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편집자말] |
대형 서점에 가면 '여행기' 코너가 따로 있다. 출판계에서도 여행기는 이미 포화라고 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낯선 곳으로 떠나고, 기록을 남긴다. 책뿐이 아니다. SNS, 블로그 등에도 여행지의 멋있는 풍경과 그곳에서 먹은 음식 사진은 수없이 올라온다.
워낙 많은 사람이 쓰니, 비슷한 내용도 많다. 멋있고, 맛있고, 설레고, 들뜨고, 깨달았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확실한 주제를 갖고, 많이 고민하면서, 발품을 판 자료를 근거로 쓰는 여행기는 눈에 확 들어오기 마련이다. 김민화 시민기자가 연재하는 '동아시아 속의 오키나와 여행' 이야기는 그런 글이다.
김민화 기자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한반도 역사를 읽고, 우리의 아픔을 통해 오키나와 사람들의 눈물을 본다. 타인의 상처를 통해 '나와 너는 다르지 않다'는 동질성과 공감대를 끌어내는 글의 힘. 알고 보니, '폭풍 질문'을 하고 일본 원서까지 뒤진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 기자의 여행기에, 대부분의 여행기에 등장하는 맛있는 음식과 멋있는 풍경 사진이 없다. 그럼에도 그의 여행기는 멋있고, 맛있고, 눈에 띈다. 그 이유가 더 궁금한가? 김 기자와 서면으로 나눈 아래의 일문일답을 참고하시길.
☞ 김민화 시민기자가 쓴 기사 보러가기"오키나와 여행기 연재 위해, 일본 원서 포함 4~5권 봤어요"
- 기자 소개에 "세상을 움직이는 작은 밀알이 되는 글쓰기를 위하여..."라고 적었는데요.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요. "글 하나로 세상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겠죠. 그러나 글을 쓰면서 스스로는 변한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납득 시키고, 독자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한 자 한 자 힘주어 키보드를 누르는 동안 조금씩 변하는 저를 봅니다. 오키나와 여행기를 연재하면서 절실히 깨닫습니다.
최근 오키나와와 대만 여행을 통해 동아시아의 평화에 관심이 생겼고, 글을 쓰면서 공부도 많이 하고 있어요. '동아시아 평화'라는 테마는 우리에게 조금은 생소한 분야라고 생각해요. 직접 여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와의 관련성, 넓게는 동아시아 평화의 필요성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 시민기자 활동이 그런 지향의 글쓰기에 보탬이 되는지요.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니 자연스레 글의 객관성에 많은 신경을 쓰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글 하나 쓰려고 자료 조사를 많이 합니다. 저절로 공부가 되는 거죠. 오키나와 여행기 연재를 위해, 관련 책을 일본 원서 포함해서 4~5권 봤어요. 안내자인 서승 선생님께는 '폭풍 질문'을 했구요. 이런 과정에서 많은 공부가 됐고, 앞으로의 길을 고민하게 되었답니다.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면서 제 삶이 변하고 있네요."
- 첫 기사가 2013년 8월에 쓴 '박정희 기념관' 관람기입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당시는 뭐라도 써보자고 무작정 덤볐던 시기였어요. 주제를 찾던 중 자주 타는 마포08번 마을버스에 '박정희 기념도서관'이라고 쓰인 A4종이가 눈에 띄었어요. 궁금했어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어떻게 기념하는지. 그래서 실제로 관람하러 갔죠.
웅장한 기념관에 다섯 명 정도의 관람객이 있었는데요. 한 중년 남성은 박 전 대통령 사진 앞에서 한참 동안 묵념을 하더군요. 그리고는 제게 와서 독일 광부 경험과 박 전 대통령의 위대함에 대해 연설을 했어요. 대선 후 '멘붕'을 겪은 제게 '이게 현실이구나' 하는 걸 깨닫게 해줬죠."
- 연재하는 '오키나와 여행기'의 반응이 좋습니다. 여행지에 대한 감상에 그치지 않고 '역사' '평화' '전쟁' 같은 굵직한 주제의식이 담겨 있는데요. "일본어를 잘 한다는 이유로 '오키나와 평화기행'에 통역으로 참가하는 행운을 얻었어요. 사실 '휴양의 섬'이라는 이미지가 저를 들뜨게 했었죠. 하지만 기행 테마에서 알 수 있듯이 일반 관광은 아니었어요. 오키나와를 '평화의 섬'이라고 불러요.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느낀 것은 '평화'를 강하게 염원하는 곳일수록 평화롭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지금 오키나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는 오키나와 역사의 결과물이고, 그 역사에는 '식민지', '전쟁'이 있어요. 일본의 한 행정 구역 또는 관광지로만 알고 있던 오키나와의 이면을 보게 되었죠. 충격이 컸어요.
오키나와의 미군기지 문제는 우리나라와도 무관하지 않아요. 미군기지는 우리만이 아닌, 함께 싸워야 할 문제구나 생각했습니다. 관심을 갖고 공부를 시작했고, <오마이뉴스> 독자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반응해 주셔서 어깨춤이 나옵니다.^^"
" '찌비찌리 가마' 집단자결 끔찍... 학생들 담배 피우려다 발견" - 오키나와 '찌비찌리 가마'의 집단자결 이야기는 끔찍했습니다. 기사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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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잠깐 등장한 평화운동가 치바나 쇼이치라는 분의 이야기입니다. 찌비찌리 가마를 처음 발견하고, 집단자결 진상규명에도 앞장선 분인데요. 그 곳을 발견한 에피소드가 재밌었어요. 학창 시절 나쁜 친구들과 몰려다니다가 담배를 피우려 한 동굴로 숨어 들어 갔다고 합니다. 바로 그 동굴이 찌비찌리 가마였죠. 치바나씨는 동굴 안에서 널려있는 유골들을 발견을 했다고 합니다. 이를 계기로 집단자결 실태가 세상에 알려진 거예요. '아이들의 나쁜 짓이 꼭 나쁜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죠'라는 안내자 선생님의 말씀에 모두 한바탕 웃었어요."
- 오키나와의 예술가이자 평화운동가에 뱀술 대접받은 이야기도 나오더군요. "담금주 병 안에 입을 쩍 벌린 채 똬리를 틀고 있는 뱀술이었어요. 20년 된 귀한 것이라는데, 선뜻 손이 가지 않았어요. '경험' 차원에서 용기 내 한잔 받았습니다. 한 모금 넘기는 순간, 식도를 흘러 위벽을 치는 알코올의 느낌이 지금도 생생할 정도로 독했어요. 입 속에서는 흙 맛이 감돌았고요. 술은 웬만큼 마시는데, 두 모금에 알딸딸할 정도로 독했죠. 많이 마시면 이가 모조리 빠진다는 뱀술의 위력을 실감했죠."
- 연재 기사에서 한국과 오키나와 역사의 유사성을 언급했습니다. 한국인이 오키나와를 방문하면 꼭 들러보길 권하고 싶은 곳이 있나요? "'사키마 미술관'을 추천하고 싶어요. 미술 작품 전시를 통해 오키나와 전쟁의 비극을 알리고, 평화의 소중함과 후텐마 미군기지 반대 운동까지... 오키나와의 과거와 현재를 볼 수 있는 곳이에요. 건물 자체도 유명한 건축가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미술관 옥상에서 후텐마 기지를 볼 수 있는데, 미군기지가 얼마나 주민에게 민폐를 끼치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백미는 사키마 미술관 관장님의 <오키나와 전쟁도> 해설입니다. 중후한 매력을 가진 사키마 관장님의 섬세하고 문학적인 해설은 듣는 이들의 몰입을 끌어올립니다."
- 앞으로 대만 이야기도 쓸 계획이라고 들었는데요."대만도 비극적인 역사의 상처와 모순을 고스란히 간직한 복잡한 정세를 가진 곳입니다. 50년 동안 일본의 식민지였고, 해방 이후 30년 동안 독재 체제 속에서 많은 민중이 탄압과 희생을 당했죠. 대만 여행에서도 주로 이런 역사 현장을 다녔습니다. 직접 다녀온 곳을 중심으로 대만과 우리나라의 비슷한 역사에 대해서 써보고 싶어요. 공부를 많이 해야겠지만 기대가 됩니다."
- 파트타임으로 일본어를 가르치면서 프리랜서 활동을 하고 계신데요. 향후 계획은?"글쎄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지는 않아요. 일단은 오키나와, 대만 여행기를 잘 마무리 하는 게 첫 번째 목표구요. 기회가 되면 오키나와, 대만을 몇 번 더 다녀와서 사람들에게 쉽고 재밌게 전달할 수 있도록 저를 채우고 싶어요. 이번 글을 계기로 더 폭넓고 진지하게 동아시아를 이해하는 공부를 하지 않을까 짐작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일한 밥줄인 일본어 강의는 꾸준히 해야겠지요."
- 시민기자로서 '<오마이뉴스>가 이건 좀 바꿨으면 한다'는 게 있다면. "제가 포털에서 뉴스를 잘 보지 않는데요. 너무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 혹은 글들을 꺼리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에게 많이 읽히게 하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가끔 <오마이뉴스>의 자극적인 제목을 볼 때는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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