도 있고 수용성 문제도 작용했다."
"재생에너지 사업자들, 이익 공유하는 노력 필요해"- 수용성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리려면 수용성을 높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원자력발전이나 화력발전은 국가 주도로 설비가 된다. 하지만 이제는 정부가 주도로 하는 사업도 수용성이 받혀주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밀양 송전탑 사태가 그 예다.
재생에너지 산업은 대부분 민간이 하는 사업이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하는 사업에 비해 주민반대나 지자체의 반대가 심하면 사업진행에 있어 큰 걸림돌이 된다. 또한 재생에너지 보급에는 재원이 많이 든다. 이는 고스란히 시민들이나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돌아온다. 소비자들이 재생에너지에 대한 우호적 태도가 없기 때문에 회피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독일과 같은 선진국의 경우 시민들은 부담이 늘었지만 재생에너지 보급을 옹호하고 있다.
다른 에너지시설에 비해 재생에너지는 기후변화나 에너지 안보에 도움이 되는 설비이기 때문에 장려돼야 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자신들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되지 않으면 부정적 인식을 갖는 경우가 많다. 지역 내 풍력발전이 돌아가는데 이익은 외부로 가거나 누군가가 독점하고 있는 등 정서적 반감 같은 것이 있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사업자들은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에서 얻는 이익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재생에너지산업 중 국내에 적합한 분야는?"발전설비 비중면에서는 태양광이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고 발전연비로 봤을 땐 풍력이 태양광보다 많을 수 있다. 큰 틀에서 재생에너지 산업은 태양광과 풍력위주로 가는 것으로 정부가 방향을 잡았다.
이전엔 폐기물에너지, 해양에너지의 비중도 높았는데 환경문제들로 인해 계획이 많이 축소됐다. 현재 태양광이 발전단가도 많이 떨어지고 수용성 측면에서도 큰 제약이 없어 발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본다."
- 재생에너지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데."풍력은 조선산업을 이어 나가고, 태양광은 반도체 산업을 이어갈 수 있다. 산업의 속성과 요소·기술들이 중복되는 게 많다. 조선산업의 기술적 우위와 반도체산업의 기술적 우위를 잘 활용한다면 풍력과 태양광 산업은 발전해 나갈 수밖에 없다. 또한 산업이 커지려면 내수시장이 어느 정도 뒷받침돼야 한다. 내수시장이 뒷받침되기 위해서는 보급이 중요하다.
지금껏 시행착오를 겪고 학습을 하면서 올라왔다면 이제는 국내 보급을 위한 제도 개선이나 상황, 보급여건 등을 잘 파악해야 한다. 이미 산업계는 세계시장에 진출하려면 뭘 준비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앞으로 정부가 발을 빼지 않고 과거처럼 적절한 지원을 한다면 국내보급이나 산업 육성면에서 훨씬 더 빠르게 도약할 수 있다."
"'유망할까?' 전망 운운할 때 아냐... 이미 세계적 흐름"
- 재생에너지산업이 장기적으로 효과를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2003년부터 2011년까지는 지속적으로 예산이 늘었고 보급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그 결과 태양광 산업은 안정적으로 발전했다. 풍력은 인허가 제도와 수용성 문제로 들쑥날쑥 했지만 신재생에너지 전체로 보면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예산이 뚜렷하게 감소하고 있다. 정부는 예산을 줄이는 대신 시장을 통해 보급을 활성화하겠다고 하는데 현재 수준의 경제성으로 봤을 때 재생에너지가 시장을 통해서 충분히 보급될 수 있을지는 의구심이 든다.
지난 정부까지는 신재생에너지를 녹색성장의 동력으로 보면서 산업육성이나 보급에 신경을 많이 썼다. 하지만 이번 정부에서는 창조경제의 원동력으로 재생에너지를 언급하지 않다가 올해 대통령 신년연설에서 신재생에너지를 강조했다. 신재생에너지는 이미 세계적인 흐름이기 때문에 우리가 '유망하다, 안하다'를 놓고 논란을 벌일 일이 아니다. 앞으로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시장은 커질 것이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말고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 정부가 중요하게 인식을 하고 관심과 지원을 늘려가야 한다."
-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 가능 잠재량은 얼마나 되나."국내에는 재생에너지 보급에 충분한 잠재량이 있는데 정부가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서 기존방식대로 원자력, 화력발전 등 손쉽지만 부담이 큰 방식에만 의존하고 있다. 이걸 포기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원자력과 화력발전 비중이 여전히 높게 잡은 것이다.
정부가 말로는 재생에너지가 중요하고 확대해야 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대량으로 값싸게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화력과 원자력을 밀고 가고 있다. 이런 관행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한 부지가 많지는 않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라는 것은 자기 나라에 주어진 자원 여건에 맞춰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 에너지기술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재생에너지 잠재량은 국내에너지 대부분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지속적으로 개발한다면 국내 부존하는 재생에너지로 대부분의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더 해달라. "가장 중요한 것은 아직 재생에너지를 주요한 에너지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2035년이 되도 국내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11%에 머물 것으로 본다. 재생에너지 공급이 안 될 경우 화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복안이 정부의 계획이다. 이로 인해 원자력이나 석탄화력 발전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공급에 문제가 생긴다고 불안해 한다.
재생에너지 보급목표는 달성이 되도 그만 안되도 그만이라는 이런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 화석연료나 원자력 공급시스템에 부가적인 에너지원이 아니라 주요한 에너지 공급원이 돼야 한다. 재생에너지는 필요할 때 생산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재생에너지의 특성과 약점을 보강하기 위한 이해를 높이고 에너지 공급원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비전을 많은 사람들이 인정할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김태환(kth1984@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