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마지막 보루'처럼 여겨졌던 움막농성장이 공무원과 경찰에 의해 강제로 철거되었지만, '밀양 사람들'은 다시 뭉쳐 싸운다. 또 부산기독교교회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책임자 처벌과 진지한 대화"를 촉구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14일 오후 7시 밀양 3곳에서 '150번째 촛불집회'를 연다. 이날 촛불집회는 밀양 부북면 위양마을회관과 상동면 고정마을 주차장, 단장면 용회마을 정자 입구에서 각각 열린다.
밀양 사람들은 2012년 1월 산외면 보라마을에서 주민이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분신자살한 뒤부터 매주 토요일 저녁마다 촛불행사를 열어왔고, 이번이 150번째가 된다.
밀양시와 경찰은 지난 11일 송전탑 예정부지인 부북면 평밭마을(129번 철탑), 위양마을(127번), 상동면 고답마을(115번), 단장면 용회마을(101번)에 있던 움막을 행정대집행을 통해 강제 철거했다. 한국전력공사는 움막 철거 뒤 터파기와 벌목 작업 등 공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연행되었던 3명이 모두 풀려났다. 주민 1명은 지난 11일 저녁에 조사를 받은 뒤 풀려났고, 2명은 불구속 수사를 하기로 하고 12일 밤 늦게 풀려났다.
부산기독교교회협의회 "책임자 엄벌하고 진지한 대화에 나서야"밀양송전탑 움막농성장 강제 행정대집행에 대해 비난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부산기독교교회협의회(회장 최광섭 목사)는 13일 "나는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내가 평화를 말할 때에, 그들은 전쟁을 생각한다(시 120:7)"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 단체는 "세월호 참사에서 그 많은 공권력으로 단 한 생명도 구조하지 못했던 경찰과 정부가 불과 수 십명의 주민들이 농성하는 현장에는 이렇게 일사분란하며 조직적이고 치밀하였다는 것과 대화의 요청과 국민의 안전과 생명의 보호에는 아무 관심도 없다는 듯 무심하며 무자비하게 할매·할배들을 짓밟고 철거 작전을 진행할 수 있었다는 것에 우리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한다"고 밝혔다.
부산기독교교회협의회는 "책임자를 엄벌하고 진지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반인륜적이고 폭력적이며 살인적인 진압이 대한민국 정부와 경찰의 본 모습이 아님을 믿기에, 이런 엉터리 작전을 진두지휘한 책임자를 찾아 엄벌하고 책임지는 자세로 다시 한 번 주민들과의 진지한 대화에 나서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해, 이들은 "할머니들의 생명이 경각에 달려 위협받고, 목에 몸에 절단기를 들이대는 와중에도 그들 파란 옷을 입은 인권 공무원들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그들은 구경꾼일 뿐이었고 폭력과 인권유린 앞에 오히려 비호세력일 뿐이었고, 이러한 국가인권위원회는 존재할 필요도 없고 엄청난 세금의 낭비이며 국가의 수치이기에 국가인권위원회를 즉각적으로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부산기독교교회협의회는 "국민 한 사람의 생명을 존중하고 국민을 섬기는 정부로 '국가 개조'를 하라"며 "대통령의 눈물이 아니라 백성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국가로, 힘없는 할매·할배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존중되고 보호되는 국가로, 아픔과 고통의 현장에서 존중되고 먼저 찾게 되는 국가와 정부로 개조되어야만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밀양 주민들을 공권력으로 제압하고 움막을 철거했다고 밀양 송전탑 문제가 해결됐다고 오판하지 말라"며 "약한 자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고, 고향 땅에 소박하고 평화롭게 살고자하는 할매·할배들의 꿈을 짓밟은 대가는 국가 권력에 저항하는 모습으로 분명히 일어날 수 있음을 기억하라, 이후에 모든 책임은 정부와 경찰에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