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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의료영리화 문제가 전 국민의 불안을 야기시키는 요즘, <오마이뉴스>와 한국의료협동조합은 국민의 건강권과 의료의 공공성을 위한 '우리동네 주치의' 의료협동조합의 오늘과 내일의 모습을 함께 짚어 봅니다. [편집자말]
의료사회협동조합(아래 의료사협) 창립자들은 나름의 창립 배경을 갖고 있는데, 함께걸음의료사협은 장애인 권익단체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장애인 건강권 문제를 고민하던 의료인과 장애인 인권활동가가 주축이 되어 시작된 협동조합이다.

이런 까닭에 현재 함께걸음의료사협에는 다른 의료사협에서는 볼 수 없는 조직이 있는데, 장애인건강권위원회가 그것이다. 이 위원회는 장애인조합원의 입장을 대변하고 장애인조합원이 조합 활동에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장애인조합원 만남의 날이나 야유회 등을 개최하고 장애인걷기모임, 손작업모임 등 장애인 자조 모임을 조직하는 일을 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의 접근을 가로막는 사회적 장벽을 없애기 위해 지역 장애인 및 단체들과 연대 사업도 함께 하고 있다.

싸워야 얻어지는 권리,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제도

함께걸음의료사협은 1천여 명의 조합원이 있고 지역이나 소속에 따라 100명 정도의 대의원을 구성하고 있다. 김헌식 대의원은 2010년 3월에 함께걸음의료사협의 장애인 지역 중심재활사업 방문진료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되었다.

김 대의원은 어릴 때부터 뇌성마비로 움직임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어느 정도 자립적인 생활이 가능했었다. 그런데 40대 후반, 목 디스크 증세로 팔 근력 약화가 나타나 식사나 옷입기, 신변처리 등 거의 모든 일상생활에 상당한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신체기능이 악화되었다. 그러나 김 대의원은 장애등급이 2급이라 정부가 제공하는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다.

일시적인 방문 진료 및 입원을 통한 의료적인 처치는 통증을 감소시키고 증상의 악화를 방지하는데 일부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역에 거주하는 중증장애인들이 겪는 생활 전반의 문제들이 기본적으로 개선되기는 힘들다.

따라서 장애인들은 장애등급에 따라 제한적으로 시행되는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제도의 불합리함에 맞서 싸워야했다. 김 대의원은 함께걸음의료사협에서 연대하는 장애인단체의 장애인등급판정 이의신청 및 집회에도 열심히 참여하였다.

또 당장 필요한 일상생활에서의 도움은 함께걸음의료사협의 지역돌봄사업을 통해 적은 시간이었지만 도움을 받았다. 또 매달 한 번 정도 함께걸음의료사협 보건의료봉사 대학생들이 김 대의원을 방문하여 건강체크 및 말벗 등의 도움을 제공하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 김 대의원은 함께걸음의료사협의 조합원으로 가입하게 되었다. 가입 이후 장애인건강위원회 위원으로 적극적으로 조합활동에 참여하였다. 그 결과 대의원으로 선출되어 조합의 각종 사업 과정에서 장애인조합원의 입장을 대변하는 등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위치도 좋고, 가격도 적당하고, 치과 자리 딱 좋은데...

 장애인조합원의 충분한 진료접근성 확보는 우리가 준비하는 마을치과의 주요한 고려사항이다.
장애인조합원의 충분한 진료접근성 확보는 우리가 준비하는 마을치과의 주요한 고려사항이다. ⓒ freeimages

작년부터 본격화된 함께걸음 마을치과준비위원회에도 장애인조합원을 대리하여 준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마을치과준비는 1천여 조합원의 요구로 진행되는 사업으로 장소 결정, 진료 내용, 운영 방식 등의 결정이 많아 과정이 복잡하고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과정에도 장애인조합원의 충분한 진료접근성 확보는 우리가 준비하는 마을치과의 주요한 고려사항이다.

이에 장애인건강위원회와 치과준비위원들은 서울시에 있는 장애인치과 진료소 두 곳을 견학하며 장애인 치과 진료의 형태 및 문제점들을 알아보기도 하였다. 특히 현실적인 예산 규모를 고려하면서 결정해야 하는 치과 입주 공간 결정은 참으로 예민한 문제였다.

장애인 접근성을 위해 기본적으로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이어야 하고 엘리베이터가 있더라고 그 크기가 작거나, 진입통로가 부적절하여 휠체어가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렵게 찾은 장소를 포기하는 상황이 반복되기도 하였다.

장애인들의 참여를 위한 접근성 보장에 관한 일은 사실, 조합원 총회나 수련회, 야유회 등 모든 조합의 활동에서 늘 겪는 일이다. 그렇지만 매번 겪는다고 이런 일들이 확실히 개선되고 눈에 띄게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늘 다시 발생한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겪으며 비장애인 조합원은 우리 사회에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제약받는 상황들을 이해하게 되고, 장애인 조합원은 비장애인과 함께 발생하는 문제들을 합리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게 된다.

지난 달 있었던 조합원체육대회에서도 같은 일이 발생하였다. 조합원체육대회 준비위원회가 준비를 많이 했지만 막상 뒤풀이 장소에서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려워 일부 장애인조합원이 참여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때 김 대위원은 휠체어접근성을 고려하지 않고 선정한 뒤풀이 장소 문제를 지적했고, 준비위원들은 위원들대로 고생스럽게 준비한 행사가 비난받아 속상한 상황이 되었다. 그런 후 김 대의원은 참관인 자격으로 이사회에 참석해서 이 사안에 대한 검토를 요청하였다.

이사회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앞으로 우리 조합 행사 준비 과정에서 장애인 접근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점검표를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점검표는 장애인 건강위원회에서 담당하여 제안하기로 하였다.

장애인과 함께 일하기, 진짜 민주주의의 경험

흔히 한 조직에서 장애인과 함께 일을 도모하는 것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쟁사회에서 불리한 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장애인과 함께 하는 일은 그 조직이 건강하게 성장하는데 중요한 자산이 된다.

첫째로 장애인과 함께하는 조직 구성원들은 소수의 작은 목소리를 소홀히 하지 않는, 진짜 민주적인 운영을 훈련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둘째로 잠을 자던 토끼를 깨워서 함께 가는 거북이처럼 오늘날의 경쟁사회에서 점점 사라지는 진정한 우정과 연대의 경험을 할 수 있다.

셋째로 장애인 조합원과의 사업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곤란함을 좌충우돌 해결해 가고 그 과정에 익숙하게 되면 어떤 곤란이 있더라도 낙심하지 않고 서로 해결 방안을 찾아가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한다.

누구나 언제든 부족함은 있기 마련이기에 협동은 필요하다. 협동조합은 척박한 우리 사회를 우정과 사랑으로 채워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 주는 조직이다. 굳이 장애인 조합원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다수의 큰 목소리보다 소수의 작은 이야기에 관심을 두는 것은 그 조직의 정체성이 변질되지 않고 바른 길을 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다.

우리 조합은 10% 정도의 장애인 조합원이 있으며 이들과 함께 아무리 힘들고 지난한 길일지라도 멈추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함께걸음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입니다.



#한국의료생협#함께걸음의료사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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