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쯔가무시. 치사율이 80%라는 이 병은 들쥐가 옮긴다. 엄격히 말하자면 들쥐에 기생하는 벼룩 같은 것에게 물려서 생기는 병이다. 들쥐의 벼룩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것이란다.
쯔쯔가무시는 찬바람이 불거나 날씨가 선선해질 때부터 발생한다. 그러니까 가을에 많이 걸리며, 남쪽보다 중부나 북부 쪽이 훨씬 심하고 독하단다.
일을 당한 뒤에 들어보니 정말 무서운 세균이었다. 어떤 사람은 골프 치러 갔다가 감염이 됐는데 일주일 만에 사망했다는 소식도 문병 온 사람에게 들었다. 이 병의 잠복기는 보름 정도된다고 한다.
작년에 필자의 남편이 이 병에 걸렸었다. 이제 가을이 돌아오니, 조상님들 산소에 벌초를 하거나, 산행이나 야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필자의 남편은 작년 10월에 감을 따고, 밤도 줍고, 어머니 산소 벌초를 위해 산에 올라가는 길에 풀을 베면서 언제 물렸는지도 모르게 물렸다. 병 증세가 나타난 것은 2주 후쯤이었다. 그 뒤로는 발병 때까지 산에나 들에 간 적이 없었으니까.
증세는, 먼저 감기 몸살의 시작처럼 기운이 없고, 입맛이 없으며. 온몸의 살이 못 견딜 정도로 아프단다. 일찍 발견하면 의외로 쉽게 고칠 수 있는데, 증세가 나타나고도 8일간을 감기몸살인 줄 알고 그에 대한 치료를 했다. 잠시 병이 낫는 듯하다가 다시 심해졌다. 한마디로 병을 키운 것이다. 8일째 되니까 온 몸에 열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혼수상태에 빠졌다.
S대학병원 응급실에 갔더니 '몸에 긁어서 생긴 딱지'가 있는지 확인했다. 어른 새끼 손톱만한 새까만 딱지가 있었다. 본인은 그냥 긁어서 생긴 것으로 알고 있었다.
대학병원에서는 입원실이 없다며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응급치료만 받고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환자의 몸에 많은 의료 기구들을 꼽았고, 뭔가를 주렁주렁 달았다. 그랬는데도 환자는 24시간 가량 고통으로 몸부림쳤다.
무서웠다. 정말 무서웠다. 생각해 보면 꿈만 같다. 응급실로, 중환자실로, 입원과 퇴원! 지금은 감사한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일을 당했던 사람으로서 노파심에서 다시 한 번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당부한다. 야외 활동을 많이 하시는 분들이나 산과 들을 자주 다니시는 분들은 보건소에서 '쯔쯔가무시'와 '유행성 출혈' 예방 주사가 있으니 가을이 되기 전에 맞으시라고. 또한 밭 일이나 산 일을 할 때는 긴옷을 입고 장갑에 장화를 신고, 잔디에 앉을 때는 반드시 무엇이든 깔개를 깔고 앉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