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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2일대학생 10명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세월호 사고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 기습시위를 벌였습니다. 15분 만에 학생들은 모두 연행됐고 이틀 뒤 9명은 석방됐습니다. 하지만 시위의 주동자로 의심받고 있는 박선아씨(서울대, 2008학번)만 구속됐습니다. 22일 시위에 함께한 조아나(숙명여대, 2009학번)씨가 박선아씨의 석방을 촉구하는 글을 <오마이뉴스>에 보내왔습니다. [편집자말]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물으며 기습시위를 벌인 대학생들이 2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대학생들은 이날 '유가족 요구 전면 수용', '내각총사퇴'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물으며 기습시위를 벌인 대학생들이 2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대학생들은 이날 '유가족 요구 전면 수용', '내각총사퇴'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 연합뉴스

세월호 사고에 대해 정부의 부적절한 대처가 큰 대형 참사를 만들었다고 다들 생각하시죠.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행동했습니다.

유가족분들이 아이들의 영정을 끌어안고 KBS 보도국장의 막말에 대한 사과를 받기 위해 KBS 본관 앞에 모이고, 청와대 앞으로 밤을 지새웠던 날. 저희는 그날 밤 내내 KBS와 청와대가 그분들을 어떻게 무시하고 본인들의 책임을 미루는지 직접 목격했습니다. 그럼에도 유가족분들에게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어, 더욱 비통한 마음으로 우리는 한데 모여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후, 대통령의 사과가 있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9일 월요일 오전 9시, 세월호 침몰 34일 만에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새누리당 지도부는 내각 총사퇴론을 들며 대통령 담화문에 화답했습니다. 새누리당 6.4지방선거 공동선대위원장인 서청원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내각 총사퇴로 대통령 운신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실종자를 어떻게 구조할지 이야기하는 것보다 해경 해체, 관피아 척결을 이야기하는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진정성이 있는지 많은 의문이 들었습니다.

의문은 곧 풀렸습니다. 세월호 희생자 추모 촛불집회와 '가만히 있으라' 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을 정부가 폭력적으로 연행하는 것을 보면서, 대국민 담화문은 유가족과 국민을 기만한 것임을 알았습니다. 또한 김기춘 비서실장 해임 없는 내각 총사퇴는 결코 우리 국민들이 받아들 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우리는 22일 정부청사에서 기습 시위를 벌였습니다. 저희가 외친 구호는 아래와 같습니다.

"김기춘, 남재준 즉각 해임하라!"
"유가족 요구안 전면 수용하라!"
"국민의 목소리다, 대통령이 책임져라!"
"부정부패 무능정부 내각은 총사퇴하라!"

이런 상식적인 요구를 하며, 구호로 외친 내용이 적힌 현수막만 들고 있었습니다. 정부청사 내에 있던 몇 명의 청원경찰이 "안에서 중요한 회의를 하고 있으니 조용히 하라"며 우리를 둘러쌌습니다. 저희를 촬영하고자 하는 기자들이 카메라를 움켜쥐며 거친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청원경찰들은 곧바로 우리 손에 들고 있던 현수막을 잡아챘습니다.

결국 저희가 들고 있던 현수막은 몇 분이 되지 않아 모두 뺏기고 말았습니다. 남자 경찰들이 남학생들을 연행할 듯해 연좌를 시작했고 계속 구호를 외쳤습니다. 아침 9시쯤, 저희는 15분 만에 전원 연행되었습니다.

저희는 옳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략적으로 내각 총사퇴 이야기를 꺼내는 여당에 대해 질타의 목소리를 내고 싶었습니다. '누구든 이대로는 안 되겠다'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정당한 목소리를 내고 싶어서 행동했습니다.

그런데 연행자 중 한 명이 48시간 후에 풀려나지 못하고, 구속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구속 소식이 믿기지 않고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도봉경찰서에서는 차가 끊길 무렵부터 저희를 한 명 한 명 풀어주었습니다. 누구도 먼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마지막 친구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한 명이 끝내 나오지 않았습니다.

책임자급으로 보이는 한 경찰이 나오더니 "박선아(서울대 2008학번)는 나오지 않는다. 빨리 돌아가라"라고 말했습니다.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박선아 언니는 구속되고 말았습니다.

박선아 언니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사가 한 말을 변호사를 통해 전해들었습니다.

"요새 집회가 너무 많아 주동자를 찾기 어렵다. 특히 박선아는 (기습 시위한 학생 중) 나이가 많아 주동자일 가능성이 높다."

세월호 희생자 추모 집회 참가자를 연이어 구속하는 모습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본질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사건을 해결할 마음은 없고, 오하려 자신들을 비판하는 사람을 구속하고 있습니다. 연행과 구속으로 겁박하여 국민들의 입을 틀어막으려 합니다. 

선아 언니는 언제나 유가족들의 아픔을 나누고자 했던 사람입니다. 언니는 진도로 두 번이나 내려가서 자원봉사 활동을 했고, 이후 서울대 내에서 세월호 문제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매일 고심하고 대자보를 쓰던 사람이었습니다. 며칠 전 면회를 갔을 때, 선아 언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유가족의 요구나 구호는 옳다. 그런데 국회까지 가서 유가족들이 요구하는데, 정부와 여당의 태도가 어떠했나. 유가족들과 누가 함께 하고 있나. 그래서 우리가 더 힘껏 함께 해야 한다."

맞습니다. 가족분들과 함께해야 합니다. 그리고 저희는 선아 언니의 석방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할 것입니다. 이 지독한 정권은 수많은 목숨을 빼앗고, 이제는 우리 옆의 친구들까지 잡아갔습니다. 목숨 걸고 싸우겠습니다. 이제 더는 무섭지 않습니다. 한 명만 잡아가지 말고 "나도 잡아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 명, 열 명, 백 명 구속해도 더는 국민들을 막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유가족에게도 사복경찰 배치, 미행 붙이는 그들과 다릅니다.

* 석방 탄원서 온라인 서명 : 페이스북 페이지 '박선아를 석방하라'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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