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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탄생에 혁혁한 공을 세운 보수신문사들에게, 당시 정부는 종합편성채널이라는 방송사업을 선물로 주려 했다. 여당은 국민적 합의 없이 국회 다수의석이라는 물리적 힘을 이용해 날치기로 미디어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반대하며 지난 2009년 언론사 총파업 투쟁을 이끌었던 최상재 전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에 대해 대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 2009년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해 세 차례의 미디어법 반대 언론 총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최상재 전 언론노조위원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20일, 대법원은 이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고, 지난 2011년 서울고등법원이 선고한 항소심 판결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지난 2009년 12월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영빈예식장에서 열린 '승리한 민주주의 국민보고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지난 2009년 12월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영빈예식장에서 열린 '승리한 민주주의 국민보고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권우성

2009년 언론노조의 총파업은 정당했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가 개정을 추진하던 미디어법은 한국 신문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던 보수신문사들에게 방송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었다. 이 법안이 처리될 경우 언론시장의 독과점이 심화되어 여론의 다양성이 심각한 위협을 받아 언론의 공공성과 독립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나아가, 방송시장의 경쟁이 심화되어 언론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따라서 언론노동자들을 대표하는 언론노동조합의 당시 파업은 당연히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언론노동자들 역시 자신들의 근로조건을 명백하게 침해할 수 있는 미디어 악법의 통과를 저지하는 투쟁에 동참했다. 당시 파업은 정당한 노동행위였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법 날치기 처리 당시 한나라당은 일사부재의의 원칙을 위배하고 재투표를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대리투표까지 자행한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민주당이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미디어법 원천 무효 헌법소원 판결에서 드러난 일이다. 헌법재판소는 2009년 10월 29일 미디어법 원천 무효 헌법소원 판결에서 미디어법은 위헌,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법안의 무효는 선언하지 않고 위법 해소를 국회의 책임으로 다시 떠 넘겼다.

그러나 당시 집권당인 한나라당은 미디어법의 위법성을 해소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위법하게 통과시킨 미디어법을 근거로 보수정권을 노골적으로 지원하는 보수언론사들에게 종편채널이라는 방송사업을 선물했다.

이명박 정부의 이러한 지원과 혜택으로 탄생한 종편들은 정부의 혜택에 보은이라도 하듯이 정권지향적 방송 콘텐츠들을 대량으로 생산해 쏟아내고 있다. 차마 방송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저속하고 편파적인 방송을 지속하는 등 방송 저널리즘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

종편의 이런 태도는 우리나라 방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방송의 공적책임을 지키지 않는 것이다. 종편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해야 할 의무를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 방송법 규정의 명백한 위반이다.

이러한 편파·왜곡 보도로 인해 방송 저널리즘은 파괴됐다. 4개의 종편채널 등장으로 인해 무차별적인 시청률 경쟁이 시작됐다. 이 경쟁은 방송 콘텐츠의 선정성과 폭력성, 그리고 보수언론의 여론 독과점 현상을 낳으며 심각한 여론의 왜곡을 일으켰다.

 지난 2009년 11월 11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언론악법 위법확인, 국회 재논의 촉구 범시민 단식농성 선포식'에서 언론노조 관계자, 시민단체 회원 등 200여명이 단식농성에 동참하는 뜻으로 '민주주의 수호' '언론장악 저지'가 적힌 노란조끼를 입고 함성을 외치고 있다.
지난 2009년 11월 11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언론악법 위법확인, 국회 재논의 촉구 범시민 단식농성 선포식'에서 언론노조 관계자, 시민단체 회원 등 200여명이 단식농성에 동참하는 뜻으로 '민주주의 수호' '언론장악 저지'가 적힌 노란조끼를 입고 함성을 외치고 있다. ⓒ 권우성

파업 정당성 인정하면서도 법 조항 얽매인 기계적 판결

지난 2009년 언론노조와 최상재 전 위원장이 파업을 벌이고 미디어 악법의 통과를 저지하려 했던 이유다. 사회 공공재인 언론은 국민들에게 객관적이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주고 다양한 계층과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언론인들은 이러한 역할을 하는 데 어떠한 외부의 압력과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만약 언론인들이 외부의 압력과 영향을 받게 되면 이는 명백한 근로조건 위반행위로 노동쟁의의 요소가 된다.

따라서 최상재 전 언론노조위원장의 언론 악법 저지 투쟁은 언론노동자들의 대표로서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행위였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언론인들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정보의 전달과 다양한 여론의 형성이라는 언론의 사회적 역할과 사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침묵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이고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대법원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파업의 정당성은 인정하면서도 미디어 악법을 위법적인 방법으로 날치기 처리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부당함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하지 않은 것 같다. 형식적인 법 조항에 묶여 미디어 악법 처리의 문제점과 언론노동자들이 미디어 악법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이는 기계적인 판결이다. 재판을 기계나 컴퓨터가 아닌 인간이 하는 이유는 모든 사건에는 법 조항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인간'인 판사가 현명하게 고려하고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법 조항에만 얽매인 판단을 보면 당시 상황에 대한 고려, 언론의 자유라는 가치에 대한 고려가 없이 판결이 이루어졌다는 의구심이 든다. 만약 법원이 앞으로도 사회적으로 논쟁이 되는 사안에 대한 판결에서 이러한 자세를 지속적으로 견지한다면 과연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들에 대한 판단을 법원에 맡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덧붙이는 글 | 최진봉 기자는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중 입니다. 이 기사는 SBS 노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최상재#미디어법 #최진봉#언론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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