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일 (월) 여드레날 저녁에 산행대장과 함께 동료들에게 더 이상 오를 수 없음을 알리고 아침에는 동료들에게 무사히 다녀오라고 전송한 다음 하산 채비를 하다. 로부제를 거쳐 고락셉을 거쳐 칼라파타르를 오르지 못한 점은 너무나 안타까웠으나 처음 올 때부터 허리가 다친데다가 여러 증상이 나타났기에 딩보체까지 간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아쉽지만 하산하기로 한 것이다.
내 카고백을 수고스럽게 짊어지고 갈 포터 딜을 소개해주어 같이 내려가기로 하였다. 다행히 카고백이 가져올 때보다 무게가 줄어서 11~12㎏ 정도여서 조금은 부담이 덜 되었다.
하산하면서 많은 트레커를 만났다. 외국인들도 많았지만 한국인들도 많았다. 한국인들은 조금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조금 나이든 여자와 젊은 남자가 함께 오르기에 물어보니 남자가 고산증으로 하산하여 칸트만두에서 2~3일 적응하던 차에 우연히 만나서 오른다고 했다.
그리고 한참을 내려오니 팡보체에(3930m) 도착하여서(11:20) 포터가 소개해 준 롯지 식당으로 들어갔다. 고산증으로 밥맛도 없고 하여 간단히 토마토 쥬스로 대신하였다. 이 식당에서 중국인 모녀를 만났는데 몸상태가 괜찮았으면 좀더 여러 가지를 물어 봤을텐데 그러지 못하다.
먼저 하산하면서 지구의 지붕이라고 하는 히말라야의 고봉인 설산을 정복하기 많은 산악인이 성공도 했으나 또 많은 산악인 희생되었다. 많은 국가들이 앞다투어서 이 고봉들을 오르기 위해서 지원내지 노력하고 있는데 이런 노력들이 산을 정복.파괴대상으로 보는 것인지 아니면 산을 알고 자연과 함께하려는 겸손한 마음에서인지 분명히 할 때가 된 것 같다.
근대의 도구적 이성은 인간뿐만 아니라 자연도 생명없는 기계의 한낱 부속품으로 전락시키어 시장에서 이윤극대화의 한 수단에 불과하다. 따라서 자연을 정복과 착취대상이지 함께 공존하려는 생명으로 대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기에서 본 많은 신앙대상을 우리의 조상들의 신앙과 대비되면서 보게 되었다.
점심 후 1시간 정도 쉬었다가 하산 길을 재촉하였다. 다보체는 이른 오후에(14:00)에 도착하였다. 포터인 딜과 함께 인근에 있는 탱보체 라마 사원을 가려고 10여 분 가다가 돌아오다. 몸상태가 워낙 힘든데다가 내일 가면서 또 볼 것인데 구태여 그럴 필요가 없어서 돌아오다.
이 숙소는 올라갈 때 묵었던 롯지로 오늘 저녁에는 필리핀 두 쌍을 만났다.
저녁 식사 후 난로가에 앉아서 2시간 이상을 내 포터 딜과 이곳의 주인을 포함한 여성2명 그리고 이 근처 산장에서 요리사로 일하고 있는 젊은이, 필리핀 부부까지 해서 짧은 영어로 서로 의사소통하면서 보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