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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편집자말]
"일본의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표현한 과거 발언이 공개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기자들의 질문을 뒤로한 채 1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고 있다.
▲ 질문 뒤로한 채 출근하는 문창극 "일본의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표현한 과거 발언이 공개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기자들의 질문을 뒤로한 채 1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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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6일 오후 3시 9분]

문창극 전 중앙일보 대기자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되었다. 문 전 대기자의 총리 내정은 '깜짝 발탁'으로 평가받는다. 안대희 전 총리 후보가 낙마한 이후 각계에서 거명된 총리 예상 후보에도 전혀 이름이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뚜렷한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그가 국무총리로 지명되자 야당과 시민단체는 발칵 뒤집혔다. 사실 문 후보자의 총리 후보 지명 전 여야 일각에서는 야당 출신 정치인이 국무총리로 내정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던 상황이었다. 야당과 협력하는 온건한 총리가 나올 줄 예상하고 있다가, 강경한 보수가 총리직에 내정됐으니 그들 입장에선 마른하늘의 날벼락과 같은 심정이 아니었을까.

때문에 그의 강경한 보수적 시각은 총리 지명 당시부터 논란이 됐다. 야권은 그가 노무현 김대중 두 대통령을 두고 작성한 칼럼을 언급하곤 그가 소통, 통합 총리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오마이뉴스>는 "새 총리 내정자, 이 정도면 '제2의 윤창중'"이란 기사에서 그의 총리 임명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문창극 후보자의 온누리교회 강연

그런 와중에 문 후보자가 온누리교회에서 한 강연 내용이 문제가 됐다. <뉴스K>가 단독으로 보도하고 이를 가 주요 기사로 내보내면서 이슈화 되었다. <KBS>는 문 후보자가 강연에서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 표현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같은 보도가 나가자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반민족적 사관을 가진 '망언'을 한 문 후보자가 총리가 될 자격이 없다며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문 후보자 측은 강연 내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12일 문 후보자 측은 기자회견에서 논란에 대해 "대부분 전체 문맥을 파악하지 않고, 특정 글귀만을 부각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하고는 "언론사 보도책임자를 상대로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등 혐의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 언론사 보도책임자를 상대로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등 혐의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 언론이 "짜집기 비난"을 했다는 주장이다.

또한 문 후보자는 강연 내용 비판과 관련해서 "종교인으로서 교회 안에서 한 것이어서 일반인의 정서와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종교적인 견해와 일반인의 정서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오리엔탈리즘식의 사고, 여과없이 수용한 문창극

과연 문 후보자의 강의 내용에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 문 후보 측이 주장하는 문맥과 교회 내부 강연이란 입장을 고려해도 여전히 문제가 많다. 대표적으로 한 가지 사안을 짚어보기로 하자. 문 후보자 는 "과거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발견할 수 있다"며 서양인들이 쓴 책을 통해 당시 조선의 상황을 설명한다.

"이 사람이 조선을 어떻게 봤냐. 자기가 북경에 가서 보고서를 냈는데, 조선에 대한 현실을 이렇게 썼습니다. 조선 사람들은 불결과 빈곤으로 자기 생애를 보내야 하는 끔찍한 거처에서 살고 있었다. 우리가 만난 많은 사람들의 피부는 어김없이 때로 덮여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몇 달씩 씻지 않아서 이 따위의 해충이 득실댔다. 우리가 보는 앞에서 해충을 잡아 죽이는 짓을 주저하지 않았다…. 이것이 1832년이 선교사님이 우리나라 서해 몽금포에 와서 북경에 자기네 선교본부에 보고한 조선말의 상황이다. (...) 그리고 이 사람이 서울에 와서 서울구경을 또 했습니다. 서울도 얼마나 더러운지, 냄새가 풀풀 나서 다닐 수가 없는 정도로 서울이 그 당시 더러웠습니다. 그게 언제냐. 지금부터 100년 전 일입니다. 100년 전 한국이 그런 나라였습니다."

이 서양인들의 시각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당시 조선은 더럽고 냄새나고 게으른 국가였다는 것이다. 문창극 후보는 이들의 글을 인용하며 조선에 남아있던 '나쁜 관습과 게으름'을 기독교와 선교사가 바꾸어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서양인들의 글들은 당시 서양에 팽배해있던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이 반영된 내용이란 것을 고려해야 한다. 오리엔탈리즘이란 "동양은 비합리적이고 열등하며 도덕적으로 타락되었고 이상하지만, 서양은 합리적이고 도덕적이며 성숙하고 정상(두산백과)"으로 보는 태도를 말한다. 즉, 서양의 관점에서 동양의 것들은 '미개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오리엔탈리즘은 서양 제국주의 열강들의 식민지화 과정에서 그들을 정당화하는데 사용되었다. '게으르고 더러운' 미개한 국가의 사람들을 '근면하고 깨끗한' 문명인으로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기독교가 조선의 나쁜 관습과 게으름을 바꾸었다'는 문 후보의 발언과 상당히 유사하다.

문창극 후보가 이러한 관점의 글을 아무런 여과 없이 인용하여 그들과 유사한 주장을 하고 있단 것은 문 후보의 해명을 고려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는 자진 사퇴해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적어도 일반인과 다른 비정상적 사고를 가진 것은 위의 사례만 봐도 분명해 보인다. 그의 발언은 전혀 상식에 맞지 않다. 애초에 이런 논란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지금 문 후보는 대부분의 국민들로부터 규탄의 대상이 되어 있다. 당장 야당은 청문회를 보이콧 하겠다 한다. 일부 여당 의원들까지도 문 후보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무총리는 '소통과 통합'을 하는 역할이라 했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문 후보자는 '분열과 반목'을 부추기기만 한 것 같다.

문 후보에게 조언한다. 무릇 인간은 '분수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문 후보에게 국무총리직은 어울리지 않는다. 뱁새가 황새 따라하다 가랑이 찢어진다고 하던가. 지금까지 있었던 일로 깨달았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대로 국무총리직이 아까워 욕심을 부리다가는 분명 큰 화를 입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자진 사퇴'하는 것이 본인에게 도움되는 일이지 않을까.


태그:#문창극,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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