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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곡성 흑돼지구이는 갖은 양념을 해 숯불에 구워내 은은한 숯향이 배어 있다.
 곡성 흑돼지구이는 갖은 양념을 해 숯불에 구워내 은은한 숯향이 배어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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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미식 여행 코스는 구례와 곡성이다. 내가 구례에 닿은 날은 때마참 구례장이 열리는 날(23일)이었다. 하지만 때 이른 무더위와는 달리 장터의 온도는 서늘함마저 느껴진다. 이따금씩 들려오는 6·4지방선거 거리유세 확성기 소리만이 앵앵거리며 귓가를 스친다.

장터를 한 바퀴 돌아봤다. 농번기철이라 바쁜 들녘과 달리 상인들의 표정은 한가롭기만 하다. 어느 장꾼이 데려온 발 묶인 수탉 한 마리가 오후의 나른함으로 다가온다. 이렇듯 장사가 지지리도 안 되는 건 세월호 여파 때문이라지만 농번기철이면 장터는 늘 이렇듯 비어있다. 

 구례 5일장날 어느 장꾼이 데려온 발 묶인 수탉 한 마리가 오후의 나른함으로 다가온다.
 구례 5일장날 어느 장꾼이 데려온 발 묶인 수탉 한 마리가 오후의 나른함으로 다가온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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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에 소개됐던 수구레국밥으로 허기를 채우고 곡성으로 길을 잡았다. 구례 압록유원지를 지나 보성강이 흐르는 18번 국도를 따라간다. 좌측에는 태안사와 곡성출신인 조태일 시인의 문학 기념관이 있다. 태안사 아랫마을에서 태어난 조 시인은 이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은은한 숯향 배어 있는 직화구이

'곡성의 맛'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흑돼지구이가 떠오른다. 한때 광주와 순천을 오가는 교통의 요충지였던 곡성 석곡이다. 석곡에 가면 가족 대대로 전통을 이어가는 식당이 있다. 3대를 거쳐 4대째 100여 년을 이어가는 곳이다. 이곳은 흑돼지 직화구이가 유명하다. 갖은 양념을 해서 숯불에 구워내 은은한 숯향이 배어 있다.

석곡식당의 흑돼지 석쇠구이는 1인분(100g)에 1만 원이다. 300그램이 기본이나 2인분도 내준다. 정겨움이 가득한 한옥집이지만 실내보다는 정원에서 먹는 게 운치 있다. 온 가족이 함께해서일까, 음식도 맛있는 데다 친절하다.

 석쇠구이는 주방에서 구워서 내온다.
 석쇠구이는 주방에서 구워서 내온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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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의 손맛이 아련히 떠오르는 행복밥상이다.
 어머니의 손맛이 아련히 떠오르는 행복밥상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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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 맛을 보면 남도의 참맛, 게미가 담긴 음식들에 이내 ‘아하~!‘ 하고 탄성을 내지르게 된다.
 음식 맛을 보면 남도의 참맛, 게미가 담긴 음식들에 이내 ‘아하~!‘ 하고 탄성을 내지르게 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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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쇠구이는 주방에서 구워서 내온다. 고기 구워먹는 재미야 느낄 수 없지만 그래도 먹기 편해서 좋다. 석쇠 그대로 내와 운치가 있다. 반찬도 걸다. 알타리김치와 고추장아찌, 야생에서 채취해 향이 깊은 취나물과 토란대나물 등 맛깔난 남도의 반찬이다.

석쇠구이에 먹는 밥맛은 고향의 맛이다. 어머니의 손맛이 아련히 떠오르는 행복밥상이다. 정원 뜰에서 흑돼지 석쇠구이에 구수한 된장국과 먹는 밥맛은 일품이다. 때마침 김치를 담그고 있던 이곳 안주인은 천연조미료만으로 김치맛을 낸다고 했다.

"집에서 김치와 고추장을 직접 담가서 사용해요. 화학조미료는 아예 없습니다. 젓갈과 천연조미료만을 사용해 김치맛을 냅니다."

밥상은 유명세에 비해 다소 소박한 상차림이다. 그러나 음식 맛을 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남도의 참맛, 게미가 담긴 음식들에 이내 '아하~!' 하고 탄성을 내지르게 된다. 100여 년의 세월 동안 이집을 지켜온 석류의 붉은 꽃이 오늘따라 유난히 곱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흑돼지 석쇠구이#곡성#맛돌이#미식여행#전통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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