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 유가족으로, '기소권과 수사권이 포함된 세월호 특별법'을 요구하며 40일이 넘게 단식하고 있는 김영오씨를 비방하는 글이 지난 23일 인터넷상에 퍼졌다. 이혼 뒤 두 딸을 돌보지 않았으면서도 세월호 사건 보상금을 노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또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이라는 점을 이유로 단식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비난이었다. 이에 대해 김영오씨는 24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적극 반박했다(관련기사 :
"루머? 떳떳하니까 신경 안 쓴다... 보험금 유민엄마에게 전액 양보").
이런 상황에서 이날 오후 김씨의 둘째 딸이자, 세월호 사고로 숨진 김유민 양의 한 살 아래 여동생인 김유나(17) 양이 <오마이뉴스>에 인터뷰 요청을 했다. 아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싶다는 것. 유나와의 단독 인터뷰는 어머니의 동의를 얻어 이날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고 근처에서 진행됐다.
유나는 전날 논란이 된 외삼촌의 댓글에 대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앞서 외삼촌 윤아무개씨는 아빠 김영오씨에 대해 "유민, 유나 아기 때 기저귀 한 번 갈아준 적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유나는 "삼촌은 아빠가 나쁜 사람이라고 글을 썼는데 저로서는 당황스러웠다"라며 "기소권과 수사권이 포함된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려는 아빠의 노력이 무너진 것 같아서 속상했다"고 말했다.
아빠에 대해 유나는 "친구같은, 다정다감한 아빠"라며 "같이 있으면 편하다, 아빠랑 있으면 곁에서 자고 싶다"고 말했다. 또 "사고 이후 아빠가 전화를 걸어오는 횟수가 많아졌다"며 "아빠가 전화로 언니 몫까지 더 잘해주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나는 아빠에게 죄송한 마음이다. 아빠가 단식에 들어간 이후로 직접 광화문 광장을 찾아간 것은 딱 한번 뿐이었기 때문. 인터뷰 도중 눈에 눈물을 글썽인 유나는 "언제나 아빠가 먼저 전화했다"며 "전화 끊을 때, 아빠가 사랑한다고 말을 했다, 먼저 사랑한다고 말해준 게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날 유나는 아빠에게 "아빠가 챙겨주려고 노력한 것들 다 보인다"며 "고맙고 다 고맙고 몸부터 챙겨달라, 그래야 싸운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유나 양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아빠는 저랑 언니에게 최대한 잘해주려고 했다"- 외삼촌이 쓴 댓글을 언제 봤나요?"오늘 아침에 봤어요. 좋은 아빠인데, 그런 얘기로 알려져서 좋은 아빠라는 점이 가려졌어요. 좋은 아빠인 것이 다시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기소권과 수사권이 포함된 세월호 특별법 만들려는 아빠의 노력이 무너진 것 같아서 속상해요."
- 글을 본 뒤에는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당황스러웠어요. 제게 아빠는 착하고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예요. 삼촌 글에서는 아빠와 딸 사이가 좋지 않게 보였어요. 삼촌은 아빠가 나쁜 사람이라고 글을 썼는데…. 저로서는 당황스러웠어요."
-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나요?"친구같은, 다정다감한 아빠예요. 같이 있으면 편해요. 아빠랑 있으면 아빠 곁에서 자고 싶어요. 특히 언니가 아빠를 안고 잤어요. 저랑 언니에게 최대한 잘해주려고 하는 게 보였어요. 저희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 느껴졌고요."
- 부모님이 이혼한 뒤로 아버지와 만난 횟수는?"어렸을 때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였어요. 아빠 직장이 자주 바뀌었어요. 그래서 어렸을 때 일하는 데 가면 실에 다가 구슬 꿰서 만드는 장난감 같은 것을 사줬어요. 그렇게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어렸을 때는 가족이 다 같이 놀러가기도 했을 정도로 친했어요. 학교 다니고 나서는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에 한 번씩 뵙고 했어요."
"아빠가 언니몫까지 잘해주고 싶다고 했어요"
- 세월호 사건 이후 아빠가 달라진 점이 있나요?"전화 횟수가 많아졌어요. 아빠가 두 달이나 한 달에 한 번 정도 전화했었는데, 언니 사고 이후에는 일주에 두세 번씩 전화를 하기 시작했어요. 아빠가 전화 하면서 그 얘기를 했어요. 언니 몫까지 더 잘해주고 싶다고 말했어요."
- 그 말 듣고 기분이 어땠어요?"묘했어요. 그렇다고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없는 그런 기분이에요. 언니가 사고를 당했구나 하는 실감도 나기도 하고요."
- 아빠가 단식 시작하던 날, 아빠와 나눈 얘기가 있었나요?"단식 시작하시던 날, 아빠가 카카오톡으로 단식한다고 말했어요. 며칠 지났는데, 다시 카카오톡으로 단식 끝나면 같이 맛있는 거 먹자고 했어요. 그래서 전 단식 금방 끝날 줄 알고 '파이팅 '했는데, 이렇게 길어질지 몰랐어요. 다 대통령 때문이에요."
- 단식 40일 만에 아빠가 병원에 실려갔는데요. "금요일(22일) 아침에 병원에 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오히려 안심 됐어요. 광화문 광장 땡볕에 있는 것보다 병원이 더 편안하잖아요."
- 현재 아빠 건강이 많이 악화됐습니다. 걱정이 많을 것 같습니다. "아빠 단식 하는 중에 제가 광화문에 딱 한번 찾아갔었어요. 그게 너무 죄송해요. 아빠가 저를 보고 싶어 했을 거예요. 미안해요. 아빠가 단식하고 있을 때 연락을 잘 안 했어요. 그것도 미안해요. 요즘 아빠에게 연락도 잘 안 했어요. 그런데도 먼저 아빠가 연락해주는 게 고마워요."
- 계속 식사를 안 하시고 있습니다. "아빠가 드신 줄 알았어요. 안 먹는지 몰랐어요. 아빠랑 '빠이빠이' 하고 나왔는데, 페이스북에 미음을 안 먹은 사진이 나오더라고요."
- 아빠 단식을 멈추기 위해서 정치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아빠 만나서 한 번만 얘기를 들어주세요. 만나서 대화를 해봤으면 좋겠어요."
- 평소에 아빠에게 사랑한다는 표현 자주 했나요?"저는 먼저 연락을 안 했어요. 언제나 아빠가 먼저 전화했어요. 전화 끊을 때, 아빠가 사랑한다고 말을 했어요. 아빠가 먼저 사랑한다고 말해준 게 고마웠어요. 요즘은 자주 못보니까 만날 때마다 아빠 품에 안겨서 붙어 있어요."
- 마지막으로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안녕, 아빠. 어렸을 때부터 자주 못 봤지만, 언니와 나를 잘 챙겨줘서 고마워. 아빠가 잘 챙겨주려고 노력한 것들 다 보였어요. 너무 고마워요. 또 아빠가 전화할 때 사랑한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아빠가 먼저 사랑한다고 안 하면 나는 사랑한다고 말 할 일이 없었어요. 아무튼 다 고맙고 몸부터 챙겨요. 그래야 싸우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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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 양이 대통령에게 직접 쓴 손편지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