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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몸무게 가운데 수분 비중은 절반이 넘는다. 남자는 대략 60% 안팎, 여자는 55% 안팎이다. 여자는 지방의 비율이 높은 탓에, 몸에 물이 적은 편이다. 사람의 생존에 물은 절대적이다. 굶어도 물만 먹으면 7~8주 정도까지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 하지만 물을 입에 대지 않으면 1주일을 넘기기도 쉽지 않다.

지구 표면 70% 이상이 물로 덮여 있다. 한국처럼 삼면이 바다인 나라에서는 아무리 내륙 지역이라 해도, 차로 서너 시간만 달리면 망망대해를 접할 수 있다. 게다가 한국은 산이 많은 탓에 강이 크고 작은 하천들 역시 잘 발달돼 있다. 여간해서는 물 결핍을 느끼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러나 세상이, 아니 지구 환경이 지난 100~200년 사이에 너무 변했다. 물 사정에 관한 한 특히 그렇다. 이른바 기후변화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기온의 변화만을 동반하지 않는다. 홍수와 태풍, 폭설, 가뭄 등, 이른바 '물 수지'를 좌우하는 기상 현상들 또한 과거와 상당히 많이 달라졌다.

세상에 널린 게 물 같지만, 사람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민물'은 지구적 차원, 즉 거시적으로 본다면 '한 바가지'에 불과할 정도로 적다. 지구상의 전체 물 가운데 약 97%는 마실 수 없는 '짠물'인 까닭이다.

지구촌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민물의 보고는 호수와 강이다. 그러나 호수와 강의 수량은 전체 지구 수량의 단 0.013% 수준이다. 부피로는 약 17만8000㎦이다. 이 정도 부피의 물은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55km인 정육면체 수조가 있다고 가정하면, 여기에 얼추 다 담을 수 있다.

55km라면 서울시청에서 평택시청까지의 직선 거리도 못 된다. 거대한 지구의 수많은 호수와 강의 물을 다 합쳐봐야 한 변의 길이가 55km인 수조에 모두 몰아 넣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하루만 물을 먹지 않아도 '갈증'을 호소할 수밖에 없는 게 인간이다. 헌데 전세계 수십 억 인구의 수원 역할을 하는 민물 물탱크의 크기는, 지구 차원에서 본다면 '애걔~' 하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규모가 작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얼마 전 지구의 물 상태를 한눈에 보여주는 일러스트레이션을 공개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지구가 품고 있는 물을 방울 모양으로 표시한 그림이었는데, 지구가 눈동자 크기라면 지구상의 민물 총량은 눈물 한 방울에도 훨씬 못 미치는 작은 크기였다.

지구의 민물 총수량은 '아주 적은양'

지구가 품은 물의 양 지구의 수량을 북미대륙 위에 구형으로 나타냈다. 해수와 담수 등을 합한 총량은 직경 1384km의 구(가장 큰 물방울)에 해당한다. 민물의 총량은 직경 273km(중간 크기 물방울), 호수와 강 하천이 품고 있는 물의 양은 직경 56km 남짓인 구(가장 작은 물방울 모양)의 부피 정도이다.
지구가 품은 물의 양지구의 수량을 북미대륙 위에 구형으로 나타냈다. 해수와 담수 등을 합한 총량은 직경 1384km의 구(가장 큰 물방울)에 해당한다. 민물의 총량은 직경 273km(중간 크기 물방울), 호수와 강 하천이 품고 있는 물의 양은 직경 56km 남짓인 구(가장 작은 물방울 모양)의 부피 정도이다. ⓒ 미국지질조사국

인간의 생존에 '생명줄' 역할을 하는 지구의 민물 총수량은 순식간에 바닥을 드러낼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아주 적은 양이다. 문제는 민물의 절대적인 양이 적다는 데 있지 않다.

장구한 세월 동안 지구의 민물 총량은 사실 큰 변화가 없었다. 가까운 미래에도 지구상의 담수 총량이 급격하게 변화할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경제 수준이 향상되고, 인구가 늘어나면 물의 소모도 증가하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도 얼마 안 돼 보이는 현 수준의 민물 총량만으로도 지구촌의 인간들을 부양하는 데 양 자체로는 크게 모자람이 없다.

지구촌의 여러 지역에 걸쳐 발생한 최근의 물 부족 문제는 무엇보다 '물 배분'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탓이 크다. 홍수나 폭우로 필요 이상으로 물이 넘치거나, 정작 물이 필요한 곳에 또 물이 필요한 시기에 오랜 가뭄 등으로 물이 극단적으로 귀하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기후변화로 물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지역에 대도시가 형성되고 인구가 몰리면, 물 부족은 한층 심화될 수밖에 없다. 최근 급격한 개발이 이뤄지는 국가들에서 호수와 강물이 흔히 말라붙고, 생태계가 파괴될 위험에 처하는 일이 빈발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물을 생명의 원천으로 삼아 살아나가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동물도 식물도 물 없이는 생명을 제대로 보전하기 힘들다.

강수 패턴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비상한 물 대책 마련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세계 주요 도시치고 큰 강이나 호수를 끼지 않은 데가 드물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라. 다소 과장하면 물로써 흥하고, 물로써 망하는 게 인간이다.

강수 패턴이 과거와 달라졌다 해서, 산이나 강 혹은 하천을 옮길 수는 없는 일이다. 국가적으로 효과적인 물 관리 대책을 세우고, 개개인은 물 절약 습관이 몸에 배어야 한다. 후손들을 위해, 또 지구를 위해 인간들은 자신들이 처한 '물의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 위클리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주간지입니다.



#물#해수 #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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