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8일 대학생 20여명이 아베 일본 총리에게 질의서를 전달하기 위해 도쿄로 향했다. 이날 야스쿠니신사 앞에서 신사참배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려던 '2.8 도쿄원정대'는 결국 일본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연행되는 등 갖은 고생을 겪었다. '2.8도쿄원정대'에 참가했던 학생 두 명이 글을 보내와 싣는다. [편집자말]
[원정대 편지①] 친구들아, 우리 두려워하지 말자

 왼쪽에서 두번째 'peace'라고 쓰인 머리띠를 한 친구가 소진희 학생.
왼쪽에서 두번째 'peace'라고 쓰인 머리띠를 한 친구가 소진희 학생. ⓒ 겨레하나

친구들에게

일본에 간다고 걱정을 많이 했던 나의 친구들. 걱정이 전혀 안 됐다고 얘기할 순 없지만 이 원정대를 준비하면서 한국에서는 잡힐 듯 잡히지 않던 어떤 느낌을 좇아 일본에 오게 된 것 같아.

이 활동이 인류 보편적인 지향점을 위한 것이라는 걸, 정말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걸 이 일본에 와서 확신할 수 있었어.

내각부에서 우리의 '아베 총리께 드리는 질의서'를 경비원 밖에 받을 수 없다 했을 때, 모든 이가 들어갈 수 있는 야스쿠니 신사의 입장을 심지어 버스에서도 마음대로 나가지조차 못하게 할 때에도,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 속에서 경찰에게 거칠게 밀쳐지고 넘어져 할 수 있는 건 같이 온 친구들을 꼭 잡고 있을 수밖에 없을 때에도 내 마음 속엔 '왜?' 이 질문이 크게 있었어. 그것은 70년이 다 돼가는 해방의 순간이, 완벽한 해방이라 할 수 있을까. 이런 마음에서 온 질문이었어.

아픈 과거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그런 일이 없었는데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그냥 흘러갔는지. 나는, 우린 비록 학생의 신분으로 경찰들과 내각 인사들에게 거부당하고 제지당했지만 그것은 더 나아가 우리나라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어.

너무 과잉적으로 대응하는 일본을 보고 있으면 역사를 들춰내는 것을 정말 꺼려한다는 걸 알 수 있었어.

95년 전 2.8 독립선언을 했던 자리에서 대학생 독립선언문을 읽고 아리랑을 불렀을 때 그 자리에 계셨던 할아버지, 할머님들이 두 손 꼭 모으고 두 눈을 꼭 감아서 경청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엔 '95년 전 우리 선조들의 바람이 누구에게나 마음 속에 깃들고 있구나' 이런 마음에 가슴이 벅차기도 했지.

친구들아, 배우는 학생으로서 신념을 무시하지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자. 죽은 자와 산자, 많은 이들이 옆에 함께 걸어가고 있음을 잊지 말자.

2014년 2월 10일
일본 도쿄에서, 2·8대학생 도쿄 원정대 소진희(부산대 역사교육과 1학년 입학예정)

[원정대 편지②] 우익 핑계로 우릴 막은 건 일본 경찰이었다

 전쟁과 여성 인권 박물관 앞에서 2.8 대학생 도쿄 원정대 친구들과 찍은 사진.
전쟁과 여성 인권 박물관 앞에서 2.8 대학생 도쿄 원정대 친구들과 찍은 사진. ⓒ 겨레하나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 나는 일본에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다. 일전에 개인적 관광으로 여러번 일본을 방문한 경험이 있었고 일본 사회의 분위기나 우익과 같은 특성을 다양한 책이나 영상으로 접해 보았기에 머릿속에 나름대로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졌었다. 그러나 내가 구상했던 것과는 전혀 상이한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일본으로 향하는 나의 고민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과거 2·8의 위인들의 모티브로 한국 대학생의 대표로 이 기행길에 오른 나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때문에 한 번쯤 일본 우익들의 공격을 받는 것을 감수해야한다는 각오 정도는 돼있었다.

그러나 일본 청사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그들을 일본의 우익들이 아니었다. 버스 안에서 한 발자국 내리지도 못하게 하였고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인 청사 입구에서 사진 한 장 찍지 못하게 하는 그들은 일본의 우익이 아닌 경찰들이었다.

그들은 '위험하다'는 말 한마디로 우리가 하는, 꼭 해야하는 모든 일들을 막으려했다. 하지만 청사 앞에서 곧 있으면 도착할 것이라는 우익들의 모습은 한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에 한 번도 볼 수가 없었다.

청사와 신사 앞 위험을 유발할 수 있다던 우리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칼이 아니었다. 총도 아니었고 도시락 폭탄도 아니었다. 그것은 얇은 천 한 장이었고 그 곳에는 '평화를 원한다'는 글이 적혀 있을 뿐이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평화'를 부르짖는 외침이 좋지 못한 의도로 쓰였던 걸 본 적이 없다. 우리는 일본을 조롱하는, 악의적인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고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우리는 한일 양국간 더 나아가 아시아에 평화가 오기를 바랐다. 이러한 정당한 활동을 막는 것은 45년만의 폭설이 아니었다. 쓰나미나 방사능도 아니었고 심지어 일본 우익도 아니었다. 일본 경찰들에게 막혀 발길을 돌리는 것이 너무나도 아쉽고 억울하고 분통했다.

2014년 2월 10일
도쿄에서, 일정을 정리하며. 2·8대학생 도쿄 원정대 최호진(창원대)


#도쿄 원정대#야스쿠니#2.8 독립선언#아베 #질의서
댓글2

남북교류협력 전문단체, 평화와 통일을 위한 시민단체 겨레하나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