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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인터뷰 내내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땅이 꺼질 것 같은 한숨이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중 한 명인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김초원 담임교사의 아버지 김성욱(55)씨를 지난 6일 만났다. 아래 인터뷰는 아버지의 이름으로 딸에게 보내는 진혼곡이자 이승에서 못다 한 사랑의 기록이다. - 기자 말

하루도 거르지 않고 화랑유원지 합동분향소로 출근하는 아버지가 있다. 딸 생각에 미안해 아침도 몇 숟가락 뜨는 둥 마는 둥 한다는 아버지는 밤이 깊어서야 집으로 돌아온다. 점심도 거른 아버지는 합동분향소에 안치된 딸의 영정을 하염없이 바라만 본다. 몸피가 폭삭 쪼그라든 아버지는 하루라도 딸의 얼굴을 보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고 한다.

'그날' 이후 아버지는 제대로 잠을 자 본 적이 없다.

"가슴이 답답해 잘 수가 없어요…, 제법 잤다고 생각하고 일어나면 겨우 1시간 남짓 지난 거예요."

그래서일까. 아버지는 길을 가다 딸과 비슷한 또래의 여성을 보면 생전의 딸인 줄 알고 눈을 비빈다고 한다.

"딸의 환영을 두 눈에 가득 담고 내일도 합동분향소로 갈 겁니다. 지금이라도 우리 딸을 지켜야 하니까요."

"딸의 모습이 너무 깨끗한 거예요... 지켜주지도 못했는데"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김초원 담임교사. 김 교사가 맡은 2학년 3반의 학생은 전부 여학생으로 학급 인원은 39명이다. 부임 초만 해도 아이들이 말을 잘 안 들어 집에서 울기도 했다는 김 교사.

4월 15일 자정, 아이들은 케이크를 준비해 선생님의 깜짝 생일 파티를 열었다. 김 교사는 16일 오후 6시에 태어났다. 선생님과 케이크를 나눠 먹으며 꺄르르 재잘대던 아이들 중 세월호 참사 후 부모 품에 안긴 학생은 여덟 명. 시신이 수습된 학생은 30명, 아직까지 실종 상태인 학생은 1명(7일 기준)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스물여섯 꽃다운 나이의 김 교사는 지난  4월 18일 차갑게 식은 몸으로 부모님의 품으로 돌아왔다.

"딸의 모습이 너무 깨끗한 거예요…. 생전 그대로의 모습이라 믿기지 않았어요…. 우리 딸이 키가 173cm에 날씬하고 예뻐서 이 놈 저 놈이 데이트 신청하고 그랬는데…, 이제 그 딸을 영영 볼 수가 없다는 게 지금도 믿기지가 않아요."

김씨는 인터뷰 내내 깊은 한숨을 토하고, 중간 중간 끊김에도 속울음을 참아 냈다. 아래는 김성욱씨와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화성 효성납골당에 초원이와 반 아이들을 함께 안치했어요"

- 가족 소개와 함께 김 교사가 아버님께 어떤 따님이었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아내와 1남 1녀를 뒀습니다. 초원이가 장녀고 밑에 남동생은 군복무 중인데, 6월에 제대합니다. 우리 딸은 중·고등학교 때 학교만 왔다갔다 하는 착한 모범생이었어요. 말썽 한 번 피운 적이 없고…. 굉장히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마음이 여린 그런 딸이었는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함)

대학(국립 공주사대)에 가서는 기숙사에서 지내다 졸업하고 지난해부터 같이 안산 집에서 살았죠. 단원고에는 올해 3월 1일 부임했어요. 시골에 노모가 계시는데 아직 초원이가 떠난 줄 모르고 계세요. 동네 사람들에게 단단히 입단속 부탁했어요. 아시는 그 순간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 같아 어머니께는 초원이가 유학 갔다고 말하려고 해요…."

- 혹시 따님과 수학여행 전후로 마지막으로 통화(카톡 등)를 한 게 언제였는지요?
"저나 집사람이나 아예 통화를 못했어요. 학부모님들이 (4월 16일 오전) 8시 55분 전후로 딸들에게 전화를 했는데…, 신호는 가는데 받지를 않더래요. 그래서 우리 딸한테 전화를 했는데도 전화가 안 되더래요.

결국 그날 아침에 2학년 3반 아이들하고 통화나 문자를 주고받은 학부모는 한 분도 안 계세요. 뉴스를 보니까 박예슬 학생은 (오전) 10시 넘어서까지 카톡을 했던데…. 다른 아이들은 그 시간에 이미 연락들이 안 된 거예요. 이유를 나름대로 추리해 봤는데, 아침에 2학년 앞 반이 먼저 밥을 먹고 방으로 돌아갔는데 배가 침몰하면서 밑에 있던 아이들이 55분 전후로 물에 잠겨 연락이 안 된 게 아닌가 싶어요. 예슬양은 다른 곳에 있었던 것 같고…. 지금 휴대전화를 복구하고 있으니까 기다려 봐야죠."

- 김 교사는 지난 4월 20일 장례를 치르고 발인을 했습니다. 고인을 어디에 모셨는지요?
"경기도교육청에서 화성시에 있는 효성납골당을 임시로 지정해 줘서…, 딸을 보내고 난 뒤 학생들 장례식장을 찾아다녔어요. 제 딸이 인솔을 잘못해 미안하다고…. 아이들을 구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발인을 아직 안 한 초원이 반 학부모님과 서로를 껴안고 한참을 운 뒤 '아이들이 하늘나라에서 담임선생님하고 같이 공부하고 뛰어놀게 반별로 모이자'고 제안을 했어요. 부모님들이 다들 동의하셔서 효성납골당에 현재 반 학생 16명이 초원이와 함께 있어요…. (경기도)교육청과 (안산)시가 공원을 조성해 주면, 거기서도 반별로 안장하자고 했어요. (안산)시에서 어떻게 할지 두고 봐야죠."

- 김 교사의 모교인 공주사대 학생들이 모아온 조의금 260만 원을 단원고에 기부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기부하시게 된 이유는 어떻게 됩니까.
"공주사대 총학생회 학생들이 초원이 조문을 와서 '영정을 주면 모교에 빈소를 차리겠다'고 해 영정을 줬어요. 3일 동안 빈소를 차려 조문을 받은 후 부의함을 들고 찾아 왔더라고요. 부의함을 열어 봤더니 천 원, 5000원에 어떤 학생은 편지도 남겼고…. 5만 원이나 수표는 교수님들이 하셨고. 방명록에 모두 440명이 글을 남겼더라고요…. 딸이 수학여행 가기 전에 '학생들 중 못 가는 아이들이 많다'고 말한 게 머릿속에 남아 주위 사람들하고 의논했더니 단원고에 기부하자고 해서 학생 등록금으로 기부한 거예요."

"훗날, 살아 돌아온 아이들을 만나 마지막 순간을 듣고 싶어요"

- 김 교사가 담임을 맡았던 2학년 3반 학생들 중 살아 돌아온 아이들을 만나 보셨는지요?

"저는 지금까지 만나 보지 못했어요. 실종된 아이들 엄마들이 (살아 돌아온 아이들을) 만났다고 해요. 3명은 수학여행을 안 갔는데, 2명은 탁구선수라 대회 참가 때문에 못 갔어요. 대회에서 우승하고 아이들과 아버지가 와서 죄송하다며 우는데….

1명은 형편상 못 갔는데 조문을 와서 '선생님께 간다 못 간다 애를 먹여 너무 죄송하다'며 하염없이 우는 거예요…. 끌어안고 통곡했어요. 1명은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고…. 살아온 아이들을 정말 보고 싶어요. 아이들이 제부도에서 치유가 끝나면 먼 훗날이라도 초원이와 아이들의 마지막 그 순간을 꼭 듣고 싶어요…."

- 세월호 참사로 단원고 교사들도 피해가 컸습니다. 유가족들과는 연락을 하시는지요? 또 교사 유가족 입장에서 정부 등에 요구하고 싶은 게 있으신지요.
"안타깝게 교사 가족들과는 현재 연락이 안돼요…. 실종된 선생님들을 다 찾고 수습이 마무리되면 찾아뵈려고 해요. 저는 우선은 실종자들이 40여 명(인터뷰 당시 기준, 8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실종자는 35명) 남아 있기 때문에 구조가 급선무라고 생각해요. 특검 등은 그다음 단계에서 요구해도 된다고 봐요.

지금 실종자 가족들은 배가 들어오고 진도체육관 대형화면에 실종자 인상착의가 뜨면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가요. 죽은 몸으로라도 돌아와 고맙다고. 그런 분들이 많이 남아 있는데…. (특검이나 국정조사 등은)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해요(김성욱씨는 '아직은'을 되풀이했다). 또 진도체육관에 계신 교사 가족들은 말씀이 없는데, 학부모들이 실종된 교사나 숨진 교사들도 의사자로 지정해야 한다고들 하세요. 하지만 저는 의사자 지정도 지금은 요구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 단원고 1학년과 3학년 선생님들도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 김 교사의 단원고 동료·선배 교사들은 만나 보셨는지요?
"초원이 장례를 치른 후 3반 교실과 교무실이 보고 싶어서 단원고로 갔어요. 선생님들과 부둥켜안고 울면서 인사를 나눴어요…. 선생님들하고 2학년 3반 교실도 보고, 교무실에 가 우리 딸 자리도 보고…. 선생님들이 겪는 고통과 슬픔이 그냥 전해져 오더라고요. 초원이와 함께 발견된 최혜정 선생님이 우리 딸하고 고잔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라 참 친했다고 하는데…."

-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유가족대책위원회가 단원고 학부모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함께 희생당한 교사와 일반 국민 유가족도 포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유가족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한 반에서 두 명씩 대표를 뽑았어요. 그분들이 임시로 운영을 하고 있어요. 교사와 일반인 유가족들은 대책위원회에 참석 안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고요. 선생님들은 4명만 장례식을 치렀어요. 아직 (교사 유가족) 대표를 뽑을 상황이 아닌 거죠. 일반 유가족들도 가정사에, 당장 생계 걱정도 있는 것 같고….

원칙적으로는 같이 해야 하지만 학부모님들처럼 결속력이 있지는 않으니까요. 이건 좀 다른 얘기인데 보건소(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으라고 전화를 해 갔는데 첫 마디가 집 주소를 물어보더니 얼마나 애통하냐고 하는데…, 황당했어요. 서로 멀뚱히 10분 정도 마주 보다 나와 버렸어요. 그런 형식적인 프로그램이 도움이 되겠어요?"

-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합동분향소 앞에서 특검과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면서 '단원고 교사들은 뭘 했느냐, 교단에 설 자격이 없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었습니다.
"처음엔 내용을 몰랐어요. 나중에 뉴스에서 '단원고 선생님 자격 없으니 사퇴하고 물러가라'는 걸 알고 그날 바로 대책위 공동대표에게 이건 아니라고 말했어요. 대표가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제가 먼저 그 피켓을 든 학부모들에게 죽은 우리 딸이 왜 자격이 없고, 사퇴해야 하냐고 물었어요. 아이들하고 같이 못 살아와 미안하지만 교사들 영정 앞에서 이러면 되냐, 죽은 교사들이 뭘 반성하고 사퇴하냐, 이건 교사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정 뭣하면 단원고 앞에 가서 하라고 했어요.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울면서 사과하더라고요, 일부 교사가 비협조적이었다고…. 지금은 그 피켓을 뺐어요." 

"시집도 안 가고 아이들만 가르치겠다고 했는데..."

- 많은 시민들이 안산 삼일마트나 단원고 앞 세탁소, 중앙역 광장 등에 두 겹 세 겹으로 추모 글을 써 붙였습니다. 그 글을 쓴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눈만 감으면 초원이가 생각나요…. 너무 아까워요. 분하고 원통하고 아직도 실감이 안 나지만…. 한 엄마가 그래요, 시집도 못 보내서 어떻게 하냐고…. 학부모님들도 초인종만 울리면 아이가 돌아온 줄 알고 뛰쳐나가고…. 저도 그래요. 아빠가 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진실되게 살았으면 해요. 그래야 이런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아요. 방송을 보니까 벌써 예능프로그램을 다시 하던데, 웃는 거 보면 너무 화가 나요. 우리 딸이 잊힐까봐…. 어린 학생들을 잊지 말아 주세요."

-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희생자 추모공원과 추모비 건립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아직은 실종자 가족이 남아 있어요. 그분들은 피를 토하고 있어요. 신체의 일부라도 좋으니 제발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들 해요. 거기에 대고 추모공원 조성을 이야기할 때인가 싶어요. 물론 가까운 곳에 추모공원 등을 만들어주면 고맙죠."

- 따님과의 추억 중 잊지 못할 대목이 있으면 들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우리 딸은 놀러 다닌 적이 없어요. 청바지에 티 하나 입고 기숙사와 도서관만 왕래했어요. 엄마나 저한테 연애도 한 적이 없고, 남자 소개도 마다했다고 그랬어요. 엄마하고는 자매처럼 지냈는데…. 우리 딸이지만 대학 때부터 교사가 돼 아이들을 잘 가르쳐 보겠다는 열의가 대단했어요. 시집도 안 가고 아이들만 가르치겠다는 험한 말까지 하면서…. 그런 딸이었어요. 처가나 우리 집안에 명 짧은 사람이 없는데…. 운명이에요, 그렇겠죠? 시집을 보냈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시집도 못 보내고…."

아버지는 후일담 삼아 김 교사를 쫓아다닌 녀석(?)들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전철에서 무턱대고 쫓아와 데이트 신청을 한 총각(아버지는 딸에게 '그 놈은 사기꾼'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고등학교 선배였던 육군 중위의 애틋한 연모(아버지는 어느 육군 대위가 조문하러 와선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는데, 그 중위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등등.

이야기를 하는 동안 아버지는 딸과 함께 보냈던 행복한 시간으로 되돌아가 하염없이 거닐고 있는 듯했다. 아버지의 입가에는 간간이 엷은 미소가 떠올랐고, 주름이 깊게 팬 얼굴은 잠시나마 밝아졌다. 인터뷰가 끝나고 아버지는 최근 시신을 수습한 단원고 학생의 장례식장에 가 학부모님께 '미안하다'고 말해야 한다며 일어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그래스루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초원 교사#단원고 2학년 3반#세월호 침몰#합동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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