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초생활보장지키기연석회의'에서는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으로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실태와 정부 개편안의 문제점을 다양한 복지 현장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기획 '기초생활보장 뒤집어보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편집자말] |
"우리 어머니가 낙상하셔서 수술받느라 월세가 몇 개월 밀렸어요. 우리가 의료급여 2종이어도 비급여가 많아서 모아둔 돈을 모두 병원비내느라….""우리 아이가 아파서 지난 겨울에 보일러를 켰는데 도시가스 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어요. 몇 개월 못 내서 끊겼는데 이제 아이를 씻기는 게 어려워졌어요….""여긴 OO병원입니다. □□구 고시원에 거주하는 분이 월세 체납이 되어 수급신청을 했는데 안 되어서 결국 자살을 기도하셨어요. 지원할 방법이 있나요?" "어제 교도소에서 출소했는데 어느 누구도 어디로 가면 되는지 알려주지 않았어요. 당장 월세도 없어 뭔가 신청하고 싶어서 주민센터에 갔더니 주소지를 마련해 오라는데….""집주인이 재개발이 될 거니까 당장 집을 비워달랍니다. 인근에 알아봤더니 보증금은 올라있고 갈 곳이 없는데 도와주실 수 있나요?""벽에 곰팡이가 심해요. 벽에 금이 가서 당장 무너질 것 같은데, 감히 이사할 형편이 되지못하네요… 집주인은 안 해준다고 하고요. 저는 월세로 세 들어 사는 수급가구입니다.""집이 짐이 되지 않도록 돕겠다"는 모토를 가진 주거복지지원센터(아래 주거지원센터)에서 만나게 되는 흔한 사례들이다. 구청이나 동사무소, 보건소, 복지관 등을 통해 주거지원센터로 들어오는 이런 문의들은 현재도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이는 집을 잃을 위기 상황에서 기댈 만한 공적 제도가 없다는 증거인지도 모르겠다.
주거복지지원센터란? |
주거복지센터는 민간 재원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활용해 2006년 시범사업으로 시작되어 7년간 운영되었다. 서울시의 경우 2012년 '서울시주거복지기본조례'를 제정, 이를 근거로 강북구, 관악구, 노원구, 송파구, 서대문구, 성동구, 성북구, 송파구, 영등포구, 은평구 총 10개소의 주거복지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2012년 말 서울시 외에 인천, 성남, 대구, 원주, 전주, 김해 등에서도 운영되고 있다. |
주거지원센터는 주거 문제를 가진 가구에 대한 전반적인 상담과 공공임대주택 안내 등 주로 주거안정을 위한 지원 업무를 한다.
한시적으로나마 월세가 체납되어 퇴거 위기에 놓인 가구를 돕거나, 광열수도비 체납으로 불안정한 주거생활을 이어가는 가구를 지원한다. 또 거처가 열악해 주거이동이 필요한 경우 소액보증금을 지원해 좀 더 나은 주거지를 마련하는 것에 도움을 주거나, 열악하고 위험한 주거지 내 설비를 개선해 안전한 거주 환경을 확보하는 일 등을 한다.
주거지원센터의 지원 실적을 살펴보면, 우리 사회의 주거보장제도, 특히 주거비 지원제도가 미흡하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긴급주거비 지원을 받는 가구는 대부분 수급가구와 차상위가구 등 소득 1, 2분위에 해당한다. 특히 이들 중 수급가구는 기초생활보장제도상 주거급여를 받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왜 월세를 몇 개월씩 체납하고, 연료비를 체납해 혹한기에도 전기장판에 의지해 살 수밖에 없는 걸까? 이는 기초생활보장 제도에 의한 수급가구의 현금급여(주거+생계급여)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또 기초생활보장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더라도 실질적인 주거보장을 하지 못해서다.
비현실적으로 낮은 급여 수준, 주거 보장이 될 수 없는 이유1999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아래 기초법)이 도입되면서 생활보호법에 없던 주거급여가 신설되었다. 당시 종전 제도와 달리 급여 종류의 다양화를 도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애초 가구원 수 별 정액급여로 시작된 주거급여는 2008년 정률급여(최저생계비의 15~17% 정도)로 바뀌었다. 그렇지만 현재까지도 여전히 실질적인 주거비가 보장되지 않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1인 수급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대 현금급여는 약 48만 원 정도, 4인가구는 130만 원 정도다. 그중 약 20% 정도가 주거급여로 편성되어 1인가구는 대략 10만 원 정도, 4인가구는 대략 29만 원 정도가 주거급여로 되어있다(전국 동일하게 지급).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일 수록 월세에 거주하는 비율이 높다. 1인가구가 받을 수 있는 주거급여는 월 10만 원으로 고시원이나 쪽방에 거주할 경우 25만 원 이상을 임대료로 내고 나면 먹고 살기에도 빠듯하다.
4인 가구는 더 심하다. 월 30만 원 보증부 월세로 대도시에서 4인 가구가 갈 수 있는 곳은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의료비든 교육비든 뭔가 더 들어가게 되면 월세를 내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주거급여 문제에서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이 바로 비현실적으로 낮은 급여 수준이었다.
다음으로 주거급여가 '필요한 사람에게 적정하게 이뤄졌는가' 하는 대상효율성의 한계 문제이다. 소득인정액과 부양의무자 기준을 모든 급여 기준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게 과연 '주거안정'이라는 주거급여의 정책 목표에 적합한가 하는 지적인 것. 그래서 소득대비 주거비 지출비율 등 목표 중심의 대상자 선정 방식이 급여자격 기준으로 도입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주거급여가 중소도시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하는 4인가구를 표준가구로 설정해 도출함에 따라 지역적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초법은 급여수준을 정할 때 수급자의 연령, 가구규모, 거주지역 기타 생활 여건을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기초법 제4조 2항), 이러한 개별성 원칙에 충실하려면 가구 특성에 따라 다양한 수준으로 급여의 형태가 구현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제도의 목적인 주거안정을 달성하려면 장기적으로 개별급여로, 즉 기존 통합급여체계에서 독립체계를 지닌 개별급여로 변경되어야 사각지대가 완화될 것이라고 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주장해왔다.
'맞춤형 복지'로 개편되는 주거급여, 이렇게 복잡해서야
주거급여 시범사업 지역 |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30일 주거급여 개편제도에 대한 시범사업 지역으로 1급지인 서울시의 경우 성북구, 서대문구, 노원구를, 2급지는 인천시 남동구, 남구, 부평구와 경기도 부천시, 양평군, 의왕시, 시흥시, 과천시, 구리시를, 3급지는 광주의 서구, 광산구, 울산의 중구와 동구, 세종시, 부산시의 금정구를 그리고 4급지로는 강원도 춘천시, 충북 괴산군, 전북 정읍시, 전남 순천시와 담양군 등 총 23개의 시군구를 선정, 약 4만 가구에 대해 주거급여를 시행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
박근혜정부는 '맞춤형' 복지의 일환으로 기초생활보장 제도의 7개 급여를 분리하고 급여별 기준을 설정해 시행한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지난해 말 '주거급여법'을 통과시켜 주거급여는 보건복지부로부터 국토교통부로 이관되어 별도의 제도로 독립되었다. 2014년 10월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7월부터 3개월간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면 앞으로 시행될 주거급여는 어떠할까? 좀 더 나아져서 또 다른 송파 세 모녀의 비극을 막을 수 있을까?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급여지급내용과 시행의 근거가 되는 '주거급여법(지난해 12월 31일 국토교통위원장의 대안발의로 통과되었고 2014년 1월 24일 제정)' 그리고 행정고시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주거급여법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제5조 수급권자의 범위에 부양의무자기준과 소득인정액기준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내용인 즉 '수급권자의 1촌의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를 부양의무자로 정하고,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거나 부양받을 수 없는 사람으로 소득인정액이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하는 기준 이하인 사람으로 그 자격 기준을 정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예고한 바와 같이, 이번 개편으로 주거급여액이 가구당 약 8만 원에서 11만 원 정도로 향상될지는 몰라도, 부양의무자 기준과 소득인정액기준을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의한) 행정의 재량에 맡기는 한 수급자들에게 실제로 얼마의 급여가 지급될지 의문이다.
반면 동법은 이와 관련해 주거급여의 신청 및 지급결정의 절차 등 일반사항은 '기초법'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종전 수급신청절차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통상 읍면동사무소에서는 부양의무자소득조사를 위해 수급권자에게 금융정보제공동의서 등 구비서류를 준비하도록 요구하곤 했다.
이는 부양의무자가 있지만 실제로 부양받을 수 없는 경우인 가족관계단절에 대해 수급권자 스스로 증명하도록 해 수급권자들의 신청 포기를 종용하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온 게 사실이다. 이래저래 증빙을 하지 못하면, 실제로 부양비를 받지 못하지만, 부양의무자에게 부과되는 간주부양비를 제외하고 지급받을 수 있다.
또 금융재산, 부동산, 자동차 등 재산의 소득 환산률이 현행과 같고 추정소득부과나 앞서 말한 간주부양비가 여전히 소득평가액으로 계산된다. 또 이러한 소득인정액이 생계급여지급기준(중위소득 30%로 1인가구의 경우 40만 원 미만)을 넘으면, 지원하는 임대료 중 50%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게다가 개별급여로 적용된 급여기준선인 중위소득 43%는 현행 기초보장제도의 차상위(최저생계비 120%, 1인가구의 경우 최저생계비는 60만 원 정도이고 차상위계층은 여기에 120%인 72만 원 선이다)보다 낮은 선이다. 주거급여는 가구별로 보증금, 월임대료수준, 소득인정액 등을 따져 계산이 다 달라진다. 아, 복잡하다! 그리고 갑갑하다!
국토부가 발표한 7월 25일자 주거급여 시범결과를 보면, 당초 3만9천 가구에게 주거급여가 추가 지급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이와는 달리 2만6천 가구로 감소했다. '수급자가 실제 부담하는 임차료가 기준임대료보다 적은 가구가 많아서 였다'는 게 이유.
국토부는 '주택조사를 통해 최저 주거 기준에 미달하는 주거에 거주해 주거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현황을 면밀히 파악해 저소득층의 주거상향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현장에서 급여지급 업무를 수행한 사람들의 얘기나 수급 당사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물론 급지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그간 부양의무자에게 부과되는 간주부양비나 재산의 소득환산으로 인해 급여가 삭감되어 현금급여가 없었던 가구의 경우는 별도의 주거급여가 지급되지 않았다.
결국 부양의무자기준, 소득인정액기준 등으로 인해 주거급여 역시 차감되거나 지급하지 않는 거였다. 정말, 주거급여의 보장 수준이 국토부가 광고하는 만큼 효과가 있을까 싶다. 바로 이 지점에서 기초법의 바른 개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또 한 번 든다.
한편 동법7조 4항은 수급자가 '국가나 지자체, 한국토지주택공사 또는 지방공기업이 임대하는 주택'을 임차한 경우 수급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임대인 명의의 계좌로 주거급여를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는 민간임대주택의 임차인과 공공임대주택의 임차인에 대해 각각 다른 방식으로 지급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는데 공공임대주택과 민간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임차인간 형평성의 문제가 초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초법 개정 지연으로 10월내 시행 불가"는 꼼수이와 관련하여 살펴볼 국토부의 행정고시 내용이 있다. 제9조2항 임차급여 지급 중지의 사유로 수급자가 지급받은 임차급여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여 3개월 이상 월차임을 연체한 경우에 중지하도록 하는 부분, 제10조2항 수급자가 임대인에게 연체된 월차임 중 임차급여에 해당하는 금액 전부를 지급한 경우 급여가 재개되는 점, 그리고 제11조 임대인이 수급자가 3개월 이상 월차임을 연체한 경우 시장·군수·구청장 또는 조사기관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는 부분이다.
사실상 이는 현행 생계급여에 대폭 수정과 상승이 없는 한 수급가구에게 매우 불리한 조항들이다. 앞의 다양한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거비를 연체하게 되는 대부분의 경우는 갑작스러운 의료비나 교육비, 연료비의 지출에서 비롯된다. 요컨대 이러한 조항은 주거급여의 목적을 주거 조건을 안정화하려는 의도인지, 소득보조적인 면을 강조하려는 것인지 아직까지도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는 반증으로도 파악된다. 결국 주거급여의 근본적인 목표와 내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려되는 바는, 과연 수급자와 수급권자의 권리구제가 제대로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동법 14조에는 급여신청의 각하와 급여의 중지에 관해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이의신청절차는 별도로 두지 않고 기초법을 따르게 되어있다. 현행 기초법상 행정의 결정에 불복하는 수급권자 혹은 수급자는 두 번의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한 번은 시도에, 다른 한 번은 복건복지부장관에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주거급여에 대한 조사는 국토교통부에서 이루어지는데, 과연 '부처 간 업무협조가 얼마나 잘 이루어져서' 주거비가 체납되어 퇴거 위기에 놓인 수급권자의 주거급여를 "신속히" 집행할 수 있을는지 우려가 된다.
뿐만 아니라 현재 시군구를 통해 신청과 집행을 하도록 하면서도 별도의 행정인력을 확보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면 결국, 시군구의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업무량만 더 가중되는 것은 아닐지 그 또한 우려된다.
이런 우려들 때문일까? 국토부는 이미 예산편성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주거급여 제도는 당초 10월에 전면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 지연으로 연내 시행이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하고 있다. 개편되는 주거급여로 인해 사람들이 주거 상향을 할 것이라고 했던 자신감은 어디로 간 걸까? 아마도 이건, 여당이 추진하는 기초법을 밀어붙이기 위한 꼼수가 아닌가 싶다.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 달성하는 진짜 급여가 되었으면... 그간의 주거급여가 실제로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비 부담을 반영하지 못했을 뿐더러 제도가 목표하는 바 주거안정과 주거상향에도 기여하지 못했다는, 그래서 주거복지의 사각지대를 야기했다는 그간의 비판은 주거급여의 분리 주장이 확대되는데 기여했다. 그리고 담당 부처가 보건복지부에서 국토해양부로 이관하기에 이르게 했다.
그러나 주거급여, 즉 주거비지원에 대한 본질적인 정책목표와 제도시행에 대한 설계방식에 대해서는 고민이 길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현장의 목소리, 당사자인 수급권자 및 수급자의 생활이 반영되지 못했다. 주거복지의 핵심은 부처의 이관이나 제도의 독립 등 행정적인 문제가 아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간의 주거급여의 한계를 보완하고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발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개편되는 주거급여는 우려되는 바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적지 않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주거비 지원, 저소득층에 대한 주거비지원은 "시장임대료의 충격으로부터 이들을 지원하여 주거불안정을 극복하도록 하는 것"임을 잊지 말고 주거급여를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주거급여법' 제1조에 명시되어 있듯이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주거급여를 실시하여 국민의 주거안정과 주거수준 향상에 이바지함"의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려면 말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성북주거복지지원센터 센터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