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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첫걸음부터 삐걱거렸습니다. 중국 여행을 책임지기로 했던 분의 갑작스런 포기로 몇 달 전부터 준비한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그분은 중국 여행 전문가로 20여 일의 중국 여행 기간을 책임지기로 하였는데 출발 하루 전에 지병으로 여행이 힘들 것 같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미 중국 청도(靑島, 칭다오)행 배표와 베트남 하노이에서 귀국하는 항공권을 예매하였고 중국 비자도 발급받았습니다. 이 시점에서 여행을 취소한다는 것은 많은 정신적 물질적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중국어도, 여행 계획도 충분하지 않았지만 출발하기로 하였습니다. 모든 것은 현지에서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결정하면 되겠지요.   

일행들.. 히말라야에서 인연을 맺어 배낭여행을 함께하는 일행 모습
▲ 일행들.. 히말라야에서 인연을 맺어 배낭여행을 함께하는 일행 모습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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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31일 오후 인천항 제2국제터미널에 다섯 명이 모였습니다. 모두 히말라야 트래킹을 계기로 인연을 맺은 분들입니다. 하는 일과 사는 지역이 다르지만 히말라야를 가슴에 품고 산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학연과 지연이 인연의 끈이었다면 현재는 취미와 관심이 인간관계를 연결시켜 주고 있습니다. 세상이 변한 것이지요. 

배를 타고 국경을 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처음'이란 말은 묘한 여운이 있습니다. '첫사랑', '첫 경험'처럼 설렘과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화려한 크루즈 여객선은 아니지만 거대한 페리호를 타고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에 간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입니다.

인천항에는 패키지여행을 끝내고 돌아가는 중국인들과 보따리 장사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습니다. 중국과의 교류 확대와 한류 열풍으로 인천항은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인천항에는 제1, 2 국제 터미널이 있습니다. 제1터미널은 중국 단동, 대련, 연태행이 제2터미널은 위해, 천진, 청도행 페리가 출발합니다.

화물 선적 준비 보따리 장사꾼들의 화물 선적 준비
▲ 화물 선적 준비 보따리 장사꾼들의 화물 선적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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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수속을 끝내니 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위동 페리에서 운항하는 뉴골든브릿지(New Golden Bridge)호에 탑승하기 위해서는 버스로 항만까지 이동해야 합니다. 3만 톤 급 페리는 사람을 압도했습니다. 승무원의 환영을 받으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배를 오릅니다. 안내 데스크에서 친절한 승무원이 숙소를 배정하고 있습니다. 배가 아니라 호텔에 온 느낌입니다.   

안내 데스크 호텔 로비를 연상하는 페리호의 안내 데스크
▲ 안내 데스크 호텔 로비를 연상하는 페리호의 안내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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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동 페리는 660여 명의 승객과 컨테이너 325TEU(1TEU는 길이 20m 컨테이너 하나)를 선적할 수 있으며 다양한 객실, 면세점, 편의점, 노래방, 극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객실의 종류도 특급호텔을 연상하는 'President'부터 온돌방 시설을 갖춘 'Economy Class'까지 다섯 단계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탑승한 Business Class는 4인 1실로 2층 침대 두 개와 냉장고와 TV가 비치되어 있으며 창밖으로 인천항 모습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뉴골든브릿지(New Golden Bridge)호 3만톤급 페리호의 갑판에서
▲ 뉴골든브릿지(New Golden Bridge)호 3만톤급 페리호의 갑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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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마지막 날, 한달 간의 여행이 시작되다

일몰이 시작되는 오후 5시 30분. 배는 인천항을 떠나 항해를 시작하였습니다. 항구에서 외해로 나가기 위해서 수문식 도크로 지나고 있습니다. 인천은 조수간만의 차이가 10m 정도로 크게 납니다. 썰물에도 수심을 유지하기 위해 선박이 출입하는 입구에 수문을 설치하여 바닷물의 유출을 막고 있습니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배가 도크에 진입하여 빠져 나가는 모습은 예술입니다.

인천대교 모습 페리호 갑판에서 본 인천대교
▲ 인천대교 모습 페리호 갑판에서 본 인천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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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크를 빠져 나가자 배가 속도를 더합니다. 잔잔한 파도 덕분에 배가 물위를 스치듯 나아갑니다. 화려한 인천대교의 조명이 여행자들을 환송하고 있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갑판에 나가 조그마한 빛으로 변한 인천항을 바라봅니다. 한 해의 마지막 날 한 달간의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모두들 어울려.. 송구영신을 맞는 갑판 모습
▲ 모두들 어울려.. 송구영신을 맞는 갑판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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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가 다가오자 갑판으로 나오라는 안내 방송이 나옵니다. 갑판에서 불꽃놀이가 있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갑판에는 디스크자키가 신나는 댄스 음악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있으며 승객들은 덕담을 나누고 춤을 추며 흥을 즐기고 있습니다.

드디어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습니다.

열, 아홉...... 하나!

불꽃이 사방에서 치솟아 오르면서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2013년 뱀의 해는 가고  2014년 말의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새해 인사를 나누며 함성을 질러봅니다. 여행으로 시작하는 새해에는 겸손하고 감사하는 한 해 되었으면 합니다.

불꽃놀이 새해를 축하하는 선상 불꽃놀이
▲ 불꽃놀이 새해를 축하하는 선상 불꽃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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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날을 중국 청도로 가는 배위에서 맞았습니다. 덕담을 주고받으며 가랑비에도 아랑곳없이 불꽃놀이에 빠져 봅니다. 망망대해에서 새해의 각오 새겨봅니다. '하루, 하루'는 매일 반복되지만 의미를 부여하면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겠지요.


#인천항국제터미널#칭다오#위동 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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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자발적 백수가 됨. 남은 인생은 길 위에서 살기로 결심하였지만 실행 여부는 지켜 보아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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