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태평양 어느 섬나라와 FIFA 상위권 국가의 축구 경기 점수가 아니다. '0'은 현재 부산시의회의 지역구 의원 중 야당의원의 숫자다. 2000년 이후 부산에서 비례대표를 제외하고 야당 소속 지역구 의원이 당선된 경우는 없다. 점수차로 하면 128-0에 해당한다. FIFA의 역대 A매치 최다 점수차인 31-0보다 더한 참패는 선거 때마다 반복되어 왔다.
그렇게 흘려보낸 25년을 새정치민주연합 시의원 후보들이 되찾겠다고 나섰다. 적어도 5골은 넣어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시의원 후보들이 27일 오전 연제구 부산시의회 앞 계단에 도열했다. 20여명의 시의원 후보들은 시민들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통해 새누리당의 지역의회 독점을 비판했다.
후보들은 "시정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상실한 부산시의회는 끼리 끼리 나눠먹고, 돌려 먹고, 뽑아 먹으며 제동 장치가 고장난 기관차처럼 전횡을 일삼아 왔다"며 "그 결과 부산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후보들은 "지역구 시의원 42대 0, 이 부끄러운 숫자부터 바꿔야 한다"며 "부산시의회에도 시정을 견제하고 감시할 야당 지역구 의원들이 반드시 필요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들은 3대 특혜의혹의 특위 구성도 약속했다.
후보들은 ▲ 수영만 요트 경기장 특혜 개발 ▲ 용호만 매립지 및 동생마을 위락 시설 특혜 의혹 ▲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 상업적 개발 특혜 의혹을 "새누리당 끼리끼리 이권동맹이 낳은 3대 특혜의혹"이라고 규정했다.
이날 후보들과 부산시당 관계자들이 강조한 것은 변화를 위한 선택이었다. 부산진구 제2선거구에 출마한 서은숙 후보는 "시민의 입장에서 시민을 대변하고, 감시해야할 부산시의회에 그 뜻을 대변할 야당 시의원이 없다는 것은 부산시의회가 기울어진 배와 같은 모습"이라며 "견제와 비판의 기능을 상실한 부산시의회는 침몰하고 있는 부산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춘 부산시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시장도 구청장들도 모두 새누리당 일색인 부산에서 시의회마저 새누리당 일당이 독점하고 있는 현실은 소중한 세금이 잘못 쓰이고 있어도 아무도 감시 할 수 없는 시의회를 만들어놓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만큼은 최소한 교섭단체 구성비율인 5석 이상에서 과반수 정도는 야당으로 만들어주시면 의원들이 부산시민을 위해서 제대로 대변자 역할을 하는 시의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호 시당위원장도 "야당이 원내 교섭 단체를 넘어서 과반수 이상을 득표해 시의회를 장악한다면 공무원의 부정부패를 척결할 수 있는 시의회를 만들겠다"며 "시민들이 마음 놓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그런 부산시의회를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