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토요일 오후, 연휴의 시작이라 얼마 없을 줄 알았던 청계광장 세월호 추모집회는 노란 리본과 피켓을 들고 나온 시민들로 발을 디딜 틈도 없었다.
시민들이나 취재하는 기자들, 또 지나가는 행인들조차 얼굴 표정에는 아이들을 잃은 먹먹함이 우울함과 함께 너무도 선명하다.
이어지는 시민들의 자유발언시간에는 즉석에서 신청을 받아 학생, 직장인, 아이 엄마 등 몇몇 분이 무대에 올라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을 표현하였다. 발언 중간중간 시민들의 큰 공감과 호응을 받았다. 어찌 그 마음이 다르겠는가.
몇몇 분의 시민자유발언이 이어지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영상이 상영되었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영상이 시작하자 시민들의 얼굴은 한결같이 붉어지며 눈물을 흘리고 만다. 너무나 먹먹해지는 시간들이다.
"미안합니다. 지켜주지 못한 어른이라서 미안합니다. 가만히 있으라 해서 착한 아이들은 소중한 꿈과 함께 목숨을 잃었습니다. 차디찬 깊은 바다속에서 얼마나 춥고 무서웠을까미안합니다. 이제는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무능하고 비정한 정부의 태도에 울분을 토하며 집회는 거대한 분노와 슬픔으로 겉잡을 수 없이 정부를 비판하는 함성으로 커져갔다.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며 "박근혜가 직접 책임져라!"라는 함성은 오히려 목이 메이고 떨려서 울부짓음에 가까왔다. 이 광경은 지켜보는 시민들과 외국인들까지 먹먹하고 눈시울이 붉어지게 했다.
이어 시민들은 청계광장에서 종각과 을지로, 명동을 돌아 청계광장까지 차분한 행진을 이어갔으며, 많은 시민들이 행진에 참여하면서 명동입구에서 청계광장까지 행진의 꼬리가 길어져갔다.
청계광장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고 마지막으로 '아침이슬'과 '광야'를 합창하며 채 마르지 않은 눈물을 글썽이며 흩어져 갔다.
시민들의 마음속에 지금의 정부는 어떤 모습일까.
초기대응에 실패하면서 단 한 명의 희생자도 구조하지 못한 무능함과 이어지는 책임회피성 발언들, 피해자의 가족들이 입을 상처와 국민들의 허탈감, 상실감과는 거리가 먼 정부의 행보들에 시민들은 커다란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한 마음들은 이 한 마디에 모두 표현이 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