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 21일 오후 10시 29분]21일 인사청문회에서는 강신명 경찰청장 후보자가 서울지방경찰청장 시절 무리하게 공권력을 집행했던 점이 도마에 올랐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임수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후보자가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취임한 후 가장 먼저 한 것은 경찰 병력 5천여 명을 투입해서 민주노총 사무실을 강제 진입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 후보자가 서울청장 시절 집시법으로 구속된 사람은 11명으로 역대 서울청장 중 가장 많다"고 덧붙였다.
"서울청장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 민주노총 강제진압"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도 강 후보자가 서울청장 재임 시절, 공권력 행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발생한 영상을 보여주며 "얼마 전 세월호 참사 추모 집회에서도 경찰이 해산하고 있는 시민을 토끼몰이 해서 200명 넘게 연행했다"고 비판했다. 또 "여성 시위 참가자 중에는 연행 과정에서 속옷이 노출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30일 넘게 단식 중인 김영오씨가 대통령 면담 신청을 위해 청와대를 찾았지만 경찰이 이를 가로막은 것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경찰이 김영오씨를 마치 조직적으로 불법시위를 하는 사람을 대하듯 했다"고 말했다. 이에 강 후보자는 "당시 경찰의 차단 조치는, 김영오씨의 건강이 굉장히 좋지 않고 주변이 혼잡했기 때문에 사전 안전 예방 차원이었다"고 답했다.
이어 야당의원들이 밀양 송전탑 건설지 행정대집행을 비롯한 강경한 공권력을 행사한 점을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요구했지만 강 후보자는 "헌법에 보장된 집회 시위의 자유와 일반 국민의 기본권이 조화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지키겠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여야가 '공정한 인사'를 주문하며 한 목소리를 냈다.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전체 경찰의 3% 정도만이 경찰대 출신인데, 청경급 이상 간부를 살펴보면 경찰대 출신이 49%"라며 "뛰어난 순경들도 간부가 될 수 있도록 인사에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 강 후보자는 "본인의 능력과 자질이 바탕이 되었더라도 (경찰대 편중이) 좀 과도하다"라며 정 의원의 지적에 동의하는 뜻을 밝혔다.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후보자와 비경찰대학 출신 간부들의 관계를 우려하며 "가장 중요한 게 인사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강 후보자는 "그 분들의 관점에서 매사 듣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경찰대학 2기인 후보자와 경찰대학 1기의 갈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황인자 새누리당 의원은 "나이가 계급을 좌우하는 건 아니지만, 1기 선배를 추월해 경찰청장이 된다면 조직을 잘 이끌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강 후보자는 "서울경찰청 참모 중에도 1기생이 두 명 있었다"라며 "졸업연도와 개인 역량은 다르다"고 답했다.
청문회 이전에 제기된 다운계약서 작성과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선 사과의 뜻을 밝혔다. 강 후보자는 2002년 서울 마포구에 있는 시영아파트를 2억700만 원에 거래했지만, 8200만원에 샀다고 신고한 바 있다.
또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 논문 중 일부가 인용표시 없이 인용된 것은 연세대의 연구 윤리 지침에 위반된다는 지적에 "당시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었으며, (지적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이날 노웅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강 후보자가 전임자의 공적을 가로채 정부 훈장을 받았다는 의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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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안행위,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한편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이날 오후 강신명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청문회 당일 여야 합의로 경과보고서가 의결된 것은 이례적이다.
안행위는 경과보고서에서 "재산, 경력 등에서 일부 문제점은 있으나 30여 년 동안 일선경찰서장, 지방경찰청장, 경찰청 국장 등을 거치면서 축적된 전문성과 리더십 등을 감안할 때 국민의 안전과 법질서를 확립해야 하는 경찰청장으로서의 능력과 자질을 갖췄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서울경찰청장 재직 시 집회·시위에 대한 강경대처, 청와대비서관 근무에 따른 고속승진 및 정치적 고려에 의한 경찰청장 임명의혹, 부동산 다운계약서 작성, 석사논문 표절, 허위사유에 의한 훈장수령 의혹 등의 문제에 비춰볼 때 높은 도덕성과 준법정신이 요구되는 경찰총수로서는 부적합하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