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공동의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적극적인 정치행위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선거에서는 당시의 사회적 이슈들이 집중적으로 공론화됩니다. 정치학과 대학생 연합동아리 '여정(與政)'은 한국 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후보들을 찾아서 인터뷰를 해보고자 합니다. '지역주의 극복, 군소정당, 여성 정치인, 청년 정치인, 이색 경력 후보'를 카테고리로 하여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 기자 말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지방선거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에 대한 심판이 될지, 여당 지지층의 결집으로 야당의 기운이 꺾일지 여부에 대해 관심이 많다. 물론 6.4 지방선거에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만 출마한 것이 아니다. 양당 이외에 여러 군소정당으로부터 다양한 후보들이 그들만의 공약을 내걸며 출마하였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유권자들은 이러한 군소정당 출신 후보들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며, 야당 지지자들 마저 '사표가 발생할까봐' 군소정당 후보에 투표하는 것을 망설이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만난 황종섭(29세, 양천구제4선거구) 후보 역시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선거 운동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제 갓 정치 무대에 선 젊은 후보이기에, 명함을 돌리고 공약을 설명하며 인지도를 쌓느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황종섭 후보를 지난 5월 18일에 만났다.
최초의 촛불집회가 열리고 노무현이 당선되던 2002년 당시에 고3이었던 그는, 대학 시절 단과대 학생회장을 지내며 다양한 활동으로 사회 문제들을 접하며 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을 기를 수 있었다고 한다. 제대 후 자신의 의사에 따라 '진보 정치'를 위해 노동당에 입당해 활동해온 그는, 학생회장 출신 답게 재치있는 언변과 자신만의 뚜렷한 생각으로 여러 질문에 명쾌히 답해주었다.
①부에서는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포부 등 '정치인 황종섭'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을 취재하였고, ②부에서는 '노동당' 당원으로서 황종섭의 발자취를 좇아 보다 깊은 내용을 담고자 하였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읽으며 진보정치의 필요성 공감"
- 젊은 정치인 후보자이기 때문에 정치활동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대학생의 입장에서는 황 후보의 성장배경과 대학시절이 궁금하다. 정치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고3 때가 2002년인데, 이 해가 대선도 있었고, 효순이 미선이 사건을 추모하는 최초의 촛불 집회가 열렸던 해이다. 마침 인터넷 문화가 한창 발달하던 때라 안티 조선 운동이 펼쳐지던 때이기도 했다. 이런 배경에서 정치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된 것 같다.
대학교 1학년 때 딱히 정치 활동을 하지는 않았으나, 2004년 김선일씨 피살사건을 목격하며 정부와 국가의 역할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었다. 학생회 활동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2000년대 초반 당시에는 학생회 활동이라는 게 일상적인 것이었고, 열심히 하다 보니 단과대 학생회장까지 하게 되었다. 학생회장직을 맡으며 농활을 자주 나갈 수 있었고, 파업 현장에도 여러 차례 나가게 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현실의 문제들을 배울 수 있었다.
특히 2008년 촛불시위를 보며 많은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이전부터 운동하던 사람들이 해오던 이야기들이 표면위로 올라오기는 했으나,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준비를 많이했다고 자부하던 이 사람들이 막상 열기가 올라오자 잘 적응을 못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을 목격하며 운동으로부터 스스로 멀어졌고, 방에서 책을 읽는 등 혼자 지내게 되었다.
2011년 제대한 뒤 '나가서 뭐 하고 먹고 살지?' 이런 생각을 하며 하고 싶은 일 여러 가지를 선택지로 놓고 고민했다. 이상형 월드컵과 같이'제외' 하는 소거법을 적용하다보니 내게는 정치, 구체적으로 '진보 정치'가 남았다."
- 젊은 나이부터 정치에 뛰어들기까지 많은 결심이 필요했을 텐데, 결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가족이나 유명인)을 소개해 달라."지금 내 자신을 이 자리에 있도록 만든 주된 두 분을 꼽자면,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님과 한윤형 <미디어스> 기자이다. 군대에서 '대학 졸업하고 갈 데도 없는데 나가서 뭐하지?' 생각하며 한창 책을 많이 읽었는데, 그 중 하나가 최장집 선생님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였다. 책의 결론을 보면 이렇다. '정당 정치가 강화되어야 한다. 제3정당이 필요하다. 비례대표제 확대해야 한다.' 한윤형 기자의 경우는 진보 정당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런 말들이 옳다고 생각했다. 진보 정당이 없으면 한국 정치에 보수 양당만이 존재하는 건데, 그렇게 되면 세상이 좋아지는 것은 요원한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좋아지기 위해서는 진보 정당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장집 교수가 늘 이야기하는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는 계급적인 민주주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인데,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에 계급적 요소는 없지 않는가. 다시 말해'진보정치가 제3세력으로서 정치적 시민권을 획득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한 건데,이 이야기에 대해 공감했던 것이다."
"주변 모든 것 인풋되고 활동 모두 아웃풋... 정치는 매력적 직업"
- 아예 첫 직장을 노동당의 당원으로 결정했는데 더욱 안정적인 직장에 대한 유혹은 없었는지? 집안의 반응은 어땠는지?"사실 정당 활동이 하나의 직장처럼 되었으면 좋겠다. 무언가를 포기하고 희생하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일을 하는 것처럼 되어야 한다. 사실 유능한 인재를 필요로 한다면 돈을 주어야 한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 못해주면 어떻게 하나. 그런 면에서 금전적인 부분에서 솔직히 아쉬운 건 사실이다. 그런데 돈을 제외하고 보면 또 최고의 직장이다.
자유롭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면서 스스로 기획과 조직을 하게 되는 점이 매력이다. 또한 경험이나 학습 등 주변의 모든 것이 인풋(input)이 되고 활동 모두가 아웃풋(output)이 된다는 점에서도 정치라는 장에서 활동하는 이 직업이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면 드라마 정도전을 보면서도 그 대사 하나하나가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문제가 나오게 되면 사실 할 말이 없다. 그래서 동료나 후배들이 이런 일을 한다고 하면, 돈 문제로는 고민 하지 않도록 만들고 싶다. 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뭐 대기업 수준의 연봉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적어도 스스로가 감수할 수 있는 선에서라도 일정 부분을 제공할 필요는 있다. 부모님께서는 자유방임주의자이시기 때문에 내가 정치하는 것에 반대하지는 않으셨다.
사실 '돈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이 일을 끝까지 밀어 붙이겠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그리 믿지 않는다. 사람은 현실 문제에서 좌고우면할 수밖에 없다. '흔들리면 안 된다'라고 조언하는 경우도 있는데, 사람은 흔들릴 수밖에 없는 존재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한결같기를 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을까.
- 아무래도 소규모 정당이다 보니 일손이 많이 달릴 것 같다. 선거운동기간의 하루 일과와 더불어 이번 선거운동을 하면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면?"일손이 부족해 소수의 사람이 모든 걸 다 해결해야 하는 구조다. 회계 하시는 분은 후보 빼고 전부를, 본인은 회계 빼고 전부를, 그 외 사람들은 후보와 회계 빼고 전부를 한다. 일과는 주로 명함돌리기로 채워져 있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TV에 나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데, 현실적으로 그 방법이 어렵다면 인지도를 높일 유력한 방법 중에는 '명함 돌리기'가 최선이기 때문이다. 출퇴근 시간대나 저녁 시간에 시장이나 지하철 역 근처에서 명함을 돌린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라면 지나가던 주민 한 분이 저를 보면서 '관운이 보인다'라고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처음에 믿으려 했는데, 술 냄새가 나서 신뢰도가 뚝 떨어졌다. (웃음) 또 한 번은 명함을 나눠드리는데, 할머니 두 분께서 '아이고 잘생겼다' 하고 가시다가 명함을 보고 돌아오셨던 적이 있다. 뉴타운 폐지 공약을 보고 온 것이었다. 뉴타운이 어떤 점에서 문제인지 물어보셨고, 나는 어떤 식으로 뉴타운 폐지가 도움이 되는지를 설명해 드렸다. 그러나 할머니께서 '자기는 찬성'이라며 친구 나눠주겠다고 명함을 몇 개 더 받아 가셨는데 그 기억이 난다.
"우리 삶·생활 바꾸는데 가장 유력한 방식은 정치"
- 정치에 도전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에게 먼저 발을 내딛은 선배로서 한 마디 하자면?
"그런 점에서는 노동당이 내게 큰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을 한다. 큰 정당이라면 당직만으로도 당선 가능성이 높으니 공천 비리도 생기는 경우가 있고 하는데, 우리 같은 경우 공천비리는 고사하고 오히려 사람들이 찾아와 출마할 생각이 없냐며 권유를 해준다. 당으로부터의 지원도 많은 편이다. 선거 예산도 반은 당에서 나온다. 어쨌든 정치를 하고 싶어 하는 젊은 분들에게 한 마디를 하자면, 일단 좋은 정당에 들어가서 정당을 좋게 만들라고 말하고 싶다. 정치를 하든 뭐든 뜻을 펼치는 데 있어서 이 점이 중요한 것 같다.
'좋은 정당'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기회가 오게 된다. 나도 처음부터 출마를 생각한 건 아니었다. 처음에는 실무자로서의 역할을 하려고 입당했데, 권유도 있고 기회가 돼서 이렇게 후보로 나오게 되었다. 마음에 드는 좋은 정당에 들어가서 정당을 좋게 만들기 위해 힘쓰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정치인으로서의 포부를 밝힌다면?"여러 번 말했지만 확고하게 '이걸 계속할 수 있겠다!'라는 확신은 없다. 살다보면 이 정도 돈만으로 살 수 있는 데 한계가 올 때도 있고 말이다. 그럼에도 정치라는 장에서 계속 관련된 일은 하고 싶다. 우리의 삶과 생활을 바꾸는데 있어서 가장 유력한 방식이 정치라는 사실은 변함없기 때문이다. 내가 사업을 해서 대박이 난다면 나 혼자는 좋겠지만 이 세상의 사람들이 같이 잘 살게 되는 방식은 아니다. 나를 포함해 이웃들과 시민들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생활을 하는 세상을 만들려면 가장 유력하고, 가장 빠르고, 가장 확실한 방법이 정치이다.
정치를 하려는 사람에게 그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진보 정치일 수도 있고, 보수 정치일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정치 보좌관이나 정치부 기자, 정치 컨설팅 등과 같은 직업적 성격의 정치일 수도 있고, 다양한 방식이 있을 것이다. 무엇이 되든 핵심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 정치에 있다는 점'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좋은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좋은 정당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스스로는 좋은 정당을 만드는데 힘쓸 생각이다."
덧붙이는 글 | 서울대-이화여대-서강대 정치외교학과(부) 연합동아리 '여정(與政)'은 정치학도로서 주변의 작은 것들에서부터 정치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참여하고자 현재 세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중입니다. 시민단체 정치발전소와 함께 '이상한 나라의 선거 기자단'에서 선거법과 관련한 기사를 작성하여 <프레시안>에 연재하고 있으며, 매주 국회에서 논의한 내용을 인형극으로 재연해 UCC를 제작하는 '이주의 국회', 그리고 '6.4 지방선거 이색후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