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사람들이 150번째 희망촛불을 들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와 주민들은 14일 저녁 3곳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단장면 용회마을 정자 앞, 상동면 고정리 주차장, 부북면 위양마을회관 앞에 각각 200~300명씩 모여 '송전탑 반대'를 다시 외쳤다.
이날 집회는 지난 11일 밀양시와 경찰이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철탑 예정부지에 있던 4곳의 움막농성장을 행정대집행으로 강제로 뜯어낸 뒤 열린 촛불집회라 관심을 모았다.
밀양 사람들은 10년째 송전탑과 싸우고 있다. 2012년 1월 산외면 보라마을에 살던 70대 할아버지가 분신 자살한 뒤 매주 토요일 저녁마다 촛불집회를 열어왔는데, 이날로 150회를 맞았다.
용회마을 주민들 "다시 시작할 것이다"용회마을에서 열린 촛불집회는 김철원 밀양농민회 정책실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날 집회에는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투쟁하는 경북 청도 삼평리 주민도 함께 했다. 또 제천 간디학교 학생, 민주노총 경북본부, 환경연합, 금속노조 경남지부 등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김철원 정책실장은 "지난 행정대집행은 경찰과 공무원, 용역까지 2500여 명이 모여 주민들을 몰아냈고, 주민들은 오로지 맨손으로 '오지 마라'고만 했다"며 "그런데 경찰은 무장하고 왔으며, 그것도 전체 주민 숫자와 대비해 보면 2500 대 100의 싸움이었다, 경찰한테는 쪽 팔리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공동대표로 지난 4월 13일부터 용회마을 승학산 정상에 있는 '101번 철탑 예정부지'의 움막에서 농성했던 조성제 신부(천주교)도 마이크를 들었다. 조 신부는 "두 달 동안 산에 있으면서 행복했다"며 "처음에는 우리가 그렇게 오래 버틸 것이라 생각을 못했는데, 긴장 속에서 행복하게 지냈다, 움막이 뜯기고 난 뒤에 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조 신부는 "우리는 진 게 아니다. 주민들이 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 싸움은 계속 될 것이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이제 싸움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고 강조했다.
움막 지키기에 나섰던 주민과 연대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초등학교 교장 출신인 주민 고준길(72)씨는 "우리 주민들은 그동안 나라가 하는 일이면 무조건 다 동의해 왔고, 평생 나라가 하는 일은 거역한 적이 없었다"며 "그런데 송전탑은 내 삶과 생존권을 박탈하는 것이기에 그냥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2012년 1월 이웃마을(보라)에서 어르신 한 분이 분신 자살한 뒤 주민들이 일어났고, 할머니들은 젊은 사람들한테 '우리가 하는 게 맞제. 우리가 옳제'라고 물었으며, 그러면서 자신감을 갖게 되었던 것"이라며 "우리는 10년째 싸우면서 중간에 생업과 송사뿐만 아니라 한국전력공사의 회유와 협박이 심해 포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연대자들이 몸과 마음으로 함께 하는 것을 보고 그렇게 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공권력에 의해 움막을 철거 당했지만, 우리는 힘 때문에 잠시 밀려난 것이지 지지 않았다. 승리를 잠시 유보한 것이다"며 "우리 싸움은 정당한 것이고, 정당한 사람들이 이겨야 한다. 이전에 한전 사장이 국회에서 증언하면서 주민들의 싸움은 정당하다고 했다. 정의로운 사람들이 이길 것이다"고 말했다.
천준정(산외면)씨는 "101번 철탑은 우리 마을에 있지는 않지만 행정대집행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하루 전날인 10일 저녁에 산으로 올라갔다"며 "경찰은 칼로 주민들이 목에 건 밧줄을 잘랐다, 살벌한 싸움이 벌어졌으며 처참했다. 우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고, 철탑이 뽑힐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101번 철탑 현장의 움막 지킴이 활동을 했던 이정화(어린이책시민연대)씨는 "움막에는 휴가를 내서 온 사람도 있었고, 텐트도 없이 찬바람에 잠을 자는 사람도 있었다"며 "천국 같은 움막은 경찰이 오고 나서 지옥으로 변했다. 행정대집행이 진행되는 속에 한 쪽에서 한전 직원들이 나무를 베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은 우리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 곳에서 새소리 사람소리를 들을 때는 생명이 살아 있었다, 그런데 돈 때문이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무참히 쓰러지면서 지옥이 되었다"며 "산을 내려오면서 철탑이 세워지면 다람쥐 등 짐승들도 잘 살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더 아팠다"고 덧붙였다.
용회마을 주민 송영숙(송루시아, 59)씨는 "몇 개월 동안 움막을 지켜왔고, 우리는 경찰과 공무원한테 물리적으로 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정신적으로는 이겼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죽을 힘을 다해 싸웠다"며 "움막 철거 행정대집행은 3살 아이와 조폭의 싸움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그곳에서 경찰한테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다"면서 "그러나 연대자들의 힘, 공동체의 힘을 느꼈다. 움막이 뜯긴 그 날 저녁 집에 갔는데 억울하고 분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우리는 다시 희망을 갖고 힘을 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권기영(동화전마을)씨는 "행정대집행 하루 전날 저녁 경찰의 감시를 피해 산으로 올라갔고, 쇠사슬을 몸에 묶어 버텼다"며 "끌려 나오면서 경찰이 팔을 비틀었는데, 기절을 했다, 헬기로 병원에 후송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과 같이 다짐했다.
"우리는 싸움에서 진 게 아니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 철탑을 뽑아 낼 때까지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