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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합주단의 공연 모습
 열린합주단의 공연 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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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7시, 여수진남문예회관에서는 여수열린지역아동센터가 주최한 '우리도 별입니다' 공연이 열렸다. 올해로 9회째 열린 공연에는 300여 명의 시민이 참석했다

관객들은 열린합주단의 현악앙상블과 에벤에셀남성중창단의 남성중창에 이은 피아노3중주에 열광하며 앙코르를 요청했다. 공연이 훌륭해서일까? 아니면 분위기에 취해서?

관객들은 열린합주단이 어떻게 생겨났고 어떻게 악기를 마련하고 그들이 어떤 환경에서 살고있는지 알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앙코르에 연주자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곡은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 이었다.

"당신이 나를 일으켜 주기에 나는 산에 우뚝 서있을 수 있고, 당신이 나를 일으켜 주기에 나는 폭풍의 바다를 건널 수 있습니다"

 에벤에설남성중창단의 공연 모습
 에벤에설남성중창단의 공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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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강사와 지휘자들이 소액의 경비만 받으며 열성적으로 이들을 지도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어려운 이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기 위함이다.

여수열린지역아동센터센터에는 33명의 학생이 다닌다. 이 지역은 여수에서도 형편이 곤란한 사람들이 사는 지역으로, 기초수급대상자, 한부모, 조부모, 장애부모, 저소득층 가정이 주를 이룬다. 학원갈 돈이 없는 아이들은 하교 후 센터에 와서 공부한다.

정한수 목사는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1991년에 지역아동센터를 설립하고 한화그룹의 지원을 받아 바이올린 5대, 첼로 2대, 비올라 2대를 샀다. 문제는 악기를 지도할 강사. 때마침 기능 보유자인 강준아씨가 도움을 주겠다고 연락했다. 생전 처음 악기를 만져본 아이들은 악보를 볼 줄도 몰랐다고 한다.

몇 년전 공연할 때보다 기량이 훨씬 향상된 학생들의 연주 실력에 감탄했다. 대학교 3학년인 정새하늘씨를 만나 음악을 전공하게 된 이유를 들었다.

 초등학교 4학년 시절 악보도 못 읽었던 학생들이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이 됐다. 대학교 3학년인 정새하늘(왼쪽) 씨와 박지수씨
 초등학교 4학년 시절 악보도 못 읽었던 학생들이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이 됐다. 대학교 3학년인 정새하늘(왼쪽) 씨와 박지수씨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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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열린합주단에서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하던 때는 초등학교 4학년 때입니다. 당시는 악보 볼 줄도 몰랐고 악기이름도 몰랐죠. 열심히 공부해 일반대학에 가려고 했는데 방향을 바꿔 음악선생님이 되고 싶어 사범대 음악교육과에 다니고 있어요. 대학에서 배우고 있지만 동생도 가르치고 있습니다.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는 생각도 못했는데 이런 자리까지 온 것이 현실이 됐어요."

11년 전 합주단을 만들고부터 정한수 목사와 함께 불철주야 노력한 정 목사 부인 이인애씨도 감개가 무량하다.

"주위에서 도와주는 분들이 많아 음악 전공자가 4명이나 탄생했어요. 초록우산어린이 재단에서는 이번에 대학에 합격한 조우리 학생을 위해 비올라를 대여해주고 GS칼텍스에서는 활과 레슨비를 지원해주기도 했죠. 강사님들도 소액만 받고 아이들을 지도해주셔서 이런 좋은 결과를 냈습니다. 너무 감사하죠."

처음부터 끝까지 학생들과 연주를 함께한 정한수 목사는 "날로 실력이 향상되어가는 학생들을 따라가기가 버겁습니다. 버겁지만 죽기 살기로 따라갑니다"라며 즐거워했다.

 열린합주단을 창단하고 운영하는 정한수목사
 열린합주단을 창단하고 운영하는 정한수목사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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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님이 합주단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강도 높은 연습을 시켜 힘들긴 했지만 그 지도에 따라준 학생들이 대견스럽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별인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도 모두 별인 것을 알았습니다. 저희가 더 빛나는 별로 커갈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힘든 연주를 마치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 이들 모두의 얼굴이 반짝반짝 빛난다. 이들 모두가 진흙 속에서 건진 별들이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열린합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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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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