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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숙박 단돈 2000원! 아주 저렴했던 게스트하우스
하루 숙박 단돈 2000원! 아주 저렴했던 게스트하우스 ⓒ 최하나

중국 쓰촨성 청두(成都)를 여행하던 때였다. 11월이었지만 난방이 전혀 필요 없을 정도로 날씨는 더웠다. 아끼고 아낀 돈으로 배낭여행을 떠나온 터라 돈은 항상 부족했다. 그래서 잡은 숙소는 유명한 절인 '문수원'에서 가깝지만 저렴한 가격의 도미토리였다. 여섯 명이 함께 쓰는 곳이었다.

누구는 자고, 누구는 들어와 부스럭대고, 누군가는 통화를 하고, 누군가는 간식을 먹는 공동공간이었기에 쾌적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하루에 한화로 2000원 정도밖에 안하는 잠자리였기에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만족도는 높은 편이었다. 단, 한 가지만 제외한다면.

그건 바로 '냄새'였다. 외국인여행자들은 굉장히 큰 크기의 배낭에 많은 짐들을 가지고 다녀 퀴퀴한 냄새가 나는 옷가지들을 방에 널어두곤 했다. 거기서 나는 지린내와 곰팡내는 참을 수 없을 정도였지만 가벼운 주머니 사정과 나 역시 장기여행자였기에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사건은 그다음에 벌어졌다.

"너, 마늘냄새 나!"

난방기를 아예 가동하지 않는 탓에 한밤 중 숙소는 되레 추웠다. 나는 자다가 일어나 핫팩을 꺼내 배에 붙이려고 뒤척였는데 서양 여행자 한 명이 일어나 냅다 소리를 질렀다.

"조용히 좀 해. 그리고 너한테서 마늘냄새 나. 어떻게 좀 할 수 없니?"

순간 몹시 기분이 나빠졌다. 나는 한국 사람이지만 김치를 별로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마늘이 들어간 음식을 잘 먹지 않았다. 그리고 마늘을 먹었다고 해도 음식에 조미료로 약간 들어갔을 텐데, 그걸로 트집을 잡는다는 게 무척 불쾌했다. 가만히 앉아 생각해보니 내가 덩치가 작은 동양인이라고 얕잡아 보고 시비를 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튿날, 나는 지난밤 일을 곱씹어보며 '이건 명백한 인종차별적 언사'라고 생각했다.

"동양 사람이면 다 마늘냄새가 나나? 이거 순 서양인이 많은 숙소라고 텃세를 부리네?"

그리고 나는 그날 저녁 게스트하우스 직원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로 마음먹었다. 적어도 주의를 주거나 공고를 붙일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방 안의 찝찌름한 냄새, 알고 보니...

 내게서는 '마늘 냄새'가 그들에게선 '치즈 냄새'가...
내게서는 '마늘 냄새'가 그들에게선 '치즈 냄새'가... ⓒ free image

그런데 그날 저녁, 밥을 먹고 숙소에 돌아와 닫혀있던 방문을 여는데 이상한 냄새가 내 코를 찔렀다. 아주 찝찌름한 냄새. 그건 바로 치즈냄새였다.

베이글에 발라먹는 크림치즈나 샐러드와 함께 먹는 리코타치즈같은 상큼하거나 달달한 냄새가 아니라 저울에 달아 파는 짭조름하고 강한 맛의 치즈냄새였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정말 내게서 마늘 냄새가 날 수 있다는 것을. 그들도 자신들의 몸에서 치즈냄새가 난다는 걸 몰랐을 것이다. 우리는 식습관도 문화도 확연히 '다른' 인종이기에 차이를 콕 집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인종차별 언행으로까지 번질 수 있었던 '냄새사건'은 다행히도 우리 냄새가 '달랐음'을 느끼게 해주는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덧붙이는 글 | 더러운이야기 응모글



#사천#쓰촨#청두#성도#게스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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