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 gg치소"이 한마디에 누리꾼들이 환호를 보내고 있다. 무겁고 재미없이 흐를 것 같은 지방선거판을 뒤흔든 이 문구는 오거돈 무소속 부산시장 후보가 선보인 패러디 포스터에 담겨있다. 포스터 속 오 후보는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가 의원 시절 공동발의한 이른바 '게임중독법'을 비판하며 서 후보에게 "고마 gg치소" (그만 게임포기하라)는 말을 건넸다.
사투리와 게임 용어를 적절히 섞은 한마디에 누리꾼들은 기발하고 재미있다는 반응으로 화답했다. 27일 올린 패러디 포스터는 29일 오후 1시 30분 현재 1135회 트위터에서 리트윗이 됐다. 여기저기 게시판에 포스터를 옮긴 누리꾼들 탓에 온라인 커뮤니티인 '오늘의 유머'에서도 각각 4만2천회와 3만4천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추천이 100회 넘는 인기 게시물을 의미하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 게시물에도 올랐다.
오늘의 유머 사용자 중에는 닉네임 '프리디○○'처럼 "저게 합성이 아니라 지금 진짜냐"며 선거판에 등장한 패러디 포스터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누리꾼부터 '라쿤○○'처럼 "오거돈으로 가는 길 진지하게 고려해야겠다" 같이 긍정적 효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이처럼 한 장의 패러디 포스터가 인기를 끌자 언론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28일 기사에서 "오거돈 무소속 부산시장 후보의 패러디 포스터가 화제"라며 오 후보가 내세운 게임 관련 공약들도 곁들여 소개했다.
오 후보는 부산 정보산업진흥원 확대 개편과 게임콘텐츠 투자펀드 조성, E-게임 디자인 연구소 설립과 운영 등을 통해 부산을 글로벌 게임 및 E-스포츠 메카도시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오 후보 입장에서는 자칫 무겁고 딱딱할 수 있는 공약을 패러디 포스터에 담아내 공약 수요층인 누리꾼들의 환심을 사는데도 성공한 셈이 됐다.
이밖에도 오 후보는 '오거돈과 함께하는 원전 제로 도시 부산'이라는 주제로 영화 '해운대'의 포스터를 다시 패러디했다. 포스터는 광안대교를 덮치는 해일 위로 잿빛의 핵발전소를 배치해 원전의 위험성을 알리는데 초점을 맞춘 모양이다. 실제 광안대교는 원전의 위험반경인 30km 안에 위치해있다.
패러디 포스터로 누리꾼 환심 산 오거돈 "2탄도 기대하세요"
포스터에서 오 후보는 고리1호기 폐로와 신고리 5·6호기 추진 중단, 부산 원전제로 2045 계획, 원전 해체 산업 육성 등을 공약했다.
롯데자이언츠의 4번 타자인 외국인 용병 히메네스의 얼굴에 기호 4번인 오 후보의 얼굴을 합성한 '거돈네스'도 재미를 준다. 부산의 최고 인기 스포츠인 야구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려는 시도다.
이같은 오 후보의 패러디 포스터에는 나름의 특징이 있다. 경쟁 관계인 서 후보와 차별성을 포스터로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중독법 발의로 게임산업이 위축돼 부산 해운대에서 개최하던 국제게임전시회 'G스타'가 위기에 빠진 내용을 풍자하고,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공약하고 있지 않은 서 후보에 대해 비판하는 식이다.
오 후보 선거캠프 SNS팀의 이강현 실장은 "우리의 정책을 시민들에게 다가가도록 만들었는데 기대 이상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누리꾼들의 반응에 고무된 오 후보 캠프 SNS팀은 새로운 패러디 포스터에도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실장은 "국회의원 시절 해양수산부 폐지에 찬성한 서 후보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오 후보를 대비하는 패러디를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