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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성북구 동구학원(동구여중, 동구마케팅고) 정문.
서울 성북구 동구학원(동구여중, 동구마케팅고) 정문. ⓒ 권우성

2년 전 서울시교육청에 민원을 넣은 한 교사를 파면하면서 빚어진 '동구학원 사태'는 결국 법정 다툼으로 비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파면을 당한 안종훈 교사와 전교조측은 학교측의 이번 징계를 공익제보에 대한 보복으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전교조 등은 우선 동구학원측에 안종훈 교사 파면 취소를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소청심사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고 행정소송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안종훈 교사의 보복 징계 여부만 이번 '동구학원 사태'의 변수가 되는 건 아니다. 이와 별도로 동구학원 조웅 이사장의 앞길에도 줄줄이 암초가 놓여있다. 특히 이번 안 교사 파면에 대해 '공익제보에 대한 보복징계'라는 비판이 거세기 때문에, 교원소청위나 행정소송 결과에 따라 징계 최종 책임자인 조웅 동구학원 이사장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행정실장 비리에 대한 법원 판결문에는 이미 조웅 이사장의 지시였다는 점이 적시돼 있고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한 교사가 파면 당했기 때문에, 파면이 부당하단 판결이 나오면 조웅 이사장은 법적 도덕적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외에도 조웅 이사장 앞에는 넘어야 할 산이 겹겹으로 놓여 있다. 우선, 2012년 12월 서울교육청 감사결과 내려진 이사승인 취소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이사승인 취소 행정소송에서 승소해야만 이사장직을 유지할 수 있다. 이미 1심에서는 패소한 상태다.

앞서 교육청은 조 이사장이 회계자료 제출과 출석을 거부하며 감사를 방해한 점, 징역형을 받은 행정실장에 대한 당연퇴직 처분을 이행하지 않은 점, 행정실장을 통해 학교·법인회계를 횡령해 정치인에게 뇌물을 주라고 지시한 점 등 학교 회계 부당 운영 및 현저한 부정 등을 이유로 사립학교법 제20조의2를 적용해 이사 승인을 취소했다.

현재 해당 행정소송은 2심 변론이 거의 종결된 가운데 결심과 선고만 남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이사장은 현재 이사승인취소 가처분소송 인용으로 이사장직을 유지하고 있지만, 2심에서도 패소하면 즉시 동구학원에서 나가야 한다.

전교조 서울지부, 조웅 이사장과 정운계 교장 고발

 학교돈 수천만원을 횡령하여 정치인에게 로비자금으로 갖다준 행정실장의 범죄를 이사장이 지시하였다는 법원 판결문 일부(2010노 1746 업무상횡령. 배임). 법원 판결문보다 더 권위 있는 문서는 없으니 이사장의 '횡령 교사' 범죄는 거의 100% 확실해 보인다.
학교돈 수천만원을 횡령하여 정치인에게 로비자금으로 갖다준 행정실장의 범죄를 이사장이 지시하였다는 법원 판결문 일부(2010노 1746 업무상횡령. 배임). 법원 판결문보다 더 권위 있는 문서는 없으니 이사장의 '횡령 교사' 범죄는 거의 100% 확실해 보인다. ⓒ 김행수(캡쳐)

이와 별도로 지난 18일 전교조 서울지부는 조웅 이사장과 동구마케팅고 정운계 교장을 업무상 횡령과 배임, 그리고 그 교사범으로 서울북부지검에 고발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정 교장은 행정실장 이아무개씨에 대한 징역형이 확정된 2011년 11월 이후에도 월 500만 원 내외 임금을 '교비회계'에서 지급하고 있다.

법원으로부터 당연퇴직의 형을 선고받았고, 교육청 감사에서도 당연퇴직(파면)의 결정이 내려진 행정실장에게 교비회계에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업무상 횡령/배임에 해당한다는 것이 전교조 서울지부의 주장이다.

조웅 이사장도 두 가지 혐의로 피소되었다. 하나는 2012년 12월 서울교육청의 특별감사 결과 조웅 이사장에게 내려진 이사승인 취소에 대한 조 이사장의 행정소송 소송비 9천만 원이 학교 법인회계에서 지출된 사실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교조 서울지부는 "법인의 구성원이 업무수행에 있어 관계 법령을 위반함으로써 형사재판을 받게 되었다면 그의 개인적인 변호사 비용을 법인자금으로 지급하는 것은 횡령에 해당하며, 그 변호사 비용을 법인이 부담하는 것이 관례라고 하여도 그러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할 만큼 사회적으로 용인되어 보편화된 관례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0. 2. 23. 선고 89도2466 판결 참조)"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조웅 이사장의 변호사비 학교법인 회계 지출이 명백한 횡령에 해당한다며 형사고발했다.

이보다 더 문제가 되는 조 이사장의 범죄 혐의는 '업무상 횡령의 교사(敎唆)'이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행정실장의 횡령, 배임수재, 정치인 로비 등에 조 이사장이 관여했음이 명백하다는 점이다. 당시 행정실장이 중한 범죄에도 집행유예를 받은 이유 중 하나가 이사장 지시에 따랐기 때문이었다. 행정실장에게 범죄를 지시한 조 이사장은 형법 제31조(교사범) "① 타인을 교사하여 죄를 범하게 한 자는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에 의한 교사범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조웅 이사장은 이 업무상 횡령과 교사에 대한 형사고발 사건 수사 결과에서 무혐의를 받거나 재판에서 무죄를 받아야만 학교 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다. 만약 이 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 또는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만 받아도 사립학교법 제20조의2(임원의 승인취소)와 국가공무원법 제33조(결격사유) 등에 의해서 이사(장)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미 이사장의 지시로 범죄를 행한 행정실장이 징역 10월의 유죄선고를 받은 상황이고, 변호사비 9천여만원의 법인회계 지출도 명백하다는 점에서 조웅 이사장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법정 싸움이 될 전망이다.

민원인 공개만으로 징계·형사처벌 대상

여기에 조웅 이사에게는 넘어야 할 산이 또 하나 생겼다. 서울시교육청의 특별감사다. 서울교육청은 안종훈 교사에 대한 동구학원의 파면 징계의 정당성에 대해서 특별감사를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이른바 공익제보자, 즉 서울교육청 민원 제기에 대한 보복징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관련기사 : 학교서 벌어진 색출작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동안 학교측이 교사들에게 민원과 관련된 모든 것을 공개하겠다는 서면동의서를 일일이 받았단 사실도 드러났고, 내부메신저를 통하여 민원교사를 비아냥거리고 심지어 학교를 떠나야 한다는 협박과 인신공격까지 난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모든 것이 이번 파면에 대한 보복 징계의 정황이 될 수밖에 없다.

 동구학원에서 민원교사를 비방하면서, 민원인 공개를 포함하여 민원과 관련된 모든 것을 공개하는데 동의해 달라는 동의서를 교사와 직원들에게 서명해서 제출할 것을 종용했다. 민원인 공개는 명백한 불법으로 징계와 형사처벌 대상이다.
동구학원에서 민원교사를 비방하면서, 민원인 공개를 포함하여 민원과 관련된 모든 것을 공개하는데 동의해 달라는 동의서를 교사와 직원들에게 서명해서 제출할 것을 종용했다. 민원인 공개는 명백한 불법으로 징계와 형사처벌 대상이다. ⓒ 김행수

우선, 동구학원의 내부고발 교사에 대한 불이익처분(파면)은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 제6조(교원의 신분보장 등) "②교원은 해당 학교의 운영과 관련하여 발생한 부패행위나 이에 준하는 행위 및 비리 사실 등을 관계 행정기관 또는 수사기관 등에 신고하거나 고발하는 행위로 인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징계조치 등 어떠한 신분상의 불이익이나 근무조건상의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공익제보 행위에 대한 보복성 인사라는 것이 드러날 경우 이 징계를 행한 이사장과 교장이 징계 대상이 되며, 이사장의 또 다른 이사승인 취소의 사유에 추가될 수도 있다. 형법상의 비밀 누설죄로 의제되지 않음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상황인지도 모르겠다.

내부비리고발자에 대한 보호를 규정한 조항은 부패방지법에도 있다. 부패방지법 제62조(신분보장 등) "① 누구든지 이 법에 따른 신고나 이와 관련한 진술 그 밖에 자료 제출 등을 한 이유로 소속기관·단체·기업 등으로부터 징계조치 등 어떠한 신분상 불이익이나 근무조건상의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부패관련 내부고발자에 대한 징계를 금지하고 있으며, 제64조(신변보호 등) 별도의 신변보호 조항까지 두고 있다.

또 부패방지법 제87조(업무상 비밀누설죄)는 "부패방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한 자", 제88조(인적사항 공개 등 금지 위반의 죄)는 "부패신고자의 인적사항 또는 부패행위신고자 등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공개한 자", 제90조(조치요구에 대한 불이행의 죄)는 "신분상 불이익이나 근무조건상의 차별을 한 자"는 형량이 조금씩 다를 뿐 모두 형사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2008년 제정된 '공익신고자보호에 관한 법률'에서도 제12조(공익신고자등의 비밀보장 의무), 제15조(불이익조치 등의 금지) 조항 등을 두어 공익신고자의 비밀을 보호하도록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불이익 조치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이를 위반할 시에는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물론, 동구학원에서 파면된 안종훈 교사가 현재 이 법들에 의한 공익제보자로 인정받은 상태는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동구학원의 민원교사 공개와 파면(불이익 조치)은 민원인 제도와 공익제보자 보호의 존재 목적 자체를 위반하는 심각한 문제라는 점이다.

동구학원의 내부고발 교사 파면은 최악 자충수?

서울교육청이 동구학원의 교사 징계에 대해서 곧바로 특별감사에 나선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서울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한 교사의 신분이 어떻게 학교로 누출되었는지에 대해서도 반드시 따져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조웅 동구학원 이사장 등을 상대로 한 소송이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어느 것 하나도 그에게 만만한 것이 없다. 자칫 어느 것 하나라라도 질 경우 이사장직을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특히, 내부 공익제보 교사에 대한 보복 징계라는 것이 확정될 경우 이 모든 소송에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조웅 이사장에게는 최악의 자충수가 될 수도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안 교사에 대한 동구학원의 파면이 '신의 한 수'가 될지 파면에 이르는 '최악의 자충수'가 될지 주목된다.


#동구마케팅고#공익제보자#파면#사학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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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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