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제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교사들의 '참회'조차 정부로부터 고발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26일, 교육부는 '대통령 퇴진'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284명이나 되는 교사들을 검찰에 전격 고발했다. 그들이 왜 눈물을 흘렸고, 정부를 향해 왜 분노를 쏟아냈는지 공감하기는커녕, 전가의 보도처럼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라는 낡은 칼날을 다시 빼들었다.
정부만 귀를 막고 있을 뿐, 주지하다시피 국가공무원법 제65조 '공무원의 정치운동 금지' 조항은 교사를 포함한 공무원이 그들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특정 정당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걸 막자는 취지일 뿐, 생각과 표현의 자유를 박탈하자는 게 아니다. 그들도 공무원이나 교사이기에 앞서, 이 땅의 '시민'이자 '사람'이기 때문이다.
교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교육부로부터 되레 고발을 당한 교사들은 정당에 가입하지도, 특정 정치세력을 옹호하지도 않았다. 그저 단 한 명의 생명도 구해내지 못한 무능한 정부의 수장으로서 대통령에게 그 책임을 물은 것뿐이다. 이는 실명을 내건 단지 284명의 생각이 아니라, 이 땅 40만 모든 교사, 아니 여전히 눈물이 마르지 않는 수많은 국민들의 절규다.
이 나라의 대통령은 그 어떤 비판조차 용납될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인가. '모든 게 자신의 책임'이라며 카메라 앞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린 건, 최고 국정 책임자로서 어느 누구의 날선 비판도 달게 받겠다는 뜻 아니었던가. 그런데, 교육부의 이 어처구니없는 행태는 뭔가. 대통령 욕보이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충직한 마름의 겁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교육부 교사 고발, '쇼'처럼 느껴지는 이유
누구 말마따나, 현 정부의 통치 능력은 이미 '개그' 수준으로 전락했다. 연이은 총리 후보자의 낙마에 "그런 사람들을 애써 찾으려 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아이들조차 대통령을 조롱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이들의 비웃음조차 가시지 않은 터에, 설상가상 세계에서도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재활용' 총리까지 등장했다. 이쯤 되니 대통령에게 연민이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일까. 서슬 퍼런 고발에 두렵다기보다, 대통령 앞에 주눅이 들어 쩔쩔매는 교육부가 되레 가엾다는 생각이 앞선다. 그들만 교단에서 내쫓으면, 정부를 향한 들끓는 비판의 목소리가 순간 잠잠해질 것이라 믿는 걸까. 교사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보다,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으려는 충성스러움에서 나온 '쇼'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차디찬 바닷물 속에 수장당한 수백 아이들을 자신의 제자처럼 여기지 않는 교사는 없다. 세월호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교사들과 함께 근무하고 있다는 이유로 유가족들 앞에 무릎 꿇은 단원고 교사들의 고개 떨군 모습은 이 땅 모든 교사들의 그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국가를 믿고 기다리면 구조될 것이라고 '잘못' 가르친 것에 대한 회한이 너무 커서다.
제자 같은 아이들과 동료 교사들을 하루아침에 잃은 마당에, 교사들은 이렇게 살아있는 것조차 미안해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견디고 있다. 죄스럽고 비통한 마음에 그 누구보다 괴로워했고, 많은 눈물을 쏟았다. 그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교사로서 교육의 본령이 진정 무엇인지 끊임없이 자문하며 답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
그들이 구조는커녕 사고 수습조차 엉망진창인 정부를 욕하고, 울부짖으며 대통령 물러나라고 외치는 건 어쩌면 사람으로서 '본능'에 가깝다. 같이 공감하고 울어주지는 못할망정 여기에 무슨 '정치적 중립 의무'를 들이대며 징계를 운운하는가. 세월호 선장이 아이들에게 그랬듯, 교사들은 잠자코 '가만히 있어라'는 것인가. 참으로 어이없는 시대다.
교육부 고발 수긍할 교사, 단 한 사람도 없다교육부는 284명의 교사들을 고발하며, 당선된 진보 교육감과 전교조를 뭉뚱그려 표적 삼은 것으로 보인다. 국정 난맥상에 대한 관심을 딴 데로 돌리는 한편, 전교조를 법외 노조로 내몬 여세를 몰아, 최근 당선된 13명의 진보 교육감을 길들이려는 '잔인한' 꼼수다. 그러나 단언하건대, 이는 이 땅의 모든 교사들을 적으로 돌려세우는 짓이다.
맹목적으로 '반 전교조'에 기댄 우호적인 여론을 기대했겠지만, 교육부의 권위를 스스로 실추시키는 자충수가 될 게 틀림없다. 그들이 애면글면하는 '법과 원칙대로' 교사들을 학교에서 내쫓고 무릎 꿇게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교육부가 감히 아이들 교육을 들먹일 수 없는 '영혼 없는' 조직임을 스스로 고백하는 일이다. 이미 학교에선 교육부의 '영'이 서지 않는다.
교육부 입장에서야 어떻든 엮어보고 싶겠지만, 284명의 교사가 전교조냐 교총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부의 교사 고발에 대해 수긍할 수 있다는 교사는 주위에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전교조에도 교총에도 가입하지 않은 한 동료교사는, 교육부가 검찰의 힘을 빌려 교육계의 동료랄 수 있는 교사들의 등 뒤에서 비수를 꽂는 야비한 행태라며 분노했다.
'대체 누가 누구를 고발하느냐'는 이야기도 곳곳에서 들린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된 교육부 장관이, 부끄럽지도 않는지 마치 자신의 무능을 감추려는 듯 애먼 교사들을 잡도리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문책당해 물러나는 마당에 반성하고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되레 징계와 엄벌 운운하니,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국민 수준에 맞는 지도자? 틀린 말 같아요"대한민국 현대사는 '4월 16일'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했지만, 우리 정부는 달라지기는커녕 외려 수십 년 전으로 퇴보했다. 생때 같은 아이들의 목숨과 유가족들의 애끓는 마음, 슬픔에 빠진 국민들의 바람을 비웃기라도 하듯, 대통령은 참사에 대한 책임을 어느 누구에게도 묻지 않았다. 나아가 '국가 개조'를 하겠다면서, 기본적인 교양과 도덕성마저 갖추지 못한 인사를 총리와 장관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지명하는 걸 보노라니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뉴스에서 봤다며 한 아이가 뜬금없이 말을 건넸다. 얼마 전 전체주의와 파시즘을 다루던 수업시간에 양념처럼 아이들에게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다시 꺼낸 것이다. 최근 정부의 인사난맥상에 대한 아이 나름의 해석인 셈인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걸 듣고 있던 친구들 사이에 우려했던 이 말은 나오지 않았다. 국민이 미개해서 그렇다는.
"선생님, 예전에 어느 철학자가 그랬다면서 '민주주의에서 국민들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는다'고 하셨잖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 말은 틀린 것 같아요. 대통령이 지명한 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면 하나같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문제투성이인데, 아무렴 우리나라 국민들의 수준이 저 정도라는 의미는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