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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6시, 현관 앞 테라스 밑 화단(연천군 미산면 위치)에서 풀을 베는데 오른쪽 팔이 불침을 맞은 것처럼 따가운 통증이 왔다. 앞을 보니 벌떼들이 윙윙거리며 공격을 해왔다. 순간 나는 몸을 낮추고 구르듯 뒤로 빠져 와와 줄행랑을 쳤다.

 현관 앞 테라스 화단에 있는 벌집
현관 앞 테라스 화단에 있는 벌집 ⓒ 최오균

팔뚝의 토시를 벗겨보니 벌에 쏘인 자리가 벌겋게 부어오르고 있다. 한방을 쏘여서 다행이지 큰일 날 뻔 했다. 다행히 벌침은 박히지 않은 것 같다. 정신을 차리고 벌에 쏘인 장소를 유심히 살펴보니 회양목 가지 밑에 접시만한 벌집이 달려 있고 그곳에 말벌들이 떼를 지어 작업을 하고 있다.

119를 부르려고 하다가 나는 스스로 벌집을 퇴치하기로 했다. 장수 말벌이 아닌 일반 말벌은 몇 번 퇴치를 한 경험이 있어서 에프킬러를 방사하면 퇴치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벌집이 바로 현관 앞 테라스 밑에 있어서 만약에 면역이 약한 아내가 벌에 쏘이면 치명상을 입게 된다. 아내는 심장이식을 하고 면역억제제를 계속 복용을 하고 있다.

 벌에 쏘인 팔뚝이 점점 벌겋게 부어 오르고 있다.
벌에 쏘인 팔뚝이 점점 벌겋게 부어 오르고 있다. ⓒ 최오균

두꺼운 등산복을 입고, 고무장갑을 낀 다음 얼굴 전체를 마스크와 수건으로 단단히 가렸다. 그리고 양손에 에프킬러를 들고 낮은 자세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벌집을 향하여 계속 에프킬러를 방사했다. 에프킬러의 공격을 받고 대부분의 벌들이 나둥그러졌지만, 여전히 벌집 주위를 빙빙 도는 녀석들이 많았다.

긴 막대기로 벌집을 떼어내니 녀석들이 계속 따라왔다. 따라오는 벌들을 향해 계속 양손으로 에프킬러를 방사하니 더 이상 접근하지 않았다. 벌집에는 새끼 벌들이 가득 들어 있다. 만약에 이 새끼들이 부화가 되면 그 개체수가 배로 증가할 것이다. 새끼 벌들에겐 미안하지만 벌집을 퇴비 더미 속에 묻어 장례를 지내주었다.

 떼어낸 벌집
떼어낸 벌집 ⓒ 최오균

앞서 지난 2일에도 대문 앞 담벼락에서 풀을 베다가 축구공만한 말벌 집을 발견하여 119에 신고해서 퇴치했다. 아랫집 현이 할아버지도 얼마 전 깨를 베어내다가 장수 말벌에 쏘여 병원에 실려가는 소동이 벌어졌다. 장수 말벌의 독성은 매우 강하다. 현이 할아버지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다행히 곧 퇴원을 했다.

 점점 커지는 말벌집
점점 커지는 말벌집 ⓒ 최오균

장수 말벌들은 현이 할아버지네 깨밭에 있는 묘지에 집을 짓고 있었다. 119에 신고를 하여 벌집을 제거를 했지만 벌들이 여전히 묘지에 윙윙거리며 비행을 하고 있다. 현이 할아버지는 무서워서 아직 벌초를 못하고 있다. 벌들이 다 들어온 저녁 때 벌집을 제거를 해야 하는데 미처 들어오지 않은 벌들이 계속 벌집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금년에는 벌들이 더욱 극성을 부리는 것 같다. 며칠 전에는 테라스에 놓아둔 나무에도 벌들이 떼지어 붙어 있어 에프킬러로 퇴치를 했다. 이처럼 예년에 비해 벌들이 더 극성을 부리는 것은 금년 들어 중부지역에 마른 장마로 가뭄이 들어서 일 것이라고 한다.  

 나뭇잎에 붙어있는 벌들
나뭇잎에 붙어있는 벌들 ⓒ 최오균

추석을 전후하여 연이은 폭염과 마른 장마 등으로 전국적으로 말벌주의보가 내려져 있다. 성묘를 하기 전에 반드시 긴 막대기나 스틱 등으로 주변을 살살 두들겨 보고 벌집이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벌집을 발견하면 자세를 최대한 낮추어 움직임을 자제하고 뒷걸음질로 천천히 피해야 한다. 또한 말벌 등을 자극할 수 있는 화장품이나 향수를 얼굴에 바르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장수 말벌의 독성은 매우 강해서 쏘이면 치명상을 입는다. 일반적으로 말벌은 꿀벌의 약 50배라고 하는데, 장수 말벌의 독성은 꿀벌의 500배에 이른다고 한다.


#추석 성묘길 벌떼 조심#장수말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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